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강래구 구속영장 기각…'윗선' 수사 제동 걸리나
송영길 전 대표 등 '윗선' 수사 확대 차질 불가피…"재청구 검토"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사건 관련자에 대한 신병확보가 처음부터 실패로 돌아가면서, 검찰의 수사 방향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21일) 강 전 위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직접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거나 관련자를 회유했다고 보기 어렵고,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그럴 것으로 예상하기도 어렵다"며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돼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가 그동안의 소환조사에 임해왔고, 피의자의 주거, 지위 등을 감안할 때 피의자에게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돼 있다고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구속영장 발부를 자신했던 검찰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약 2시간이 지난 이날 새벽 1시15분께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 및 사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정당의 당대표 선거 금품살포 전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피의자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공범들과 말맞추기 및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로 인해 공범들간 실질적인 증거인멸 결과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명백히 인정되는 점을 고려할때 구속영장 기각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 전 위원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불법정치자금 9400만원을 선거운동 관계자와 선거인에게 제공할 것을 지시·권유하고 제공하는 등 범행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강 전 위원은 국회의원 등에게 전달된 9400만원 중 8000만원을 지인을 통해 마련한 혐의를 받는다.
강 전 위원은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물론 송 전 대표와도 직접 연락한 정황이 있어, 이번 정치자금 수사의 '키맨'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러나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강 전 위원의 신병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의 동력은 다소 떨어지게 됐다. 수사 범위를 넓혀 송 전 대표 등 '윗선'을 규명하려던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 전 위원은 앞서 두차례에 걸쳐 진행된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이번 영장 기각 사유에서 '증거인멸 우려'와 '도주 우려'를 모두 부인한만큼, 검찰은 새로운 혐의와 증거인멸 정황을 밝히는 데 주력한 뒤 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피의자의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돼 있다고 보인다"고 한 것은 검찰이 주요 혐의에 대한 물적 증거들은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따라서 자금 공여 가담 의혹을 받는 윤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지난 12일 두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이미 특정한 9400만원 외에도 불법정치자금 수수가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서 강 전 위원에게 돈 봉투 자금을 마련해 준 사업가 김모씨가 '스폰서' 역할을 한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녹음파일에는 김씨가 전당대회 때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지속적으로 돈을 대준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겼다. 녹취록에는 또 다른 스폰서로 추정되는 강모씨에 대한 언급도 있다.
검찰은 조만간 김씨를 불러 돈봉투의 자금을 지급했는지, 돈을 준 이유,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 지급 여부 등을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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