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망대에 찾아온 봄 희망의 전시

이상현 2023. 4. 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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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봄 기운이 완연한 요즘, 북한을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도 시민들 발길이 이어진다는데요.

이곳에서 최근 특별한 전시가 시작됐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정전 70주년을 맞아 분단과 화합, 그리고 통일을 주제로 인근에 있는 갤러리와 5명의 작가들이 뭉쳐 기획한 전시라는데요.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2008년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첫 갤러리로 문을 열었다는 한 전시관.

70년 역사의 출판사를 모태로 한 화랑답게 쉽게 볼 수 없던 한국미술의 걸작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는데요.

그 한켠에 정전 70주년을 맞아 새로 꾸며진 전시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안수연/갤러리박영 대표] "저도 지역적으로 이쪽(파주)에 있다보니까 자꾸 북쪽 하늘을 바라보게 되고 그런 생각들을 좀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남북관계라든지. 그래서 제가 '언젠간 기회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정전 70주년인) 올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구름에 가려진 하늘을 촬영한 사진으로 희망을 표현해봤고, 밤 하늘에 떠 있는 특이한 모양의 말풍선은 평화통일의 염원을 은유적으로 담아 성명서를 냅니다.

[구본민/갤러리박영 큐레이터] "밤이라는 시간적인 배경을 마치 남과 북의 현재 상황을 빗대어 설정을 해줬다고 해요. 불안한 감정들과 현재의 통일에 대한 염원들을 이 말풍선 안에 담아주고 털로 덮어서 작업을 마무리해 줬습니다."

수직과 수평, 곡선과 직선의 조화를 추상적으로 표출해 화합어린 통일의 과정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그린후 이를 물감으로 덮은뒤 특수렌즈로 두 화면이 교차돼 드러나게 한 작품도 눈에 띄었습니다.

[문건희/갤러리박영 큐레이터] "안중근 의사가 우리나라에서는 독립운동가, 애국자이시지만 일본인의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일개 테러리스트에 불과한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모순됐다고 느껴서 이렇게 모순된 평가, 모순된 상황 속에 놓여진 인물들을 이런 식으로 렌티큘러 (렌즈) 작업을 계속 하고 계세요."

이런 작품들이 더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는 인근의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았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는 저 임진강 너머 북한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요. 저 북한 땅에도 보시는 것처럼 봄 기운이 완연하게 찾아왔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역시 초록의 기운이 조금씩 올라오던 북한 지역을 조망하는 상춘객들로 전망대는 북적였는데요.

[조도손/재미교포] "봄을 맞은 산천은 똑같네요. 그런데 이쪽은 화려하고 저쪽은 어둡고 그렇게 보이네요."

이런 남북의 봄을 염원하는 작품들로 통일전망대 전시장 역시 꽉 채워졌습니다.

먼저 입구는 시민들이 하늘을 찍은 사진들로 꾸며졌고요.

구름 사이의 빛줄기와 그 빛줄기 쏟아지는 하늘 사이를 거닐며 희망을 느껴보게 했습니다.

[최은정/설치미술 작가] "모든 시민이 합쳐져서 하나됨을 염원하는 희망처럼 가가호호 모든 집의 많은 구성원들의 희망이 더 나아가서 사회의 희망이 될 수도 있고 그게 국가의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올해 칠순이 된 노작가는 다양한 색채와 모양으로 태극 문양과 한반도를 표현함으로써 다양한 시각에서 남북을 상상하고 바라보고 구상하게끔 해봤습니다.

[박승순/비구상미술 작가] "여러 개의 물성이 모여서도 조화를 이루면 하나의 통일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것을 전달하고 싶었고요. 이북이 5도 이남이 8도 해서 13개의 오브제로 이어져서 우리가 하나가 된다면 13개가 함께 갈 수 있다라는 아주 강한 저의 소망을 담아본 작업입니다."

태극기를 추상적으로 담아낸 작품도 눈에 띄었고,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을 상징하는 구름에선 검은 비가 내리고 이 비가 떨어지는 캔버스 아래엔 실제 흙을 쌓고 씨앗까지 뿌렸습니다.

[안수연/갤러리박영 대표] "인간이 처음메 쑥을 먹었던 것을 떠올리면서 쑥 씨를 뿌리셨어요. 1주일에 한번씩 물을 주면 햇빛은 안 들어오지만 혹시라도 싹이 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그걸 희망이라고 우리가 부르자 이런 생각을 갖고 하셨는데 전시가 시작된 2주 만에 새 싹이 났어요."

그리고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을 준비했던 장소에서 두 선비가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선보이는 춤사위.

겹겹으로 되어있는 문을 하나씩 하나씩 열다 보면 결국 통일의 문도 활짝 열릴 것이란 희망도 실향민 2세 작가의 렌즈에 담겼습니다.

[이동춘/사진가(실향민 2세)] "통일을 못 보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저는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얼마나 아버지가 가고 싶었던 곳이 고향인지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알아요. 아이들에게 통일에 대한 이야기,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남북의 경계에서 펼쳐진 희망의 메세지들.

남북에 찾아온 완연한 봄 기운와 함께 한반도의 봄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76548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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