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왜 핵폭탄을 지지하나"… BBC 보도 '눈길'
김태훈 2023. 4. 22. 12:01
국민 4분의 3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
BBC "트럼프의 동맹 무시 언행이 영향 미쳐"
'확장억제' 논의할 한·미 정상회담 결과 주목
BBC "트럼프의 동맹 무시 언행이 영향 미쳐"
'확장억제' 논의할 한·미 정상회담 결과 주목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시점에 영국 BBC 방송이 최근 한국인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하는 자체 핵무기 보유론을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끈다. 현재 윤석열정부는 핵무기 개발에는 선을 그으면서 미국으로부터 보다 더 실효성이 있고 한국의 참여도 충분히 보장되는 확장억제(핵우산)에 관한 약속을 얻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BBC는 21일(현지시간) 보도한 ‘한국은 왜 핵폭탄을 원하는가’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인 상당수가 자체 핵무기 개발 및 보유를 지지하는 최근 경향을 다뤘다.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갤럽이 지난 연말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뒤 올해 초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무려 77.6%가 ‘한국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대중의 4분의 3이 핵무기 보유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시한 BBC는 윤 대통령이 올해 초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시사한 점, 한국인들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커다란 위기감을 느끼는 점, 이 문제를 놓고 곧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점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
1970년대 박정희정부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던 점도 거론됐다. BBC는 “미국이 이를 알고 (핵무기 보유 시도를 포기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면서 “결국 미군이 한국에 계속 주둔하며 한국 안보를 책임지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전했다.
BBC는 평범한 한국인들을 상대로 핵무기 보유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는 남성은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를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6·25전쟁을 겪었다는 80대 여성도 “원래는 핵무기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세상이 변했다”며 “다들 핵무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핵무기 없이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BBC는 한국의 여론이 이렇게 흘러가는 데에는 미국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한국을 안보 무임승차자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이 쓰는 방위비는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위협했다. 많은 한국인이 그때부터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기는커녕 아예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키고자 핵무기 사용에 관해 한·미가 보다 더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중될 때 핵무기로 대응할지 말지 여부를 미국 혼자 독점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한국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핵무기와 관련해 서로 협의하는 나토식 핵공유에 빗대 이를 ‘한국형 핵공유’라고도 부른다. 물론 핵무기와 관련한 기밀을 타국과 공유한다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굉장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BBC에 “미국은 핵에 관한 정책을 한국과 논의하길 꺼린다”며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관한 윤 대통령의 언급을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BBC는 한국이 실제로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탈퇴하는 순간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한국이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BBC는 NPT 체제를 위협하며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는 이란 등이 값비싼 대가를 치른 점을 상기시키며 “미국은 한국 방위에서 손을 떼고, 중국은 각종 제재와 보복 조치로 한국을 괴롭히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자 핵무기 개발을 향한 다수 한국인들의 열망은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