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 관람료 인하?... 영화계 살릴 묘안은 [빨간불 켜진 K콘텐츠]

라제기 2023. 4.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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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가 고사 위기에 처하자 제작사와 인력들은 드라마로 향하고 있다.

영화 대신 드라마가 영화인의 생계와 미래를 책임져 줄 수 있을까.

영화계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으로 제작사가 얻는 수익은 크지 않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극장이 힘드니 영화인들이 일단 OTT 드라마로 몰려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얼마나 지속 가능한 일인지 회의감이 들기는 한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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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드라마 제작 몰리나 큰 수익 안 돼
관람료 인하 주장 불구 "효과 미미" 반론도
"영화 OTT 직행 막고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는 영화 '범죄도시'(2017)로 유명한 강윤성 감독이 연출했다. 강 감독의 차기작 역시 드라마로 알려졌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한국 영화가 고사 위기에 처하자 제작사와 인력들은 드라마로 향하고 있다. 영화 대신 드라마가 영화인의 생계와 미래를 책임져 줄 수 있을까. 영화인 대부분은 고개를 젓는다. 드라마가 당장 돈벌이가 될 수 있으나 차기작에 재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영화인들은 정부의 투자 활성화 방안 마련, 플랫폼별 수익원 다양화, 영화의 본질 찾기 등을 대안으로 꼽는다.

영화계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으로 제작사가 얻는 수익은 크지 않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제작사에 제공하는 제작수수료는 최근 제작비의 10%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1, 2년 전까지만 해도 제작수수료는 10~20%였으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낮아졌다.

적은 수수료를 받고 드라마를 제작해도 추가 수익을 얻기 힘든 구조적 문제점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은 넷플릭스의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했음에도 공식적으로는 추가적인 수익 공유가 없었다. 큰 이익을 남기는 일이 불가능하니 제작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다음 작품에 재투자하기 힘든 구조다. 최근 영화계에서 영화 제작을 ‘납품’이라고 자조하는 이유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극장이 힘드니 영화인들이 일단 OTT 드라마로 몰려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얼마나 지속 가능한 일인지 회의감이 들기는 한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공동 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연출 데뷔작으로 드라마 '러닝메이트'를 택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일부 영화인들에게서 관람료 인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관람료를 낮춰 잠재 관객을 유인해 극장 관람을 활성화하는 데서 실마리를 풀자는 주장이다. ‘도둑들’(2012)과 ‘암살’(2015)의 최동훈 감독은 지난 2월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한 ‘디렉터스 체어’ 행사에서 “‘지금까지 힘들었지만 이제 가격을 내렸으니 영화를 봐주세요’라는 사인(신호)이 우리도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해 관람료 인하 논쟁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극장가를 중심으로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기도 하다.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물가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관람료 인하는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라며 “한국 영화들이 관람료에 맞는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는지를 되돌아보고 관객이 만족할 영화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책 마련을 위해 범영화인 협의체를 만들어 영화 생태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플랫폼별 수익 다원화를 위해 영화 OTT 직행 금지, 영화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모태펀드 참여, 영화ㆍ드라마ㆍ애니메이션 등을 아우르는 새 콘텐츠 지원 기관의 출범, 경직된 관람료 체계 혁신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도출된 변혁기인데 이를 다룰 만한 영화인의 구심점이 사실상 없다”며 “지금이라도 영화계 각 분야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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