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육수·다진 고기 올려진 칼국수… 든든한 추억 채우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가격도 착한 보쌈 식사·안주 어디에도 제격
절인 배추에 부추·마늘과의 ‘한쌈’ 환상 궁합
노릇하게 구워진 파전은 봄비 추억을 불러와
오랫동안 장사가 잘되는 변하지 않는 음식점들은 대단하다. 음식은 변하지 않을지언정 사람의 입맛은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 긴 세월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통틀어도 ‘맛있다’ 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곳들이 진정 맛집이란 생각이 든다. 나도 요리를 천직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그런 경지에 오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골목이라기보다는 좀 큰길가 2층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옛가칼국수는 메인 상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층에 위치한 이곳은 점심시간 때면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나의 20대 초 오래된 기억 속에서도 이곳은 늘 사람들로 붐비고는 했다. 동네 토박이인 나는 근처 직장인들이 찾아오는 점심시간을 피해 조금 한가해지는 시간대에 가게를 찾는다. 옛날엔 좌식이었던 곳이 이제는 번듯한 테이블이 생겼지만 가끔은 그 좌식 테이블에 앉아 뜨끈한 방바닥의 온기를 느끼며 채광 좋은 햇살을 받으며 턱을 괴고 칼국수를 기다리던 날들이 살짝 그립다. 따끈한 칼국수가 나오고 혼자 먹기엔 다소 많은 듯한 곁들여 나오는 배추김치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우유 빛깔의 다소 묵직한 느낌의 육수엔 약간의 다진 고기 고명과 김이 얹어져 있는데 보쌈을 시키면 나오는 곁들임 국물보다 이 칼국수 국물이 맛있는 이유가 이 고명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앳된 학생이었던 사장님의 아들은 어느덧 번듯한 청년이 되어 있다. 부모는 주방에서, 자식은 홀에서 가게를 ‘으쌰으쌰’ 꾸려 나가는 모습은 외식업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부러움이 한가득 밀려온다. 20년이 넘은 세월 동안 한자리에서 꿋꿋하게 음식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2대, 3대가 되어 앞으로도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동네 맛집이 되면 좋겠다.
옛가칼국수의 주력 메뉴는 역시 칼국수다. 직접 반죽한 국수와 다소 묵직한 고기 육수가 한데 어우러진 칼국수는 따로 다진양념을 넣지 않아도 심심한 간이 되어 있다. 국물은 묵직한 감칠맛과 깊은 맛이 올라오는데 고기 육수로 낸 그 뽀얀 국물이 속을 뜨끈하게 데워 준다. 칼국수와 함께 나오는 김치는 이 옛가칼국수의 시그니처다. 고운 새빨간 옷을 입은 듯한 양념이 잘된 옛가칼국수의 배추김치는 한때 배추 파동이 나 음식점들이 김치를 아끼고 숨기던 시대에도 아낌없이 접시 위에 올라와 동네 사람들에게도 더 신뢰를 쌓아 맛집으로서의 명성을 이어나갔다. 또 밥은 무료로 제공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는 나 자신을 보면 옛가칼국수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과식이 아닐까 싶다.
비 내리는 날엔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시원한 동동주와 넓은 팬에 노릇하게 구워낸 파전이다.
〈재료〉
쪽파 100g, 밀가루 80g, 물 150mL, 소금 1/2티스푼, 카레가루 1티스푼, 새우 5마리, 오징어링 3개, 기름 약간, 간장 50mL, 식초 10mL, 설탕 1/2티스푼, 양파 30g
<만들기>
① 밀가루는 체에 쳐 준 후 물과 소금, 카레가루를 넣어 반죽해 준다. ② 쪽파를 손질한 후 반죽에 버무려 준다. ③ 해산물도 한 입 크기로 손질 후 사이사이 곁들여 준다. ④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두른 쪽파를 일렬로 잘 펼쳐 구워 준다. ⑤ 노릇한 소리와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 파전을 뒤집어 준다. ⑥ 간장, 식초, 설탕을 섞어 초간장을 만들어 주고 작게 자른 양파를 절여 함께 곁들여 준다.
다이닝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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