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리 테러부터 ‘아메리칸 싱글몰트 위스키’까지… 국제뉴스 ‘5분 정리’
지난 20일은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였습니다. 촉촉한 봄비가 미세먼지를 씻어내리고, 전국 곳곳의 산불 진화를 도운 덕에 짧게나마 ‘봄날의 평온’을 즐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람 잘 날 없는 지구촌은 이번주도 소란스러웠습니다. 이번주는 어떤 일들이 세계의 이목을 받았을까요? 조선일보 국제부가 한주의 글로벌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지구촌 교양인을 위한 ‘이주의 세계지식’입니다.
1. 日 총리 향한 테러에 G7회담도 우려
15일 일본 와카야마시에서 보궐선거 자민당 후보 지원 연설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향해 폭발물이 날아드는 테러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격된 지 9개월 만에 유사한 테러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졌는데요.
특히 다음 달 히로시마에서 주요 7국(G7)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은 더욱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올해 G7 정상회의에는 회원국과 초청국을 합쳐 15국 정상이 참석하는데, 지금의 경호 체계로 각국 정상의 안전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이번 테러를 벌인 용의자는 기무라 류지(木村隆二·24)로, 그는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고베지방법원에 제기했다가 기각됐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습니다. 이런 탓에 용의자가 선거제도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총리 머리위로 폭탄이… 日 G7회담 안전 우려
☞日 총리 테러범, 100만원짜리 국가상대 소송 패소 때문?
☞아베 前총리 잃고도... 기시다 동선 공개, 10m까지 접근 방치
2. 수단, 내전의 수렁으로
이번엔 아프리카 소식입니다.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15일(현지 시각)부터 정부군과 반군 신속지원군(RSF) 간 내전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군이 공항 등 주요 시설을 점거해 주민들은 집 밖으로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번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만 400명을 넘어섰습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충돌이 이어지고 있어 우리 정부는 21일 군 수송기를 통해 수단에 체류하는 재외국민을 철수시키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은 수단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아시나요?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인 수단은 나일강과 그 지류인 청나일, 백나일이 국토에 걸쳐 흐르며, 동쪽으로는 홍해와 통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입니다. 게다가 방대한 천연자원까지 보유하고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죠. 이런 탓에 예로부터 외세들의 권력쟁탈이 깊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러시아는 민간 용병단 와그너그룹을 수단에 파견해 군부를 지원하고 금광 채굴권을 확보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수단에 경제 지원을 약속하는 등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2019년, 현재 내전을 벌이는 두 세력은 힘을 합쳐 30년 동안 수단을 철권 통치한 오마르 알 바시르를 끌어내렸습니다. 그러나 민주화가 될 것이란 기대는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2021년 압델 파타 부르한 총장이 이끄는 정부군이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킨 겁니다. 동지에서 적이 된 정부군과 RSF는 현재까지 권력 다툼을 벌여오며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수십 년째 봄을 기다리는 수단의 이야기, 아래에서 확인해보시죠.
☞수단 반군·정부군 교전 최소 56명 사망...반군 “공항·대통령궁 장악”
☞수단 내전 5일째...교민들 “문밖 나가려 하면 경고 사격”
☞정부, 내전 격화 수단에 軍수송기·병력 급파...“국민 안전하게 철수”
3. ‘흑인 클레오파트라’가 역사 왜곡?
내달 1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도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제작사 측이 클레오파트라 역할로 흑인 배우 아델 제임스를 캐스팅하자, 흑인 클레오파트라는 역사 왜곡이라는 반발이 생겨난 건데요. 클레오파트라는 그리스계 혈통으로 백인이었다는 것이 이집트와 그리스 등 역사학계의 중론입니다.
그동안 미국 문화계에선 백인 주인공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이에 문화예술계는 인종 다양성을 위해 유색 인종 배우의 비중을 꾸준히 늘려 왔습니다. 하지만 역사 속 실존 인물의 인종까지 바꾸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에선 유명 놀이기구인 ‘스플래시 마운틴’의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이 놀이기구는 1946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남부의 노래’를 테마로 삼았는데요. 이런 탓에 노예제를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월트디즈니는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의 스플래시 마운틴 테마를 200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공주와 개구리’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흑인 클레오파트라는 역사 왜곡”… 이집트, 넷플릭스 다큐에 발끈
☞노예제 미화 논란에... 디즈니랜드 ‘급류 타기’도 멈춘다
4. 가짜뉴스에 대한 대가=1조원
1조원이라는 금액은 보통의 사람들에겐 쉽게 와닿지 않을 만큼 막대한 액수죠. 이 큰 돈을 물어주기로 한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 폭스뉴스의 모회사 폭스사(社)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었던 2020년 미 대선을 기억하시나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과 불복을 시사한 가운데, 폭스뉴스는 이에 가세해 “투·개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이 바이든의 당선을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당시 대선에서 전국 50주 중 28주에서 도미니언의 투·개표기를 사용했던 만큼 이 같은 보도 내용은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도미니언은 폭스뉴스의 허위 보도로 자사의 명예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를 신성시하는 미국인 만큼 도미니언이 불리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폭스뉴스가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송을 내보냈다는 증거가 제시되면서 판도는 뒤집혔습니다. 결국 폭스는 재판을 지속하기보단 거액의 배상금을 물고 합의로 마무리하는 쪽을 선택한 겁니다.
이 소식을 접하니 미국의 언론 보도 관련 재판을 다룬 작품인 영화 ‘더 포스트’가 떠올랐습니다. 주말 동안 볼 영화를 찾고 계시다면 ‘더 포스트’는 어떨까요? 아래 기사를 읽고 보시면 더욱 재밌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짜뉴스 보도했다가 1조원 물게 된 폭스뉴스
☞[기자의 시각] 거짓말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5. 미국산 싱글몰트 위스키가 나가신다!
여러분은 싱글몰트 위스키를 좋아하시나요? 색다른 싱글몰트 위스키를 맛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산 싱글몰트 위스키가 곧 만들어진다는 건데요.
미국 정부는 ‘싱글몰트 아메리칸 위스키’의 공식 인증 기준을 조만간 공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도 미국에는 싱글몰트는 생산하는 양조장이 200여 곳 있지만, 공인된 기준이 없어 체계적 유통이 쉽지 않았습니다.
당국이 사전에 공개한 기준을 보면 곧 탄생할 미국산 싱글몰트의 특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싱글몰트 위스키는 100% 맥아를 사용해 미국에서 만들어야 하고, 단일 양조장에서 700L를 넘지 않는 참나무통에 숙성시켜야 합니다. 또 3년 이상 숙성을 시켜야 하는 스카치 싱글몰트와 달리, 미국은 숙성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라고 합니다.
‘정통’으로 승부하는 스카치 싱글몰트에 대적하는 ‘다양성’을 내세운 아메리칸 싱글몰트. 아래 기사를 읽으며 그 맛을 음미해보실까요?
☞미국, 싱글몰트 위스키 스코틀랜드 아성에 도전장 냈다
6. 푸틴 ‘핵전쟁’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자유진영 국가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2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자, 러시아가 연일 “적대적 반러 행위” “전쟁 개입” “눈에는 눈” 등의 격한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사실 러시아의 협박성 메시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의사를 밝힌 주요 서방 국가를 상대로 협박과 엄포를 이어가는 패턴을 되풀이해 왔습니다.
이러한 협박은 오히려 반대 효과를 낳았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물론 비(非)나토 회원국인 호주와 일본, 한국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나서거나,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각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현황은 아래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푸틴 ‘핵전쟁’ 협박에도… 자유진영 국가 한 곳도 굴복 안했다
☞중립국 스웨덴도 동참… 세계 28國, 우크라에 90조원 군사 지원
☞美, 4300억원 규모 무기 추가 지원
7. 버즈피드 뉴스, 역사의 뒤안길로
‘이 드레스는 황금색일까요 검은색일까요’, ‘끔찍한 음식 14가지’...소셜 미디어에서 이런 제목의 콘텐츠를 눌러본 경험, 한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이같은 콘텐츠를 처음으로 도입한 언론사가 어딘지 아시나요? 바로 미국의 ‘버즈피드(BuzzFeed)’입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기사가 아니라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기사로 버즈피드는 한때 전 세계 언론사 가운데 온라인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버즈피드가 뉴스 부문을 론칭한 지 12년 만에 이를 폐업하기로 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기반한 뉴스 플랫폼으로는 충분한 이익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승승장구하던 버즈피드는 1~2년 전부터 뉴스 부문의 수익 모델이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 등 SNS 회사들이 수시로 뉴스 유통의 알고리즘을 바꿔 수익이 줄었습니다. 또 인터넷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 수준이 향상된 것도 버즈피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독자들이 더는 ‘낚시성 기사’에 속지 않는다는 겁니다.
☞낚시 제목으로 재미보다 몰락... 한때 NYT도 제쳤던 ‘버즈피드’ 폐업
4월 셋째 주 세계지식은 이상으로 마칩니다. 소중한 주말 보내시고, 다음 한 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29일 토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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