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마중 나오던 '유기견'…가족이 됐다
[편집자주] 이제는 소중한 가족이 된, 유기동물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 드립니다. 읽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가면 좋아지고, 그리 버려졌던 녀석들에게도 가장 좋은 가족이 생기길 바라며.
은지씨가 강아지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공사 중인 회사 창고에서였다.
갈색 빛깔에 두 귀가 커다랗고 털이 수북했던 작은 강아지. 녀석은 군만두를 입에 물고 도망치고 있었다. 목줄도, 방울도 하고 있길래 처음엔 '보호자가 있구나' 했단다.
그 강아지는 보호자가 버렸다고 했다. 동네에서 일하는 이가 강아지를 돌봐주고 있었다. 그는 은지씨에게 말했다. "혹시 누가 강아지 괴롭힐까봐 목줄을 해둔 거예요." 돌보던 이는 강아지를 털보라고, 지나가던 이들은 방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주로 맛난 간식으로 꼬셨었지요(웃음). 아침 출근길에 버스서 내리면 밤새 더러워진 물을 갈아줬어요. 예뻐해주고요."
그리한지 하루하루 친해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똑똑한 강아지가 마중을 나오기 시작했다. 은지씨가 회사에 출·퇴근하는 시간을 귀신 같이 알고. 자길 좋아해주는 사람을 알아본다는 듯 기다리는 거였다. 버스 기사님도 "강아지가 어찌 저렇게 기다릴까"하며 신기해하고 기특해했다. 은지씨와 강아지는 그런 사이가 됐다.
정이 깊어지며 고민도 늘어갔다. 길게 쉬어 좋던 명절엔 '못 돌봐줘서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계절마다 고단한 날씨에도 민감해졌다. 태풍이 온단 말에, 장마에, 폭설에 조마조마했다.
그럴 땐 집에 데려가곤 했다. 실은 키우고 싶었으나 자신이 없었고, 아빠도 싫어하셔서 결심을 못했다. "택시 타고 집에 함께 가서 주말을 보내고 왔지요. 월요일에 다시 내려줄 때면 강아지는 신나게 뛰어갔어도, 저는 정말 미안했었어요." 그런 날엔 강아지에게 미안해 은지씨 홀로 울기도 했었다.
"어느 날엔가 차가 와도 피하지 않더라고요. 위험하잖아요. 강아지를 들어서 옮기려는데, 갑자기 소리를 내며 제 손을 물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개에게 물린 것 같더라고요."
치료 후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위험한 일이 또 생길 수 있겠다고. 그러고도 신중히 고민했다. 몇 가지 검사와 예방 접종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수의사가 "심장사상충 양성"이라고 했다. 치료비도 들고 기간도 꽤 걸리니, 잘 생각해보라고. 하지만 그리 예쁘고 착한 아이를 가만히 죽게 놔둘 수 없었다. 은지씨가 전적으로 책임지기로 했다. 집에 데리고 와 가족으로 맞았다.
이름은 '호두'라고 지어줬다. 왜 호두냐고 물어봤더니 은지씨는 이리 답했다.
"그냥 순간 '너는 호두야!' 이렇게 정했어요. '오늘 저녁은 치킨!' 이렇게 떠오르는 것처럼요(웃음). 눈 사이 귀여운 주름이랑 털 색이, 호두를 떠올리게 했지요. 제가 지은 이름 중에 가장 잘 지었다 생각하고 있어요."
"강아지라면 만지지도 못하던 아빠는, 매일 집에 오면 호두를 쓰다듬고요. 싫다던 할머니도 설날에 호두 준다고 고구마까지 챙기시고요(웃음). 가족들은 떡국 먹고, 호두는 고구마 먹고 있었지요."
은지씨 삶도 행복해졌다. 호두와의 산책도 즐겁고, 쓰는 돈과 시간도 전혀 아깝지 않다고. 그의 노력으로 호두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봤기에 더 그렇다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돌아가도, 호두와 가족이 되겠다고. 매일매일 눈 뜨는 게 즐거워졌단다. 작은 강아지 호두 덕분에.
끝으로 은지씨는 이렇게 말했다.
"호두는 유기견이었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제게 그래요. '너무 좋은 일 하셨어요'라고요. 그런데 저는 제가 좋은 일을 한 건 정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호두에게 해준 것보다, 호두가 제게 준 좋은 영향이 더 많으니까요. 제 인생의 모든 일들이 얘를 만나기 위해서인가 생각할 정도로요."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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