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토크] 신인 아닌 신인그룹···아이돌 서바이벌에 '경력직' 늘어나는 이유
바야흐로 다시 서바이벌 천하다. 아이돌 그룹에 이어 트로트가 유행하더니 현역 가수들끼리 새로운 그룹을 결성하는 서바이벌까지 등장했다. 이른 바 ‘경력직’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배경을 던져 버리고 평가받는 자리에 다시 서는 이유는 뭘까.
◆ 세대 교체 빨라진 K팝 시장, 재도전은 선택 아닌 필수
K팝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븐틴, 블랙핑크 같은 3세대와 아이브, 뉴진스 같은 4세대가 공존하는 시대에 5세대 아이돌에 대한 언급이 시작된 상황이다. 아이돌의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는 방증이지만, 그만큼 사라지는 이들도 많아졌다. 지난해 그룹 버가부, 핫이슈, 루나솔라, 블링블링 등은 결성 1년여 만에 해체하며 달라진 세태를 체감하게 했다.
우후죽순 생기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여럿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팀의 성패가 짧은 시간 내에 가름 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 됐다. 그룹 CLC 출신 최유진이 데뷔 7년 차에 Mnet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에 출연해 그룹 케플러로 재데뷔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 선례다.
최근에는 새 보이그룹을 데뷔시키는 Mnet ‘보이즈 플래닛’과 MBC ‘소년판타지 - 방과후 설렘 시즌2'(이하 ‘소년판타지’)가 대표적이다. 데뷔 8년 차인 그룹 펜타곤 후이(이회택)와 그룹 INX 출신 김지웅은 연습생 신분으로 ‘보이즈 플래닛’에 도전했다. 가수 겸 배우 비가 키운 그룹 싸이퍼의 케이타, 태그(‘보이즈플래닛’)와 문현빈(‘소년판타지’)은 데뷔 2년 만에 오디션 참가자가 됐다.
전현직 아이돌 멤버들끼리 경쟁하기도 한다. 카카오TV ‘소녀 리버스’, Mnet ‘퀸덤 퍼즐’은 참가자들이 모두 경력직으로, 프로젝트 그룹으로 재데뷔하는 것이 목표다. 팀에 가려진 개인의 매력과 실력을 내세울 수 있는 도전 창구 혹은 팀 해체 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길이다. AOA 출신 찬미(도화)는 ‘소녀 리버스’ 탈락 당시 “내려놓고 포기한다는 마음보다는 더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경험이 하나 더 추가된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참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서바이벌에 도전하는 이들의 최종 목표가 모두 재데뷔는 아니다. 팀의 부진 속에서 홍보성 출연도 있다. 가요계 관계자 A씨는 “자체 콘텐츠 등의 수단도 있지만 팬들만 찾아보는 게 아닌 (대중이 관심 가질 수 있는) 방송을 통해 팀을 알릴 기회를 찾는다. 중소 기획사의 경우 방송 출연 기회 자체가 쉽지 않으니, 오디션 프로그램을 발판으로 삼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 신인 그룹의 소속사 관계자 B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것은 최종 데뷔조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가 아닌 팀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 비추는 것을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높은 순위를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아이돌들도 재도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 C씨는 “팀 해체 후 개인 활동을 하는 멤버들이 팀 인지도에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경험했던 것을 기반으로 각개전투할 수 있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 꿈 잃지 않는 소년·소녀들
결국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명력이 길어지는 이유는 참가자들의 절박함 덕분이다. 소속 그룹이 있는 아이돌에게도, 해체한 아이돌에게도 간절한 기회이기 때문에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된다.
그룹 TO1 출신 차웅기는 Mnet 서바이벌 ‘투 비 월드 클래스’ 통해 데뷔한 지 2년여 만에 팀을 탈퇴하고 ‘보이즈 플래닛’에 재도전했다. 마지막 경연 전 탈락한 그가 전한 소감은 서바이벌 오디션 출연의 의미를 되새긴다.
“제가 다시 ‘보이즈 플래닛’을 한다고 했을 때 ‘하고 싶은 거랑 할 수 있는 건 다른 거라고. 넌 이미 수명을 다했다. 현실을 볼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아닌 것 같거든요. 저는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저 차웅기라는 사람의 가능성을 봤고 더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팀명을 감추고 팀전으로 겨루는 JTBC ‘피크 타임’ 역시 아이돌들의 꿈에 대한 의지가 서사가 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는 무명 그룹은 최종 우승을 거두며 배너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데뷔 4년 차 그룹 BAE173 역시 재평가를 받고 있다. 멤버 준서는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팀으로 단단해진 느낌도 들었고 개개인을 보여주기에도 좋은 시간이었다. 확실한 내 색깔과 캐릭터를 찾은 것 같아 앞으로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오는 6월에는 포맷이 변경된 ‘퀸덤’ 세 번째 시리즈 ‘퀸덤 퍼즐’이 방송된다. 전현직 걸그룹 멤버들을 퍼즐처럼 조합해 글로벌 프로젝트 걸그룹을 완성하는 포맷으로, 아이즈원 출신 야부키 나코, 혼다 히토미와 러블리즈 케이, 모모랜드 주이, 라붐 해인 등이 물망에 올랐다는 전언이다. 꿈을 잃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기대가 모인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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