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싸움에 새우등 터진 아이들…“통학로 막혔어요”
도로를 끼고 이웃한 두 아파트 단지가 서로 외부인 출입을 막으면서 애꿎은 아이들이 통학로를 잃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의 A 아파트와 B 아파트가 각자 아파트 단지에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며 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 동네는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섰는데, 몇 년 전부터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단지 전체를 담장으로 두르고 출입구를 걸어 잠그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
A 아파트도 지난 2020년 비밀번호가 설정된 철제 출입문과 담장을 설치했다. 외부인이 들어와 아파트 단지가 훼손되는 걸 막고 보안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다. A 아파트가 외부인의 출입을 막자 맞대응 격으로 이웃한 B 아파트도 담장을 두르고 출입구에 비밀번호가 설정된 철문을 설치했다.
문제는 B아파트를 통해 등교하던 아이들이 통학로를 잃게 됐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가면 2∼3분이면 학교에 도착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단지를 돌아 10분 가까이 언덕길을 올라야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한다.
A 아파트 단지의 학부모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지난 2월 이사 왔다는 초등학생 김모(8) 군의 어머니는 “경비 아저씨에게 등교하는 아침 시간대만이라도 문을 열어 달라고 사정했지만, 입주민들이 지켜보고 있어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더운 여름날 땀에 젖어 학교에 도착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B 아파트 주민은 “A 아파트가 먼저 출입문을 걸어 잠그면서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마트에 갈 때도 돌아가야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면서 “자기들 입구는 닫아놓고 왜 남 탓만 하느냐”고 했다.
김군 어머니는 “누가 더 잘했느냐 잘못했느냐를 따지기 전에 어른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아이들만 피해를 보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어른들의 비뚤어진 이기심에 더 이상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파트 출입, 통행 제한으로 갈등을 겪는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2019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는 “우리 아파트 외 어린이는 출입을 금합니다. 사고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공지를 붙여 논란이 되자 이를 철회했다.
당시 아파트 관리소 측은 주변에 재개발 아파트와 다가구 주택이 많아 놀이시설이 부족한 터라 주말마다 외부 어린이들이 놀러와 다치거나 시끄럽게 굴어 주민 항의가 들어와 안내문을 부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리소장은 “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괜찮지만, 주변 아파트 어린이들이 다칠 경우 복잡한 일이 발생할 수 있어 막으려는 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며 논란이 되자 관리소 측은 “의도했던 것보다 문구가 과하게 표현되면서 오해를 산 것 같다”며 공지를 내렸다.
입주민이 아닌 초등학생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자 주거침입으로 신고하고, 어린이들을 관리사무실로 데려가 “남의 아파트에 오면 도둑”이라며 협박한 입주자 대표회장이 약식 기소된 사건도 있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1월 아동학대 및 협박 혐의로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을 약식기소하면서 벌금 300만원을 청구했다. 입주자 대표회장은 지난해 10월경 인천 영종도에 있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초등학생 5명에게 윽박지르고, 관리사무실로 데려가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피해 어린이 가운데 한 명이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모르느냐”, “커서 나쁜 도둑이 될 것이다”고 입주자 대표회장이 말했다는 글을 SNS에 올려 사건이 불거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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