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LG에 딴지? 너무 잦은 도루 실패 “어떻게 봐야…”
[OSEN=백종인 객원기자] 21일 대전 한화전이다. 이글스-트윈스의 주말 3연전 첫 날이다. LG가 실패한 2차례의 도루 작전을 정리한다.
# 4회 초 첫번째 실패
0-0이던 1사 후다. 문성주가 행운을 얻었다. 강한 2루 땅볼이 정은원의 글러브를 맞고 튀었다. 다음 타자 김현수의 5구째(카운트 3-1)였다. 어수선한 상황이 벌어진다.
주자의 스타트, 포수의 저격으로 2루에서 뱅뱅 타이밍이다. 2루심이 구심을 보며 판정을 미룬다. 혹시 볼넷 아닌가 하는 생각인 것 같다. 그 사이 문성주는 빈 틈을 노린다. 아무도 없는 3루까지 달렸다.
하지만 착오였다. 잠시 후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다. 구심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고(볼넷이 아니었고), 2루에서는 먼저 태그가 이뤄졌다. 결국 주자 문성주는 지워졌다. 1사 3루인 줄 알았는데,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후 선취점이 올라간다. 연속 볼넷(김현수, 오스틴)에 이어 문보경이 좌익수 옆 2루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2-0의 우위는 끝까지 이어진다.
# 7회 초 두번째 실패
선두 타자 정주현이 유격수 실책으로 나갔다. 이글스 배터리는 경계 태세다. 타자 보다 주자가 신경 쓰인다. 견제구가 연달아 1루로 날아간다. 그 중 하나가 걸렸다. 정주현이 투구폼을 잘못 읽었다. 스타트를 끊었지만 픽 오프였다. 2루에서 영락없이 체포된다. 기록상은 도루 실패다.
또 한 번 공교롭다. 이후 득점 기회가 생긴다. 상대 마운드가 헤맨 덕이다. 볼넷 3개로 1사 만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홍창기의 병살타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물론 쓸데없는 일이다. 야구에서 ‘만약에~’라는 전제는 의미 없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앞서 제시한 상황은 어제(21일) 경기에서 기록된 두번의 도루 실패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훔치기가 성공했을 경우를 가정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건 너무 작위적이다. 대신 가장 보수적인 설정을 해보자. 그냥 가만히 놔뒀으면, 그러니까 도루 시도를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전제다.
복잡한 변수를 대입하면 끝이 없다. 아주 단순한 방식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래야 계산이 가능하다. 문성주와 정주현이 그냥 1루에 있었으면. 그리고 후속 타자들이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면.
실전의 경우 4회는 2점, 7회는 0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도루 작전이 없었으면 4회 3점(+), 7회는 1점(+)을 얻게 된다. (+)의 의미는 3아웃으로 공격권이 끝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즉 4-2가 아니라, 6-2 이상의 차이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가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어디까지나 단순 계산일 뿐이다.)
도루 시도 압도적 1위...실패, 주루사, 견제사 역시 '최다'
트윈스가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18게임에서 12승 6패, 0.667의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작년 우승팀 랜더스를 1게임차로 앞섰다. 개막 후 3연패 한 번 없이, 안정적인 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핵심 전력이 이탈한 가운데서 펼쳐진 선전이다.
이런 성적에는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지분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공백을 메운 적절한 기용과 효과적인 라인업 운영은 평가받을 만하다. 반면 우려 섞인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게 주루 플레이에 대한 걱정들이다.
최근 염 감독 스타일의 특징은 ‘엄청 달린다’는 것이다. 도루 시도(53회)는 압도적인 1위다. 2위 다이노스(26회)의 2배가 넘는다. 당연히 성공 숫자(33회)도 첫째다. 반면 실패 숫자(20회)도 가장 많다. 성공률(62.3%)은 10개 팀 중 최하위다.
홍창기는 12회 시도 중에 절반을 실패했다. 문성주 역시 성공과 실패를 5번씩 반복했다. 박해민은 4번 중에 3번이나 아웃됐다. 도루만이 아니다. 연관된 항목도 나쁜 쪽으로 1위다. 팀 전체 주루사(OOB) 11개, 견제사(PKO) 2개를 기록했다.
아무래도 감독의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염갈량은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현란하고 기습적인 작전에 능하다. 도루에 대한 지론도 뚜렷하다.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도루할 때마다 다 계산이 있다. 선수들 체력까지 고려해서 승부처라고 생각할 때 뛰는 것이다. 과거 넥센 때도 그랬다. 현재 LG보다 뎁스가 깊지 않았지만 뛰는 야구를 실현했다. 결과적으로 다들 최고 성적을 냈다(박병호, 강정호의 20-20 등등).”
기동력의 효과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진 듯하다. “우리가 많이 뛰니까 상대 수비가 흔들린다. 투수들도 견제를 많이 하고, 슬라이드 스텝도 빨라진다. 그럼 실투가 많아지게 된다. 수비 공간도 늘어나고, 볼 배합도 달라지게 돼 있다.”
사실 말이 필요 없다. 현재 1등 아닌가. 누가 뭐라고 하겠나. 어떤 반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승자의 주장을 반박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논리적이지 않다. 결과가 전부를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명하다. 염 감독의 친절한 설명에도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은 존재한다. 잦은 도루 시도가 갖는 위험성은 엄연하다. 체력과 부상의 우려를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다 계산해서 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논란의 여지를 갖는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당연하다.
무엇보다 성공률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패가 너무 많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수적인 효과가 충분하다.’ 그런 이유가 효율적일 수 없다. 어제(21일) 경기를 봐도 그렇다. 단순 (혹은 악의적인) 계산이지만, 도루 시도가 없었다면 6-2 이상의 차이였다. 고우석의 8회 투입은 피할 수 있었다. 애지중지 마무리 아닌가.
물론 '일부의 괜한' 걱정일 지 모른다. 시샘이 섞인 ‘딴지’일 지 모른다. 그 보다는 굳은 소신이나 지론. 그런 것들은 중요할 지 모른다. 그러나 합리성과 유연성이 사라지면 곤란하다.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가장 앞에 있을 때. 돌아보고, 내려다봐야 한다. 그게 경쟁력 있는 리더십이다.
어느 팬의 반응이다. ‘염 감독이 스톱워치 볼 때마다, 팔을 넓게 벌릴 때마다. 갑갑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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