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만 있는게 아니다..'케이블카' 타고 '백 투더 더 패스트'

유동주 기자 2023. 4.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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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여행 버킷리스트 100]①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해상케이블카

[편집자주] 코로나19가 펜데믹(전세계적 유행)을 지나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면서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에 한번씩 선정하고 있는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K-관광의 매력이 응축된 대표 여행지를 중심으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봅니다.

전남 목포시 대의동 목포근대역사관 1관. 일제강점기 일본영사관으로 쓰였고, '호텔 델루나' 촬영지였다. 2020.1.12/뉴스1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한때 유행했던 '목포는 항구다' 영화에 나온 명대사다. 극중 조연인 박철민 배우의 애드립으로 영화보다 더 유명세를 탔다. 사실 전남 목포엔 항구보다 더 귀해진 보물이 있다. 개항 126년의 역사가 그대로 담긴 근대식 건축물들이 줄지어선 근대역사문화공간이 그 주인공이다.

건물 하나가 아니라 골목과 거리 등을 포함해 602필지 11만4038㎡의 넓은 공간 전체가 등록문화재 제718호로 통째로 지정됐다. 개항기 주로 일본인들이 거주하거나 상공업에 종사했던 선창가 지역이다. 그 안의 15개의 주요 건축물은 일본 어느 소도시에서 볼 법한 일본식 가옥과 상가 그리고 공공기관 건물들이다. 일본 소도시를 걷다보면 아직도 곳곳에 보이는 구식 목조주택과 석조건물들이 그대로 목포 시내에서도 목격되는 셈이다.

목포 근대역사관 내부. 목포 개항기 미니어처./사진=목포시청

100여년 전 지어졌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집으로 누군가의 가게 그리고 공장으로 쓰이는 이 곳 건물들은 우리 근대사를 살아 간 이들의 애환을 느끼게 해 준다. 일제강점기 뿐 아니라 대한제국 시절, 그리고 광복 이후 현대사의 기억들도 이 건물들과 거리 곳곳에 기억돼 있기 때문이다.
호남 근대화 상징..거리 전체가 등록문화재
대표적인 건물인 '목포 근대역사관'은 유달산 중턱에 자리잡아 목포항을 내려다보고 있다. 1900년 12월 일본 영사관으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광복 이후엔 목포시청, 시립도서관, 문화원 등으로 사용됐다. 가수 아이유(이지은)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 유명한 이 곳은 현재는 근대 역사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사카에서 가져온 벽돌, 영국산 타일, 이탈리이산 대리석으로 장식된 벽난로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근대 개항기 목포는 경성(서울) 못지 않은 화려한 도시였다. 그 당시 목포에서 가장 화려하고 높게 지어진 건축물을 현 시대의 시각으로 감상하는 동시에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역사 콘텐츠도 함께 둘러볼 만 한다.

방공호 내부 조형물/사진=목포시청


건물 뒤편 태평양전쟁 당시 노역을 통해 만들어진 82m길이 방공호도 특별한 관광지다. 이 곳외에도 방공호는 목포 시내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다. 전쟁을 겪은 지역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 문화공간 2019.6.23/뉴스1

100년전 건립된 호남은행 '대중음악의 전당'으로
일본 자본이 아니라 호남의 민족자본으로 지어진 건물도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이라는 이름을 달고 남아 있다. 미국인이 설계하고 일본이 공사를 맡고 러시아산 벽돌을 쓴 건축물이다. 리모델링하면서 건물 천장의 나무 구조물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해 100여년 전 건축기술을 엿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근대역사문화공간에 개관한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 /사진=목포시청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부인 현준호가 광주에 설립한 호남은행은 호남지역 대지주나 자본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직원은 전원 조선인으로 채운 것으로 유명하다. 호남은행 목포지점으로 1929년 지어졌던 건물이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으로 지난해 가을 개관했다. 건물과 관련된 근대역사를 체험하고 근대 가요사를 즐길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다.

특히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을 비롯해 김시스터즈, 남진, 조미미 등 목포 출신 가수들을 기념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트로트의 역사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난영의 고향답게 목포와 관련된 대중가요는 110여곡에 달한다.

이난영이 키운 김시스터즈에 관한 기록도 목포에 많이 남아 있다. 이난영이 자신의 딸 2명과 친조카딸 1명으로 구성해 키웠던 김시스터즈는 'K-팝 걸그룹'의 원조라 할만 하다. 1953년부터 미8군 무대는 물론이고 각지의 극장에서 공연하던 이들은 1959년 미국 연예기획자 톰 볼과 계약을 맺고 아시아 최초로 미국에 진출하기도했다. 미국 TV예능 설리번쇼에도 33회 출연하고 호텔클럽 등에서 장기간 공연하는 등 원조 K-팝 걸그룹다운 인기를 누렸다. 이난영에 관한 기록과 전시품은 정태관 화가가 운영하는 '화가의집' 까페에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난영 공원 내 이난영 수목장 나무/사진=목포시청


그를 기리는 삼학도 난영공원에는 우리나라 수목장 1호가 된 이난영을 기리는 노래비가 있다. 1000여평의 공간이 공원으로 잘 꾸며져 산책코스로 좋다.

'사의 찬미'를 함께 만들고 윤심덕과 바다에 투신한 극작가 김우진도 유명한 목포 출신 인물이다. 시와 희곡, 소설 등을 남겼던 그는 목포 모던보이 1세대로 꼽힌다.

전남 목포시 번화로 근대역사 문화공간/뉴스1


목포에도 일본 도쿄처럼 긴자(銀座)거리가 있었단 점도 특이하다. 호남평야라는 광활한 쌀 생산지가 배후에 있던 목포는 일제 시절 부유한 상업도시였던 이유로 귀금속이나 금고·저울을 취급하는 곳이 많았다.

당시 핵심상업지역인 긴자 사거리에서 영업했던 목포 화신백화점 건물도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이외에도 100여년 전 지어진 미곡창고가 그대로 가구 공장으로 쓰이거나 100여년전 2층짜리 상점이 지금도 영업 중인 까페나 주거공간으로 쓰이는 게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목포의 첫 불교사원인 동본원사 목포별원으로 지어진 건물. 1904년 현재의 부지를 매수하여 1905년 11월경에 목조 단층 사원으로 세워진 건물로 자방향의 단층건물로 전형적인 일본식 건축양식이다. 일본식 기와를 사용한 팔작 지붕이며, 포치부분은 단을 낮게 처리한 원형의 장식적 지붕을 설치하였다.해방이후 정광사의 관리를 받다가 목포 중앙교회에서 1957년부터 사용한 건물로, 절이 교회가 된 이색적인 약력을 가지고 있다./건물 설명 및 사진=목포시청
국내 최장 3.2km 왕복 40분..해상케이블카서 야경 즐기기
목포 해상케이블카에서 보는 야경/사진=목포 해상케이블카
고하도 해상 데크 산책길./사진=목포 해상케이블카

프로포즈 이벤트 캐빈/사진=목포 해상케이블카

한국관광 100선에 두 번이나 뽑힌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국내 최장인 3.23㎞를 자랑한다. 전체 왕복 40분 동안 국내 최고 높이에서 목포 북항과 유달산 그리고 고하도를 오갈 수 있다. 가장 높은 주탑은 높이가 155m로 고층 건물 옥상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오후 6시 이후엔 야간 탑승도 가능해 서해 일몰과 함께 유달산과 다도해의 파노라마를 즐길수 있어 한국관광공사 '야간관광 100선'에도 올랐다. 아래가 투명한 크리스탈캐빈을 타면 발 아래 목포 앞바다를 보면서 때론 지나가는 컨테이너선 등 큰 선박들도 바로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13척을 모티브로 만든 고하도 전망대/사진=한국관광공사


케이블카를 타고 고하도에서 내리면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13척을 모티브로 만든 고하도 전망대에 가볼 수 있다. 명량대첩 승리 후 정비를 위해 머물렀다는 고하도의 전망대에선 목포대교와 유달산 그리고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이어지는 해상데크도 가족과 연인의 산책코스로 좋다. 총 1818m로 목포 해안의 기암괴석도 감상하면서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다.

영화 '1987' 촬영장소로 쓰인 '연희네 슈퍼'/사진= 목포시청
사진=목포시청


동명동 77계단 일대의 주택가도 알록달록한 벽화길로 유명하다. 일제 신사는 없어졌지만 77계단은 그 옆 비탈에 지어진 언덕집들과 함께 고유의 문화공간으로 남았다. 시화골목 초입엔 영화 '1987'에서 '연희네슈퍼'로 나왔던 곳도 슈퍼주인이 영화 세트 그대로 보존해 영화팬과 관광객들이 구경할 수 있게 해 두었다.

빵순이와 빵돌이들에겐 코롬방제과도 필수코스다. 전국 5대 빵집으로 꼽히는 이곳은 70년 넘은 전통을 자랑한다. 크림치즈바게트와 새우치즈바게트로 유명하다. 전국 최초로 생크림케이크가 판매된 곳이다.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저녁 8시부터 한 시간동안 '목포 춤추는 바다분수'쇼가 불꽃놀이와 함께 펼쳐진다. 초대형 음악분수가 워터스크린과 함께 목포 밤바다를 배경으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목포 춤추는 바다분수(목포해상W쇼)/사진=목포시청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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