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이 거리...대한민국 역사와 문화가 숨쉰다 [사-연]
한주형 기자(moment@mk.co.kr) 2023. 4. 22. 13:33
세종대로 이야기
사진기자들에게 “지금 어디야?”라고 묻는다면 열에 여덟은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광화문.”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서울, 그 중심에 ‘사진 기록자’들이 터줏대감처럼 머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저 역시 경력이 10년이 채 되지 않는 햇병아리지만 지금까지 기자생활의 절반 이상은 이곳에서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진첩을 열고 사진들을 추려보면 배경 한 귀퉁이에는 작게나마 광화문의 처마가 걸려 있습니다.
세종대로는 광화문에서 시작해 시청광장과 숭례문을 지나 서울역 앞까지 이어집니다. 세종대로는 척추처럼 서울 도심을 가로지릅니다. 이를 축으로 종로, 을지로 등의 주요 도로가 횡으로 지납니다. 한때 세종로와 태평로로 불리던 이 길은 2010년 도로명을 개편하며 세종대로로 통합됩니다.
조선 초 정도전이 도성의 구획을 설계하며 경복궁 앞의 길 양옆으로 주요 관청을 배치합니다. 행정의 중심이 되는 6조의 관아가 모인 길이라는 의미로 이 길은 ‘육조 거리’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광화문 동쪽에는 최고 행정기구 의정부가, 서쪽(현 정부서울청사 자리)에는 군사기구 삼군부가 마주보고 위치했습니다. 지금도 이 길에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세종문화회관, 미국대사관, KT사옥, 프레스센터 등 주요 기관들이 줄지어 이어지며 ‘현대판 육조 거리’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육조 거리는 현 세종대로처럼 광화문에서 숭례문을 잇는 길은 아니었습니다. 조선 말기까지 육조 거리는 광화문에서 황토현(현 광화문네거리)까지였고, 궁에서 도성의 남문인 숭례문으로 가려면 종로로 꺾어 종각을 돌아 우회해야 했습니다(현 남대문로). 도성 외부의 기운이 길을 따라 궁궐로 이어지면 좋지 않다는 풍수지리학적 이유가 설계에 반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한말 고종이 아관파천 뒤 거처를 덕수궁으로 옮겨 가면서 길이 재편되어 태평로 구간이 생겼고, 지금의 형태가 갖춰지게 됩니다.
곧게 뻗은 세종대로는 광화문 광장의 확장으로 지금은 축소되었지만, 한때 이 길은 폭 100m, 왕복 20차선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도로였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 뒤로 중앙분리대가 이어지는, 널찍한 차선의 세종로의 모습이 지금은 낯설게 보입니다.
자료 사진들을 연도별로 들춰 보면 세종대로의 변화가 실감납니다. 1962년 미국대사관, 1970년 정부종합청사 등 1960년대 이후 규모 있는 건물들이 하나씩 완공되어 현 세종대로의 구성이 갖춰집니다. 당시 서울의 유일한 대형 공연장이었던 서울시민회관이 1972년 화재로 전소되고 그 자리에 세종문화회관이 지어지는 모습, 세종로 유명 극장이었던 국제극장(현 동화면세점 자리)이 헐리는 모습 등 거리의 변천사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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