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30억弗 외환스와프 SOS쳤지만···가스公은 ‘NO’
1년새 원·달러환율 200원 널뛰기
원화 가치 변동성 최소화 나섰지만
가스公 주주반발 의식 거절 관측 속
전문가들도 "외환스와프 체결 필요"
정부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한국가스공사와 외환스와프 체결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가스공사에 외환스와프 체결 의사를 타진했다. 기재부가 요청한 외환스와프 규모는 30억 달러(약 4조 원)로 건당 만기는 3개월이다. 기재부는 외환스와프 규모를 30억 달러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 값 상승으로 가스공사의 달러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외환스와프는) 가스공사의 달러 수요를 분산시켜 외환시장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가스공사가 환율 변동성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치솟으며 덩달아 급증한 가스공사의 달러 수요가 외환시장 불안정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LNG 값 상승의 여파로 지난해 천연가스 수입액(568억 3000만 달러)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308억 44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약 85%나 급증한 규모다.
하지만 정부의 제안은 가스공사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외환스와프 체결 시 환리스크에 노출돼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가스공사 측의 설명이다. 외환스와프 체결 이후 환손실을 보면 파생상품의 손실도 늘어나게 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환리스크 부담이 있어 내부 검토 끝에 (외환스와프) 체결은 힘들다고 봤다”며 “상장사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향후 에너지 가격이다. 국제 LNG 값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에 겨울철 난방 수요로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값이 오르면 LNG를 수입하는 가스공사가 시장에서 조달하는 달러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올 하반기 가스공사와 외환스와프 체결을 재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하반기 달러 수요가 지난겨울처럼 많으면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며 “(재추진은) LNG 가격 추이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30.4원까지 올랐다가 1328.2원에 마감했다.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 흐름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해 4월 12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6월 1300원을 돌파하더니 9월에는 1440원을 찍고 올 2월 다시 12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런 널뛰기에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국민연금과 100억 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를 체결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하면서 시장에서 달러 환전 수요가 크다 보니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한은은 이달에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규모를 350억 달러로 확대했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가스공사에 외환스와프 체결을 제안한 것도 같은 논리다. 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려면 달러가 필요하고 그 결과 원·달러 환율 급등 등 변동성을 초래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환율 관리를 위한 고육책 성격이 있다.
다만 가스공사와 국민연금의 결정은 엇갈렸다. 가스공사는 30억 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를 체결하자는 정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 리스크에 노출돼 외환스와프를 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상장사로서 주주 반발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만약 가스공사가 외환스와프 체결 후 환 손실을 입으면 이는 파생상품 손실로 잡혀 재무구조 악화로 연결된다. 가뜩이나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값 급등의 여파로 미수금이 10조 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파생상품 손실까지 늘어나면 주주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스공사는 이미 지난달 무배당을 강행하며 주주 반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달리 보면 제 코가 석 자인 가스공사에 SOS를 칠 만큼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크고 이런 불안감은 하반기로 갈수록 커질 수 있음을 외환 당국이 그만큼 우려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실제 안정세를 찾는 듯하던 원화 값은 최근 다시 출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내내 매일 10원 이상의 급등락을 반복했다. 이달 20일에는 한때 1330원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날도 장중 1330원을 찍었다.
특히 원화 약세의 주된 원인으로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 약화가 지목되고 있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국민연금과 가스공사에 외환스와프 체결을 요청한 배경에도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까지 14개월 연속 무역적자, 7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전년 동기 대비) 행진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부진에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성수기 도래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다시 뛸 수 있는 점도 정부가 가스공사에 외환스와프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최근 무역수지 적자와 성장률 저하 등을 고려하면 올해 경제 흐름이 정부가 전망한 ‘상저하고(上低下高)’대신 ‘상저하중(上低下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환스와프 논의가 무산돼 가스공사는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남게 됐다.
기재부도 가스공사와의 외환스와프 체결 여지를 남겼다. LNG 가격이 다시 급등할 경우 재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올 하반기 LNG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환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OPEC+의 감산 결정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 본격화로 원유 값과 연동된 LNG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펀더멘털 우려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가스공사) 외환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공법’인 가스요금 인상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가스공사가 외환스와프를 거절한 결정적 이유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수금에 있는 만큼 근본적 해결책은 요금 인상이기 때문이다.
올 4월 무역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려 1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다. 특히 수출이 7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올 들어 무역적자 규모는 이미 지난해 연간 전체 적자의 55.6%를 찍었다. 반도체가 39%나 빠진 것이 우려스럽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1억 3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적자가 19억 9600만 달러로 절반가량을 차지한 게 결정타였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14개월 연속 적자다. 대중 무역수지도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7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65억 8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55.6%에 해당할 만큼 심각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출은 324억 달러(통관 기준 잠정치)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감소했다. 지난해와 조업 일수는 같았지만 두 자릿수 빠진 것이다.
주력인 반도체 수출이 뒷걸음질 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9.3% 급감했다. 반도체는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석유제품(-25.3%), 철강(-12.6%), 무선통신기기(-25.4%)의 약세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품목 10개 중 8개가 줄줄이 마이너스다.
반면 자동차(58.1%)와 선박(101.9%)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특히 자동차(348억 5000만 달러)와 자동차 부품(123억 9000만 달러)을 합한 수출액은 472억 4000만 달러로 반도체 수출액(409억 3000만 달러)을 뛰어넘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자동차가 무역흑자 전체 1위에 오른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국가별로는 중국(-26.8%)과 베트남(-30.5%), 일본(-18.3%) 등으로의 수출이 줄고 미국(1.4%), 유럽연합(EU·13.9%) 등으로의 수출은 늘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수출 반등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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