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 '로코' 장인의 변주..."조금씩, 달라지고 싶다"

[Dispatch=구민지기자] "스스로가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나도 다양한 역할 할 수 있어'로 점차 생각이 바뀌어갔죠."

김영광의 별명은 '로코장인'이다. 배우 수애(우리 집에 사는 남자), 박보영(너의 결혼식), 최강희(안녕? 나야!), 진기주(초면에 사랑합니다) 찰떡 케미를 선보였다.

김영광은, 이번에도 '로맨스'에 도전했다. 대신, '코미디'를 지웠다. 밝은 웃음 대신, 우수에 찬 눈빛으로 외로운 인물을 그려냈다. 일종의 감성 로맨스다.

"다양한 작품과 다채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을 하면 배우로서 즐겁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디스패치'가 최근 ''사랑이라 말해요'를 떠나보낸 김영광을 만났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복수에 뛰어든 여자 우주(이성경 분)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김영광 분)의 이야기다.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사람의 로맨스다.

김영광은 무엇보다 대본에 끌렸다고 말한다. "새로운 방식의 사랑 드라마다. 우주와 동진은 부모의 불륜으로 얽힌 악연이다. 인물의 외로움과 고독이 다르게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동진은 자신을 표현하는 게 아닌, 자신의 아픔을 감추는데 포커스를 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기존의 제 모습과는 달랐다. 캐릭터에 욕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진은 쉽게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참을성이 있다. 생각이 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 줄 아는 사람 같았다. 흔치 않은 인물이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느린 템포를 극의 장점으로 꼽았다. "작은 호흡이 모여 완성되는 감정이 있다. 빠르게 지나가면 놓친다. 템포가 느려서 (내용이) 아프게 느껴진 게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물론 고민도 많았다. 그도 그럴 게, 동진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스스로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해야 동진을 잘 보여줄 수 있을지를 수도 없이 고민했다.

"동진은 아픔이 닳고 닳은 사람이었어요. 누군가 다가오면 상처를 미리 예상하고 선을 그어버립니다. (그래서)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다'고 설정하고, 연기에 몰두했죠."

먼저, 스스로 혼자 남겨졌다.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한 번은 감독님이 '동진 입꼬리가 왜 올라가 있지?'라고 하더라. 방지하기 위해 배우들과 떨어져 지냈다"고 회상했다.

목소리 톤, 표정, 제스처도 차분하게 조율했다. "동진은 초연한 얼굴일 것 같았다. 아픔을 무덤덤함으로 표현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비언어적 표현 등도 제한했다"고 털어놨다.

"동진 역할에 몰입하니, 저 역시 위로가 되더라고요. 사실 초반에는 동진의 힘든 모습을 연기하면서 지치기도 했어요. 그러나 점차 달라졌죠. '당신 안 망해요'라는 대사가 특히 좋더라고요. 큰 힘이 됐습니다."

연기 내공이 한 단계 늘어났다. 하지만, 김영광은 여전히 '더'를 외친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만족은 쉽지 않다. '더 잘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운 생각만 든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래도) 연기는 매력 있다. 어릴 때는 감이 안 왔지만, 하면 할수록 재밌다. 배우로서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만날지 기대가 된다. 도전해 볼 만한 직업"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의연하게 목표도 다졌다. "다작을 하고 싶다. 현재의 촬영 시스템을 보면 1년에 2개 작품 하면 많이 하는 상황"이라며 "연기를 좀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위대한 목표를 가져본 적도 없다. 그저 제 일을 충실히 하고, 성실히 하고 싶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이 제 열일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죠. 배우로서 제 모습을 최대한 많이 찍어서 남기고 싶습니다. 반복되지 않는 새로움을 보여드리려고요."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