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막는다며 국경 막았다가… "北 어린이 59% 필수 접종 못 해"

김태훈 2023. 4. 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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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상대로 한 방역 전쟁에서 대승을 거뒀다며 자화자찬을 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경을 걸어 잠근 탓에 북한 어린이 상당수가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못해 건강이 우려된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코로나19 방역 전쟁에서 북한이 신화에 가까운 대승을 거뒀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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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대승' 자화자찬하며 책자까지 펴내
정작 야외에서조차 마스크 못 벗는 현실
국경 봉쇄로 백신 등 의약품 반입도 차단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상대로 한 방역 전쟁에서 대승을 거뒀다며 자화자찬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내는 물론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코로나19가 두려워 떠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경을 걸어 잠근 탓에 북한 어린이 상당수가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못해 건강이 우려된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8일 보도한 사진. 야외인데도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이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22일 북한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 따르면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평양출판사는 그간 코로나19와의 투쟁 과정을 홍보하는 책자 ‘신화적인 방역 대승을 안아오신 위대한 사랑’을 펴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코로나19 방역 전쟁에서 북한이 신화에 가까운 대승을 거뒀다는 내용이다.

책자는 “인류의 사활을 걸고 몇 해째 벌어지는 비루스(바이러스)와의 치렬한 전쟁에서 방역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던 나라들까지 패전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사회주의 조선(북한)에서만은 방역전쟁에서의 련이은 승리만을 이룩해가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크게 허덕인 반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8월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영 딴판이다. 18일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데리고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는 모습을 전한 관영매체 보도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부녀는 마스크를 벗고 있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다. 북한 최대 명절인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맞아 열린 제8차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 사진을 봐도 관람객들은 실내에서 전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다. 북한 유튜브 채널 ‘송아’에 7일 업로드된 평양 시내 학교의 개학식 영상을 보면 야외인데도 행인과 학생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번에 나온 ‘방역 대승’ 책자는 코로나19 대유행 극복의 공을 국경 봉쇄 결정에 돌렸다. 책자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경 봉쇄와 같은 중대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참으로 엄청난 대가를 각오해야 하는것”이라면서도 이 조치는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딸 김주애를 데리고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이라며 공개한 사진. 김 위원장 부녀를 제외하곤 전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문제는 국경 봉쇄로 각종 백신 등 의약품의 북한 반입이 차단되면서 어린이들의 건강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는 점이다.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최근 공개한 ‘2023년 세계 어린이 현황’ 보고서를 인용해 2019∼2021년 북한에서 필수 예방접종을 전혀 못 받은 어린이 비율이 59%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 수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북한 어린이 약 50만명이 이 기간 단 한 차례의 예방접종도 받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명분 삼아 국경을 폐쇄하며 다른 질병 예방을 위한 인도적 백신 지원까지 막힘에 따라 초래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기준 북한의 5살 미만 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5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기준 북한의 기대수명은 73세로 한국(84세)보다 11년 짧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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