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천재' 이정후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자세, 더그아웃에서도 배트를 놓지 않는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떨군 채 좌절하는 이정후는 참 낯설다. 하지만 좌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마음을 가다듬더니 쉴 새 없이 배트를 돌렸고, 전력분석 자료를 살피며 다음 타석 준비를 했다. '야구 천재' 이정후는 이렇게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격왕을 비롯해 타격 5관왕(타율, 최다 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과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KBO를 대표하는 최고 타자다. 그런데 시즌 초 타격 부진이 심각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장타를 늘리기 위해 바꾼 타격폼 적응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있지만, 그는 바뀐 타격폼으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그래서 본인도 현재의 부진에 답답해한다.
21일 현재 이정후의 타율은 0.207이다. 지난 19일 삼성전에서 6타수 무안타, 20일 삼성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 21일 SSG전에서도 두 번째 타석까지 안타가 없었다. 최근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던 이정후는 21일 경기 중 1할대 타율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정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더그아웃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배트를 집어 들었다. 이정후는 자신의 타격 차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쉴 새 없이 배트를 돌리며 집중했다. 그리고 김광현의 투구수와 구속을 확인한 뒤 전력분석 자료를 살폈다.
보이지 않는 더그아웃에서 이렇게 준비한 뒤 그는 김광현과의 세 번째 대결을 위해 타석에 들어섰다. 0-2로 끌려가던 6회였다. 이미 80구를 던진 김광현의 패스트볼 구속은 140km로 떨어져 있었다. 김광현은 볼 카운트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몸 쪽 깊숙이 찌르는 140km 패스트볼을 승부구로 던졌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볼이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오른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몸통 스윙으로 짧고 간결하게 배트를 돌렸다.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110m를 날아갔고 시즌 3호 홈런이 됐다. 철저히 준비된 스윙으로 12타수 만에 첫 안타를 홈런으로 기록하는 장면이었다.
비록 팀은 1-3 졌지만 12타수 만에 안타를 홈런으로 기록했고, 네 번째 타석에서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는 등 반등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이정후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슬럼프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력하는 천재'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더그아웃에서 계속해서 배트를 돌리고 전력분석 자료를 살피며 슬럼프 극복을 위해 노력한 이정후.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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