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감독의 웃음 욕심 쏟아부은 '드림'...너무 과했다[정승민의 정감록]
이병헌 연출...박서준, 아이유, 이현우, 고창석 등 출연
이 감독 부담 컸나...감동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아쉽'
오는 26일 극장서 개봉
'정승민의 정감록(鄭監錄)'은 개봉을 앞두거나 새로 공개된 영화, 드라마 등 작품의 간략한 줄거리와 함께 솔직한 리뷰를 담습니다.
(MHN스포츠 정승민 인턴기자)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스물'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부터 박서준과 아이유의 특급 조합까지 뭉쳐 극장가 기대주로 올라선 영화 '드림'. 기대 속에서 '드림'을 마주한 뒤 극장가를 나섰을 때는 아쉬움만 남았다.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가속력'을 주 무기로 장착한 축구선수 '홍대'는 누구보다 멋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재능과 스타성의 벽'이 앞을 가로막게 되고, 심란했던 홍대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그렇게 축구를 관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스포테이너'의 길로 들어서려는 홍대의 첫 임무는 야속하게도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재능 기부하는 것이었다. 재능으로 벽을 느꼈는데, 재능을 기부하라니.
그래도 명색이 국가대표팀이니 실력이나 보자는 마음으로 선수들을 지켜본 홍대는 훈련장에서 축구가 아닌 택견을 본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형편없는 실력을 마주하게 된다. 게다가 이들의 행보를 촬영하며 다큐멘터리로 만들겠다는 PD 소민까지 합세하니 홍대는 해탈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착잡한 건 홍대만의 감정이 아니었다. 소민도 본인의 목줄을 던져놓고 다큐를 제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잘 안되면 그의 운명도 쉬이 가늠할 수 없었다. 호기롭게 치밀한 각본으로 준비를 마쳤지만 홍대는 자꾸 엇나가려 하고,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실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함께 훈련하며 미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홍대와 소민은 대표팀 선수들이 홈리스로 몰락하게 된 사연을 접하며 라포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수많은 국가대표팀이 모이는 홈리스 월드컵의 실력이 나아진다 자신할 수 없다. 과연 홍대가 이끄는 홈리스 월드컵 국가대표팀은 해외팀을 상대로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을까?
'멜로가 체질' '극한직업' '스물' 등 수많은 관객이 다녀간 이병헌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관객들이 "역시"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밑바탕이자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연이어 흥행해야 한다는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이런 탓인지 '드림'을 통해 이병헌 감독의 '과욕'을 마주하고 난 뒤 느끼는 상실감이 컸다.
물론 다르게 표현하면 '드림'을 위해 10여 년 동안 공들인 이병헌 감독의 '고민'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의 고민은 관객들의 '웃음'에 치중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소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결코 왜곡된 건 아니었지만 코미디언도 아닌 이병헌 감독의 웃음 욕심이 과하다 느껴졌다. '극한직업'의 유머러스한 대사가 적재적소로 들어갔다면, '드림'은 멱살을 잡은 채 연신 웃으라고 강요하는 느낌이다.
물론 '멜로가 체질'에서 선보였던 소위 '말맛' 나는 대사를 '드림'에서 만났을 때는 이병헌 감독이 책을 얼마나 많이 읽은 건지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말맛 나는 대사를 짠맛으로, 웃음을 유도한 대사를 단맛으로 표현하자면 짠맛을 잊을 정도로 너무 달다. 이병헌 감독이 일부러 웃기려고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드림'의 다른 특징이 있다면 배역 명에서도 드러나듯 '멜로가 체질' 등장인물의 이름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이름만 가져온 게 아닌 것 같다.
이병헌 감독만의 세계관이 구축된 것인지 '드림'을 보는데도 가끔 '멜로가 체질'의 장면들이 뇌리를 스친다.
다만 감동은 잡았다고 봐야겠다. 축구 대표팀으로 활약한 배우들의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보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디오 빌 틈 없는 홈리스 월드컵 중계진의 목소리로 파묻힐 위기에 놓인다.
아쉬운 점이 많은 '드림'이지만, 우리에게 낯선 소재인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많은 대중들에게 전하려 했다는 이병헌 감독의 '선한 욕심'에는 박수를 보낸다.
영화 '드림'은 오는 26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12세 이상 관람가로 상영시간은 2시간 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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