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케트도 땅크도 다있다" 북한 초등학교 교과서
◀ 김필국 앵커 ▶
지난 시간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학부모가 되면서 달라져 가는 북한 모습 살펴본 데 이어서 오늘은 북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떤 걸 배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오늘 주제가 북한의 초등학교 교과서 얘기인데요. 혹시 처음에 입학했을 때 어떤 교과서를 공부했었는지 기억나세요?
◀ 김수경 ▶
제가 따져보니까 초등학교를 입학한 게 40년 전 일이더라고요. 정말 옛날 일인데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이라는 이 바른 생활이 보통 국어 도덕 사회가 합쳐진 교과서인데 그 첫 장을 보면은 파란 하늘에 우리 태극기라고 해서 사람들이 모여서 이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는 삽화랑 같이 그렇게 첫 장이었던 게 기억이 나거든요.
◀ 차미연 앵커 ▶
저도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이거 기억나는데 저는 아직 그 태극기까지 기억이 안 났었는데 교수님 말씀 들으니까 생각이 나네요.
◀ 김필국 앵커 ▶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국어, 산수, 사회, 자연 뭐
◀ 차미연 앵커 ▶
진짜요?
◀ 김필국 앵커 ▶
영희하고 철수가 나오긴 했어요. 그런데 북한은 어떤가요?
◀ 나민희 ▶
북한도 이제 초등학교 때는 국어 수학 자연 이런 것도 배우고 그리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어린 시절 이렇게 따로따로 세 과목으로 있고 사회주의 도덕이라는 과목이 있어서 여기서는 이제 예의범절 이런 걸 가르치고 음악 체육 뭐 이렇게 이런 과목들이 쭉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렇군요. 북한 학생들은 어떤 교과서로 수업을 받는지 궁금한데요.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엄마, 새 교과서들이 정말 좋아요." "이것 봐 교과서에 로케트도 땅크도 다 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TV가 소개하는 이곳은 새 교과서를 인쇄하는 교육 도서 인쇄 공장입니다. 북한의 교과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한 초등학교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 40권, 중학교 때 90권의 교과서를 받는다면서 무상교육 정책을 선전합니다.
[김옥경/김성주소학교 교원] "학생들은 소학교 전 기간 130여 건의 교과서를 국가로부터 거저나 다름없이 보장받게 됩니다, 학생들이 받은 교과서만 쌓아놓아도 아마 소학교 학생들의 키는 넘을 것입니다."
◀ 나민희 ▶
저 때는 교과서가 부족해서 위에 선배, 선배들이 공부한 걸 저희가 이제 물려받고 그렇게 해서 보고 또 돌려주고 이제 반납하고 이랬었거든요. 그래서 근데 지금은 좀 많이 바뀌었네요. 교과서가 저렇게 많이 생산된다고 하는 걸 보니까
◀ 김필국 앵커 ▶
김정은 집권 이후에 교육 개혁과 함께 북한 교과서도 바뀌었다는데요. 어떻게 달라졌나요?
◀ 김수경 ▶
일단 2013년에 기존에는 11년 의무 교육이었는데 12년으로 늘리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까 아무래도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서 교과서도 새롭게 만들게 됩니다. 가장 큰 특징으로 보자면 영어 교육하고 컴퓨터 교육 같은 게 좀 강화가 됐구요. 일각에서는 반미가 아주 강하게 작동하는 사회에서 영어를 이렇게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게 좀 아이러니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어쨌든 그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고 또 적을 잘 알아야만 그 적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차원에서 아마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 같구요, 그리고 또 사상 교과가 변화된 걸 볼 수가 있는데요.김정은에 대한 과목도 새롭게 들어오게 되는 거죠. 새로운 과목이 들어오다 보니까 기존의 사회주의 도덕 시수가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특징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아까 그 영상에서 잠깐 보였지만 교과서 과목이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그런데 북한 교과서 얘기할 때 아까 나민희 씨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 교과를 좀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나민희 ▶
북한에서는 이제 암기만 잘해도 대학을 간다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이렇게 암기하는 과목, 이 정치사상 과목이 다 암기하는 쪽이잖아요. 그 비중이 되게 크거든요. 그래서 소학교 때는 어린 시절로 들어가요. 그래서 김일성 대원수님의 어린 시절 이런 식으로 어떤 사건 하나에 집중해서 배우다가 이제 초급중학교에 올라가게 되면 혁명 활동이라고 해서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배우다가 김일성 대원수님의 혁명 역사 이런 식으로 해서 역사적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이제 그 생을 마감한 순간까지 배우는 형식인 거죠.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도 일주일에 1시간 이상 배우는데 중학교 고등학교 올라가게 되면 어떨 때는 일주일에 2시간, 3시간씩 이런 정치사상 과목을 공부할 때가 많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이 2013년 교육 제도를 개편하면서 새로 펴낸 교과서. 그 내용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우리나라 중학교에 해당하는 초급중학교 영어 교과서입니다. '김정은 장군님의 진정한 아들과 딸이 되자'라고 영어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고급중학교의 물리교과서인데요, 북한이 개발한 로켓인 '은하 9호'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교과서에서 핵과 미사일의 원리를 가르치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한편 국어 교과서에서 나오는 질문인데요, 김일성의 일화를 그린 시 한 편을 지문으로 제시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초등학교 교과서도 이런 우상화 내용이 들어있나요?
◀ 나민희 ▶
초등학교에 소학교 1학년 때 국어를 이제 가르치는데요. 그때는 아무래도 한글을 처음부터 이제 시작해서 가르치잖아요. 근데 인민군대 될테야라는 시가 있었어요. 좀 짧은 시인데 이게 ㅚ와 ㅟ를 가르치는 항목에서 될 테야에 ㅚ가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인민 군대 되겠다라는 어떤 그 의지를 나타낸 시라고 해야 될까요? 그 모음을 이런 쪽에다가 넣어가지고 이렇게 가르치는 거거든요.
◀ 차미연 앵커 ▶
단지 모음을 배우고 싶을 뿐인데.
◀ 나민희 ▶
수학 교과서를 또 보게 되면 이것도 초등학교 과정이긴 합니다마는 김정은 원수님의 배려로 새롭게 선 아파트에서 뭔가 이제 나무를 심으려고 하는데 나무 사이 간격을 얼마로 하면 좋을까요? 이런 식으로 앞에는 우상화 내용이고 뒤에는 수학 문제로 이렇게 잘 결부시켜서 요소요소에 이렇게 우상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 같습니다.
◀ 김수경 ▶
단지 정치 사상 교과에만 그런 내용이 들어간 게 아니라 일반 교과에도 요소요소에 그런 우상화라든가 북한의 체제에 대한 선전 내용이 들어가게 되는 건데요. 북한의 모든 것 교육 문화 상관없이 모든 것은 다 목적이 있습니다. 그 목적은 결국 혁명의 위업을 달성하는 것이 목적인 거거든요. 보통은 교과서 첫 페이지에 김일성이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김정일이 이렇게 말씀하시었다라는 식으로 이렇게 말을 직접 인용해서 교과를 왜 배워야 되고 우리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정당화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북한은 교육도 그 아이 개인의 어떤 자기 개발이나 잠재적인 역량을 개발하는 거라기보다는 결국 국가를 위해서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 혁명가를 만드느냐 여기에 초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에선 새 학기가 시작될 때면 조카들한테 가방이나 학용품을 선물로 주기도 하잖아요. 북한은 어떨까요?
"학생들이 우리가 만든 소나무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갑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아이들이 메고 있는 소나무 책가방. 김정은 위원장이 아이들용 책가방에 소나무라는 이름을 붙인 일화가 유명할 정도로 북한에서는 친숙한 책가방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방송은 이런 가방이나 학용품을 당국이 무상으로 공급한다면서 가방 사태, 가방 풍년이란 말을 합니다.
"가방사태, 가방풍년 여기에는 애국의 마음을 간직하도록 하시기 위해 바쳐오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헌신의 노고가 깃들어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한편 북한 TV는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 명절을 맞아서 아이들에게 소나무 책가방, 민들레 학습장과 해바라기 연필 등을 선물로 보냈다며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가방 사태, 가방 풍년 이런 표현이 인상적인데요.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게 그만큼 물자가 부족했었다 하는 걸 반증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나민희 ▶
아무래도 저희 때 제가 이제 초등학교를 입학할 때에도 가방을 공급해 주기는 했었거든요. 근데 그때는 좀 재질이 너무 안 좋았어요. 비닐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냥 좀 몇 번 책을 한 몇 권만 더 넣으면 막 뜯어지고 그랬어가지고 계속 수리하다 수리하다 수리가 안 돼서 한 번은 막 학교에서 이제 일괄적으로 다 걷어서 가지고 가서 수리를 다 단체적으로 해서 온 적도 있었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교복도 분명히 내 치수를 재서 가서 만들어 왔는데 입어보면 막 한 뼘 차이가 나고 막 그래가지고 부족한 형편에서 어쨌든 그렇게 나눠주려고는 하지만 어쨌든 질이라든가 이런 게 안 좋고 그리고 내주는 교복도 질이 매우 안 좋아가지고 장마당에서 사 입어야 됐었고 그랬던 적이 있었죠.
◀ 김수경 ▶
무상교육은 북한이 자신의 체제를 선전하는 가장 좋은 것 중에 하나거든요. 우리 사회는 이렇게 무상으로 모든 교육을 제공한다. 그렇다 보니까 보통 교육법에 보면 교과서랑 학용품이 부족하거나 학교 시설이 낙후돼서 이런 식의 교육 관련 상품을 이용해서 비리를 저지르는 자들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의 내용이 들어 있어요. 그만큼 북한이 처했던 어려움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고 이걸 이렇게 보통 교육법의 조문에 넣을 정도라면 그만큼 무상교육이 잘 이루어지도록 굉장히 북한 사회가 애를 쓰고 있었구나 그런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교과서도 그렇고 북한 교육 환경도 좀 달라지는 것 같긴 한데요. 북한 교육 변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 김수경 ▶
북한이 2013년에 12년제로 의무 교육을 만든 이후에 올해가 이제 11년 차가 됩니다. 보면은 북한이 세계적으로 비슷한 소득 수준의 어떤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교육 사정이 나쁘지는 않은 편입니다. 기초 교육이라든가 고등 교육의 취학률 같은 것들이 그렇게 나쁘지 않고 또 문해율 같은 것들도 문해력도 높다는 분석이 있어서 북한이 나름대로는 교육에 굉장히 애를 쓰고 국가가 주도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투자를 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아요. 다만 어떤 정치 사상이라든가 특정 인간형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그러한 교조적인 부분만 삭제한다면 북한도 교육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는 대목이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나민희 ▶
북한에 있을 때 정말 김일성 김정일 혁명 역사를 달달달달 외우고 살았거든요. 오니까 여기 오니까 뭐 어민들디 쓸 데도 없더라고요. 정말 그 아까운 시절을 정말 괜한 공부를 했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제 그런 측면에서 좀 변화가 됐으면 좋겠다. 세계 역사라든가 세계 지리라든가 정말 방대하잖아요. 듣다 보면 재밌는 내용도 되게 많고. 이런 것들을 좀 북한 학생들에게 좀 많이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조금 변화가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오늘 북한의 초등학교 교과서를 잠깐 살펴봤는데요. 아이들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교육도 받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남북한 아이들이 모두 평화롭고 행복하게 마음껏 꿈꾸고 배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76547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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