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따로 생색 따로 … '천원의 아침밥' 웃픈 단상
‘천원의 아침밥’ 인기몰이
오픈런에 정부, 지원 확대
여야 정치권 “우리가 원조”
밥 주는 사람 따로 있고
생색 내는 사람 따로 있어
정작 대학은 재정 부담에 난색
국고 지원 확대 등 대책 필요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외식물가도 치솟아 한끼 밥값이 1만원을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외식 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상승률(5.1%)을 크게 웃돌아 7.7% 상승했다(표❶). 대학 학교식당(학식)도 고물가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많은 대학이 '식재료 상승'을 이유로 학식 가격을 500~1000원 인상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중 56.1%가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로 식비를 꼽았고, '물가 상승 이후 가장 먼저 줄인 지출 항목'도 식비(77.2%)가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비싼 학식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대안으로 '천원의 아침밥'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에게 단돈 1000원으로 양질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사업이다(표❷).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고, 학생이 1000원을 내면 학교가 나머지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2017년 시범사업을 거쳐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다가 고물가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지난해부터 다시 주목받고 있다(표❸).
'천원의 아침밥'이 화두로 떠오른 덴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의 열띤 홍보가 한몫하고 있다. 1000원짜리 학식을 먹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정부는 사업 규모를 늘렸고, "우리도 지원하겠다"며 지자체도 나서고 있다. 여야는 공치사를 늘어놓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 참여하는 대학도 지난해 28개에서 올해 41개로 늘었고, 정부는 참여 대학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표❹).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누가 앞장서서 이 복지를 확대하고 있느냐'가 아니다. 이 좋은 제도를 지금까지 왜 하지 않았느냐를 살펴봐야 한다. 이 사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도 분석해야 한다.
지금이야 홍보에 여념이 없지만 대학들은 지금껏 '천원의 아침밥'을 꺼려왔다. 사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결식률은 줄일 수 있지만 지원 대상을 늘릴수록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언급했던 것처럼 이 사업은 정부와 학생이 각각 1000원씩 부담하고 나머지는 학교가 책임지는 구조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학교발전기금 또는 동문들의 기부금 등으로 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 말은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A대학의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정부가 대학생들의 밥값을 지원한다는 데엔 큰 의미가 있지만 지원 규모로만 보면 크게 와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면서 "그래도 이를 계기로 정부의 지원이 확대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훈 중앙대(사회학) 교수는 "사업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1000원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 대학 청년들의 현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면서 "더욱이 대학들 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선 학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정치권이 생색만 내고 지나가는 사업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교수는 "사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국고 지원을 늘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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