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 흘리며 5시간 방치된 두살배기 아이는 지금도 밥을 먹지 못합니다”
가해 교사 “아동학대 아니다” 주장
피해 아동 父 "다친 아이를 즉각 응급조치 않고 사고를 축소·은폐·방임하는 것 또한 아동학대" 호소
지난해 4월13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두살배기 앞니가 함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는 이 일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그때 느꼈던 공포 등의 트라우마로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가족은 전했다.
그런데도 당시 아이를 5시간이나 방치한 교사는 “아동 학대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대형 로펌을 선임해 법정 대응을 하고 있다.
22일 세계일보와 만난 피해 아동의 아버지 권모씨는 “우리 아이 일을 계기로 다친 아이를 즉각 응급조치하지 않고 사고를 축소·은폐·방임하는 것 또한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인식이 커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권씨의 아들 구현군은 1년 전쯤 문제의 어린이집에서 치아가 함입(또는 탈출)되는 등의 큰 상처를 입었다.
당시 녹화된 폐쇄회로(CC)TV에는 권군을 돌보던 교사 A씨가 책장을 옮기던 매트를 끌어당기면서 근처에 있던 아이가 넘어져 책장 모서리에 아래턱을 부딪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권군은 이 사고로 고통을 호소하며 울었고 입에서는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지만, A교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구현이를 옆으로 밀어두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권군 왼쪽과 오른쪽, 앞쪽 아주 가까운 곳에 3명의 동료 보육 교사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되레 현장에 함께 있었던 다른 아이들이 입에서 피나는 권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등 사고를 알리는 듯한 모습이 CCTV에 담겼다.
A씨는 당시 부모에게 “아이가 혼자 놀다가 매트리스에서 넘어졌다”며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한다.
병원 진단 결과 권군은 앞니 두개가 함입(함몰)됐고, 치아가 일부 깨졌으며, 윗니가 아랫입술을 관통하는 상해를 입었다.
이에 급히 봉합 수술이 진행됐고, 앞으로도 영구치 손상 여부에 대해 장기간 관찰과 흉터 제거술 등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피해 아동을 진단한 의사는 아이 부모에게 “왜 아이를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느냐”고 강하게 질타하면서 큰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사고 후 아이는 무려 6개월간 심리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현재 구현군이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이 “구현이는 일반식은 먹지 않는다”면서 어린이집 배식 중단을 부모에게 요청했을 정도다.
구현 군을 진단한 의사 소견에 따르면 “앞니의 기능이 손상되고 신경이 죽어 통증을 느껴 식사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한다.
한창 성장할 나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영양 균형 등이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구현군의 아버지가 1년간 회사마저 그만두고 돌봄에 힘써 학대를 경험하지 않은 평범한 아이들처럼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다.
다만 아버지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 처지라고 한다.
가장 큰 고통과 피해는 구현군이 느끼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도 아이만큼이나 아프다고 한다.
권씨의 아내는 자녀의 사고로 수면제 없이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무려 석달이나 지속됐고, 아들과 함께 약 5개월간의 심리치료를 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현이가 큰 용기를 내 어른들을 더는 무서워하지 않거나 사고 직후보다 밝은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또 구현이의 아픔을 어린이집 등 주변에서 많이 이해하고 보살펴주고 있다고 한다.
이와 달리 구현이를 방치해 큰 상처를 입힌 가해자는 오히려 당당하다고 한다.
해당 교사는 사고 1년이 지난 지금껏 단 한마디의 사과조차 없었다고 한다. 되레 법정에서 “아동학대가 아니다”라며 결백을 주장한다고 전해졌다.
권씨는 “전 어린이집에는 과태료 100만원 처분이 전부였다”며 “사고 발생에도 어린이집과 교사는 공론화되기 전까지 영업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입장에서 1년이 지나서야 재판이 시작되고 피의자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여 언제 끝날지 모르는 법적 싸움을 해야 된다”며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학대 또한 2차, 3차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피해를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물보호는 저의 사명. 학대아동 같은 소외 이웃에도 관심 큽니다’라는 김건희 여사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며 “우리 가족뿐 아니라 다른 학대 피해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권씨 가족은 이번 사건으로 국선 변호사를 선임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친 구현 을 방치한 어린이집 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 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 중이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내달 2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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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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