'서진이네'에 달고나 세트가 등장하자 형성된 기묘한 풍경
[엔터미디어=정덕현] "여러분 <오징어 게임> 보셨나요?" 가게를 찾은 독일 손님들에게 최우식은 대뜸 그렇게 묻는다. "봤다"고 말하는 독일 남자는 갑자기 드라마 속에 등장하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따라해 보인다. 그들에게 최우식은 이서진의 지시대로 달고나 세트를 가져다준다. 그러자 손님이 말한다. "아 설탕으로 만든 그거구나." 그리고 그곳에서 갑자기 핀으로 찍혀진 무늬대로 잘라내는 '오징어 게임'이 펼쳐진다.
tvN 예능 <서진이네>에서 손님들을 재밌게 만들어주기 위해 서비스된 달고나 세트는 기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어렸을 때 학교 앞에서 했던 그 게임을 멕시코 바칼라르에서 그곳으로 여행을 온 독일 손님들이 하고 있는 풍경이라니. 이들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이 달고나 세트 게임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다. 모양이 랜덤으로 주어지고 그 중에는 우산 모양이 가장 어려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말한다.
마침 우산 모양을 받게 된 한 명이 시도도 해보기 전에 꺼내다가 부서지자 같이 온 친구들이 "너 죽었어"하며 깔깔 웃는다. 그 모습을 본 주최자 이서진도 웃음을 참지 못한다. 상황을 안 최우식이 손님에게 "이미 부러뜨렸냐?"고 묻고 그렇다고 하자 마치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처럼 총을 쏘는 흉내를 낸다. 금세 가게 분위기가 유쾌해진다.
사실 소소한 이벤트처럼 보인 광경이지만, 이 장면은 최근 몇 년 사이에 K콘텐츠가 갖게 된 글로벌 위상을 상징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내는 국가와 언어를 훌쩍 뛰어넘는 공감의 시간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서진이네>는 확실히 과거 <윤식당>을 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그간 훌쩍 뛰어 오른 K콘텐츠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생충> 본 적 있냐?"며 최우식을 가리켜 이 친구가 거기 아들로 출연한 배우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고, 박서준을 손님들에게 자랑하듯 그가 <더 마블스>의 슈퍼히어로라고 소개하는 대목이 그렇다. 홀보다는 주로 주방에 있어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가끔 홀에 나올 때 방탄소년단 뷔를 보며 세계적인 그룹의 가수라고 말하는 손님들도 보인다.
그러고 보면 서진이네를 찾는 외국인들이 한국음식에 대해 호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매운 맛을 즐기는 이들도 있고, 단짠의 맛에 푹 빠진 이들도 있다. 이미 김치 맛을 알아 더 달라고 하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고, 라면의 맛을 알아버린 이들도 꽤 많다. 게다가 한국을 여행하고 싶다는 손님들도 상당수다.
달고나 세트에 시도도 해보기 전에 부서져 '죽은' 독일 손님이 있는 테이블에서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피어난다. 한국이 게임문화가 많다며 PC방에 틀어박혀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고 보니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에 들어 있는 게임 요소들이 외국인들에게는 조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간 면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을 '게임 문화'가 앞선 나라라는 인식이 더해졌을 테니 말이다.
다른 테이블의 커플들은 <오징어 게임> 달고나 세트를 받고는 유쾌한 농담들을 쏟아낸다. 마침 하트 모양인 달고나 세트를 보고 자신들이 연인이라는 걸 알고 그걸 줬을 거라 말하고, 이거 실패하며 특유의 그 음악이 흐르면서 이 가게에서 못나가는 거 아니냐는 농담을 한다. 그 유쾌한 농담에는 콘텐츠에 대한 호감이 깔려 있다.
실로 콘텐츠가 가진 힘이 얼마나 큰가 하는 걸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오징어 게임>이든 <기생충>이든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K콘텐츠가 달고나 게임이나 한국음식 나아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19가 지나고 <윤식당> 대신 돌아온 <서진이네>는 그래서 지난 몇 년 간 달라진 K콘텐츠의 위상을 확연히 느끼게 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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