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딴 짓 혼냈다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억울해요!"[직장인 완생]

고홍주 기자 2023. 4.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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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허위 신고로 승진대상서 누락
노동위에 구제 신청할 수 있어
공기업이면 무고 고소도 가능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고홍주 기자 = #. 올해로 10년차 직장인인 A씨는 최근 승진대상에서 누락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사유는 몇 달 전 부하직원인 B씨로부터 제기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근무시간 자주 자리를 비우고 딴 짓을 하는 B씨의 태도를 지적하자 B씨는 부당하다며 반발했고, 이에 격분한 A씨가 쥐고 있던 물건을 던지듯 내려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게 화근이었다. B씨가 A씨 행동에 위협을 느꼈다고 사내에 신고를 한 것이다. 다행히 A씨는 조사를 통해 오명을 벗었지만 승진에는 고배를 마셨다. 인사팀은 신고 이력이 있는 사람을 승진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A씨는 "오히려 내가 허위 신고의 피해자이고, 백 번 양보해 다툼이라고 치더라도 나만 불이익을 받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9년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매해 신고건수가 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총 8901건으로 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신고건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법안에 대한 중요도와 관심은 높아지는 데 비해 제도상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A씨처럼 억울하게 신고를 당한 경우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허위 신고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A씨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A씨의 승진누락이 허위 신고 때문이었다면 고용부 산하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중앙노동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08년 KT가 정규 근로시간 전에 시작되는 아침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경고 처분 하고 근속승진을 누락한 것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 전에 열리는 아침조회는 초과근무로 봐야 하고 초과근무는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불참했다는 이유로 징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근속승진누락은 그에 따라 급여상의 불이익을 받게 돼 감봉과 비슷한 징벌적 효과를 갖는 것으로서 사실상 견책보다 가혹한 불이익제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 A씨는 B씨에게 무고죄의 죄책을 물을 수 있을까? A씨가 공공기관 혹은 공기업을 다닐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에게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단, 허위사실 신고 대상자가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어야만 한다. 위 사례의 경우 A씨가 사기업을 다닌다면 법 적용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사기업의 경우여도 허위신고자가 신고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얘기하고 다니는 등 피신고자의 평판을 훼손했다면 형법 제307조의 2,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는 있다.

이처럼 구제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법적 다툼 자체가 힘든 일이기에 제도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이 분석한 '직장 내 괴롭힘의 허위 신고 실태와 과제' 보고서를 보면 허위신고 대상자들은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 조항 및 규정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서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허위신고는 피신고인에게 누명을 씌우고 명예를 훼손하는 형태의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런 개선 조치는 허위신고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진짜 괴롭힘 신고에 대한 공정하고 적절한 대응 역량을 높이는 결과도 함께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한 중견기업 법무팀에서 근무하는 C변호사도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기업에서도 직장내 괴롭힘 사건을 엄격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한번 내려진 처분을 뒤집기는 어렵다"며 "여전히 대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사실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지만, 허위 신고에 대한 규정 등 법안이 보다 명확하게 개정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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