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 역린 건드린 ‘승부조작 사면’… ‘서로 돕고 산다’는 축구인 헌장 실천?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묵은 상처 다시 들춰내는 꼴” 지적 많아
사면 철회 알린 입장문에도 ‘뒷말’ 무성
정치권도 들썩… ‘사면 박탈법’ 발의 예고
‘우리는 축구 가족이다. 서로 돕고 산다.’(Help each other as a football family)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포함된 사면 의결은 국내 프로축구(K리그) 팬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2011년 축구계를 뒤흔든 파문의 충격을 10년 넘도록 생생하게 기억하는 팬이 적지 않은데, 상처를 다시 들춰내는 꼴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사면 의결 직후 성명을 내고 “공든 탑을 쌓는 마음으로 조금씩 올바르게 성장하던 K리그와 한국 축구였다”며 “협회 수뇌부가 12년간 모두의 노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 1~2일 K리그 경기가 열린 전국 경기장 관람석에서도 ‘팬들은 개·돼지가 아니다’, ‘용서를 왜 협회가 하는가’, ‘승부 조작 死면’ 등 문구가 적힌 걸개들이 내걸렸다.
사면 철회를 알린 축구협회 입장문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입장문에서 ‘충분히 반성했고 죗값도 어느 정도 치렀으니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떠냐’는 제안의 주체로 지목된 ‘일선 축구인’이 누구냐는 비판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그야말로 내 식구 감싸기 아니겠냐”는 등 부정적 반응이 줄을 잇는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 31일 사면 철회를 알리는 입장문에서 ‘일선 축구인’들의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도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계몽과 교육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고 사면 의결의 배경을 설명했었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판단으로 축구팬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는 게 정 회장의 전언이었다.
당시 승부 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창원지검이 2011년에 기소한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는 모두 59명이다. 그해 기준으로 내국인 선수(603명)의 10% 수준이었다.
승부 조작의 광범위한 확산으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던 그때의 축구인들은 어디에 있느냐는 비판에 정치권도 들고 일어났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이른바 ‘축구협회 사면 완전 박탈법’ 발의를 예고했다. 승부 조작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축구인은 반드시 퇴출한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국민체육진흥법’의 대한체육회 관련 규정을 손대는 게 골자인 이 법은 △승부 조작 △횡령·배임 △성폭력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체육인 징계는 아예 향후 감면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는 축구협회의 상급 단체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축구해설위원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엠에서 문화연대 등의 주최로 열린 ‘축구협회 징계 사면 사태의 문제점과 이후의 쇄신 과제’ 주제 토론회에 참석해 “축구협회 공정위원회(옛 상벌위원회) 위원장은 법조인인데, 대한체육회 규정과 상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통과됐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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