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따뜻한 시선으로, 비옥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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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요'.
남미의 유명 축구 선수 이름이 아니라 스페인 바로크 시대의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17~1682)다.
17세기 '스페인 회화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다.
종교의 나라 '스페인'에서, 17세기라는 '종교의 시대'에 걸맞게 무리요는 종교화를 많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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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무리요'. 남미의 유명 축구 선수 이름이 아니라 스페인 바로크 시대의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17~1682)다.
이름이 낯설고 어렵겠지만, 작품에 주목해보자. 이 그림은 '창가의 두 여인'(1660)이다.
그림의 느낌이 한 마디로 '상쾌하다'. 두 여자의 웃음이 상쾌하고, 미모가 상쾌하며, 동작이 상쾌하다. 그림을 보는 우리를 보고 웃는다는 착각이 들어, 또 상쾌하다.
무리요는 스페인 세비야 빈민가 출신의 고아였다. 미천했으나, 이를 이겨낸 걸 보면 실력이 출중했던 거 같다.
17세기 '스페인 회화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다. 황금시대의 화가로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598~1664), 주세페 데 리베라(1591~1652) 등과 함께 언급된다.
종교의 나라 '스페인'에서, 17세기라는 '종교의 시대'에 걸맞게 무리요는 종교화를 많이 그렸다. 그가 그린 성화(聖畵)는 우아하고 따사롭다. 그림을 볼 때 다가오는 경건함은 이런 분위기에 힘입은 결과다.
그는 자신이 살아 온 삶의 굴곡을 잊지 않고 싶었던 것인지 종교화 이외 서민이나 하층민의 일상도 두루 그렸다. 이 그림도 그중 하나다. 또 다른 대표작 '어린 거지'(1650).
'삶의 얼룩'을 표시하는 맨발과 누더기가 현실적이다. 소년은 옷 속의 이를 잡고 있다. 고개를 숙인 표정에서 '힘듦'이 읽힌다. 실내로 비치는 밝은 햇살은 그가 처한 고난을 더 생생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위로가 된다.
무리요는 성인(聖人)을 그릴 때도, 하층민을 그릴 때도 줄곧 온화한 시선으로 감쌌다. 자신의 출신과 배경은 빈약했으나, 작품에서 펼친 '손길'은 풍부했다.
한편 같은 황금시대 화가인 리베라 역시 종교화의 대가였지만, 그도 거지 소년의 그림을 한 점 남겼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는 미소'로 자주 예시된다.
'안짱다리 소년'(1642)이다. 다리에 장애가 있어 어깨에 걸친 작대기가 그를 지탱하는 도구였을 것이다. 그러나 더할 수 없이 밝게 웃고 있다. 가난이나 장애는 별거 아니라는 듯한 웃음이다.
손에 든 쪽지에는 라틴어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신의 사랑을 받으려면 제게 자선을 베풀어 주세요'
지식인만이 읽을 수 있었던 라틴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화가가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그림을 그리던 시기임을 감안할 때, 신의 자비를 구하려는 어떤 귀족의 요구에 따라 그린 것으로 추측한다.
무리요와 리베라는 주로 종교화를 그렸으나, 오늘날 수시로 언급되는 작품은 이처럼 공동체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 현실 속의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다.
그들의 작품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 데 필요한 알맹이 하나를 얻는다.
'척박해도 비옥함을 향할 것'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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