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현의 재난백서] 여러분이 입원한 병원엔 스프링클러가 있나요?
강세현 2023. 4. 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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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을 깨트린 불2018년 1월 26일 금요일 아침.
경남 밀양시에 있는 세종병원의 환자와 의료진은 주말을 앞둔 설렘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스프링클러도 방화문도 없었다세종병원 화재는 응급실 안 탕비실 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불이 막 시작됐을 때 병원 직원들은 스프링클러 없이 자체적으로 불을 끄려고 노력했지만 불가능했고 결국 초동 진화에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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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 미흡했던 세종병원에서 불…47명 숨져
스프링클러 있었던 세브란스병원에선 인명피해 없어
여전히 병원 10곳 중 6곳엔 스프링클러 없어
2018년 1월 26일 금요일 아침. 경남 밀양시에 있는 세종병원의 환자와 의료진은 주말을 앞둔 설렘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전 7시 30분, 1층 응급실에서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번지며 조용했던 병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세종병원 참사'가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세종병원 1층엔 응급실과 진료실이 있었고 2층부터 5층까지는 입원실이 있었습니다. 유독가스가 가득한 연기는 1층부터 한층 한층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불을 끄기 시작했지만 이미 건물엔 연기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결국 47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숨졌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화염과 연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1층과 2층에서 나왔습니다.
세종병원 화재는 응급실 안 탕비실 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천장 안의 전선에서 합선이 일어나 불이 난 겁니다. 불이 잘 보이지 않는 천장 안에서 시작된 점은 신고나 초동 대처를 늦춘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커다란 인명피해를 모두 설명할 순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프링클러의 부재'였습니다. 당시 ⓵층수가 11층 이상의 병원 ⓶바닥면적이 1,000㎡보다 넓은 4층 이상의 병원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세종병원은 4층보다 높은 5층이었지만 바닥면적이 394㎡ 정도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불이 막 시작됐을 때 병원 직원들은 스프링클러 없이 자체적으로 불을 끄려고 노력했지만 불가능했고 결국 초동 진화에 실패했습니다.
불이 난 1층에 방화문이 없었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힙니다. 방화문은 연기와 열이 퍼져나가는 걸 막아주는 중요한 시설입니다. 갑종 방화문은 약 1시간 동안 불길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방화문만 있었다면 병원 1층이 열기와 연기로 가득 찼더라도 빠르게 위층으로 번질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세종병원 1층엔 방화문이 없었고 연기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퍼졌습니다.
불법으로 만들어진 비 가림막은 연기의 통로가 됐습니다. 경찰은 "가림막이 없었다면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을 텐데, 가림막이 지붕 역할을 해서 연기가 병원으로 다시 유입됐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시설물을 만든 병원도 이를 방치한 지자체도 모두 책임이 컸습니다. 이후 유족이 밀양시를 상대로 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공무원들이 가림막의 존재를 알 수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세종병원에서 참사가 발생하고 8일이 지난 2018년 2월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도 불이 났습니다. 불은 3층 푸드코트에서 시작됐는데 수많은 환자와 의료진이 병원에 있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화재로 숨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세종병원과 달리 세브란스병원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었고 불이 최전성기로 향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구역별로 방화문도 작동해 연기와 열기가 퍼지지 못하게 했습니다. 8층엔 중환자실 등이 있었지만 연기가 유입되지 않았습니다. 소방 설비가 인명피해 0명과 47명을 가른 결정적 요인이 된 겁니다.
지난 4월 19일 발생한 전남 화순 요양병원 화재에서도 스프링클러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하 목욕탕에서 불이 시작됐는데, 당시 병원에는 136명의 환자와 50명의 직원이 있었습니다. 불길이 커지려는 순간 열을 감지한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렸고 불은 위층으로 번지지 않은 채 40여 분 만에 꺼졌습니다. 인명피해도 없었습니다.
세종병원 화재를 계기로 정부는 법 개정에 나섰습니다. 2022년 8월까지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인 병원급 의료기관은 스프링클러, 600㎡ 미만인 병원급과 입원실을 갖춘 의원급 의료기관은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모든 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갑자기 설치 유예 기간을 2026년까지 4년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이 감염병 환자를 치료해야 하고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병원 2,392곳 가운데 44%인 1,053곳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러분이 입원한 병원엔 스프링클러가 있나요?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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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 있었던 세브란스병원에선 인명피해 없어
여전히 병원 10곳 중 6곳엔 스프링클러 없어
금요일 아침을 깨트린 불
2018년 1월 26일 금요일 아침. 경남 밀양시에 있는 세종병원의 환자와 의료진은 주말을 앞둔 설렘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전 7시 30분, 1층 응급실에서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번지며 조용했던 병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세종병원 참사'가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세종병원 1층엔 응급실과 진료실이 있었고 2층부터 5층까지는 입원실이 있었습니다. 유독가스가 가득한 연기는 1층부터 한층 한층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불을 끄기 시작했지만 이미 건물엔 연기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결국 47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숨졌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화염과 연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1층과 2층에서 나왔습니다.
스프링클러도 방화문도 없었다
세종병원 화재는 응급실 안 탕비실 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천장 안의 전선에서 합선이 일어나 불이 난 겁니다. 불이 잘 보이지 않는 천장 안에서 시작된 점은 신고나 초동 대처를 늦춘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커다란 인명피해를 모두 설명할 순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프링클러의 부재'였습니다. 당시 ⓵층수가 11층 이상의 병원 ⓶바닥면적이 1,000㎡보다 넓은 4층 이상의 병원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세종병원은 4층보다 높은 5층이었지만 바닥면적이 394㎡ 정도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불이 막 시작됐을 때 병원 직원들은 스프링클러 없이 자체적으로 불을 끄려고 노력했지만 불가능했고 결국 초동 진화에 실패했습니다.
불이 난 1층에 방화문이 없었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힙니다. 방화문은 연기와 열이 퍼져나가는 걸 막아주는 중요한 시설입니다. 갑종 방화문은 약 1시간 동안 불길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방화문만 있었다면 병원 1층이 열기와 연기로 가득 찼더라도 빠르게 위층으로 번질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세종병원 1층엔 방화문이 없었고 연기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퍼졌습니다.
불법으로 만들어진 비 가림막은 연기의 통로가 됐습니다. 경찰은 "가림막이 없었다면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을 텐데, 가림막이 지붕 역할을 해서 연기가 병원으로 다시 유입됐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시설물을 만든 병원도 이를 방치한 지자체도 모두 책임이 컸습니다. 이후 유족이 밀양시를 상대로 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공무원들이 가림막의 존재를 알 수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47명과 0명
세종병원에서 참사가 발생하고 8일이 지난 2018년 2월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도 불이 났습니다. 불은 3층 푸드코트에서 시작됐는데 수많은 환자와 의료진이 병원에 있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화재로 숨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세종병원과 달리 세브란스병원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었고 불이 최전성기로 향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구역별로 방화문도 작동해 연기와 열기가 퍼지지 못하게 했습니다. 8층엔 중환자실 등이 있었지만 연기가 유입되지 않았습니다. 소방 설비가 인명피해 0명과 47명을 가른 결정적 요인이 된 겁니다.
지난 4월 19일 발생한 전남 화순 요양병원 화재에서도 스프링클러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하 목욕탕에서 불이 시작됐는데, 당시 병원에는 136명의 환자와 50명의 직원이 있었습니다. 불길이 커지려는 순간 열을 감지한 스프링클러가 물을 뿌렸고 불은 위층으로 번지지 않은 채 40여 분 만에 꺼졌습니다. 인명피해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안전할까?
세종병원 화재를 계기로 정부는 법 개정에 나섰습니다. 2022년 8월까지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인 병원급 의료기관은 스프링클러, 600㎡ 미만인 병원급과 입원실을 갖춘 의원급 의료기관은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모든 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갑자기 설치 유예 기간을 2026년까지 4년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이 감염병 환자를 치료해야 하고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병원 2,392곳 가운데 44%인 1,053곳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러분이 입원한 병원엔 스프링클러가 있나요?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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