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내 50% 사망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TAVI 시술’ 보험 적용됐지만 여전히 문턱 높아
환자 TAVI 시술 선택권 없고 외과·내과 의사가 모두 동의해야 시행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를 위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ㆍTAVI 시술)’이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21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의 ‘TAVI 급여화 1년,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대동맥판막협착증(aoric stenosis)은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이 충분히 흐르지 못하는 질환이다. 호흡곤란ㆍ가슴 통증ㆍ실신 등 3대 증상을 방치하면 2년 이내 50%가 사망한다. 80대 이상에서 10명 중 1명 이상이 발생하는데 고령화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TAVI 시술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가슴을 여는 개흉(開胸) 수술(대동맥판막 치환술ㆍ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ㆍSAVR) 대신 넓적다리에 있는 대퇴부 동맥을 통해 유도 철사를 넣어 대동맥판막을 통과한 다음, 철사를 따라 기존의 낡은 대동맥판막 안에 인공 판막을 끼워 넣는 시술이다.
TAVI 시술을 시행할 때 사용하는 인공 판막 확장법에 따라 풍선 확장형과 자가 확장형으로 나눌 수 있다. 시술은 보통 1시간 이내 끝나고, 시술받은 환자는 1주일 이내 대부분 퇴원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대개 고령에 기저 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수술 위험 부담이 큰데 TAVI 시술이 다수 임상을 통해 SAVR 수술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면서 안전ㆍ유효성이 입증됐다.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에서 “TAVI 시술은 개흉 수술(SAVR)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만 시행하는 차선책이 아닌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새로운 표준 치료법”이라며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은 75세가 넘으면 TAVI 시술을 우선 고려하는데, 우리나라는 80세 이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80세가 넘지 않으면 환자가 원해도 TAVI 시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강 교수는 “3,000만 원에 가까운 TAVI 시술 도구 비용의 8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하므로 수술 위험도가 높은 가슴을 절개해 시행하는 판막 수술(SAVR)을 택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1년 국내 도입된 TAVI 시술은 조건부 선별 급여에서 2022년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80세 이상과 수술 고위험군은 중증 질환 산정 특례 적용을 받아 본인 부담금 5%(150만 원)만 부담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수술 연관 사망 예측률이 4~8%인 중간 위험도군은 50% 선별 급여(환자는1,500만 원 부담) △수술 사망 예측률 4% 미만인 저위험도군은 본인 부담 80%의 선별 급여(환자는 2,400만 원 부담)를 적용받는다.
강 교수는 그런데 “TAVI 시술 시행 전 심장내과 2명, 흉부외과 2명, 마취통증의학과 1명, 영상의학과 1명 이상의 전문의로 구성된 심장통합진료팀에서 시술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해 전원이 동의해야 TAVI 시술을 시행할 수 있다”며 “게다가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TAVI 시술 정보를 받고 스스로 치료법을 결정할 권리가 전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심장통합진료팀이 TAVI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도록 돼 있다.
배장환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이사(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환자 상태가 매우 위중하고 전문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전원 일치 결정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데 한 명만 반대해도 TAVI 시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배 보험이사는 “심장통합진료팀은 언뜻 다학제 진료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는 물론 해당 환자를 가장 잘 아는 담당 주치의 의견도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 보험이사는 또한 “TAVI 시술이 지난해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확돼됐지만 모두 재료비에 대한 보상이며 TAVI 시술 행위 수가는 근거 없이 아주 낮은 48만 원으로 묶여 있다”고 했다.
배 보험이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수술적 접근 방법과 비교해 TAVI 시술 시간은 72%, 업무량은 97% 정도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비슷한 '경피적 폐동맥판막삽입술' 행위 수가의 3분의 1도 되지 못하는 수가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 보험이사는 “TAVI 시술 전 30% 정도의 환자는 TAVI 시술 기구가 판막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져 풍선확장술을 미리 시행하는 데 이 행위 수가가 TAVI 시술 수가의 2배가 넘지만 이 수가는 청구조차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최동훈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모든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심장 통합 진료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며 “환자들에게 최소한 TAVI 시술이라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해당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는 한편, 순환기내과ㆍ흉부외과 등이 협의해 최선의 치료 방침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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