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스플래시 도쿄

서울문화사 2023. 4.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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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도시를 부유하며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를 확장시키는 컬렉션이 이번에는 도쿄에서 개최되었다.
애프터 이벤트가 펼쳐지는 공간 내부.
2023 S/S HERMÈS
2023 S/S HERMÈS
2023 S/S HERMÈS
2023 S/S HERMÈS
2023 S/S HERMÈS
2023 S/S HERMÈS
2023 S/S HERMÈS
2023 S/S HERMÈS
백스테이지 모습.

HERMÈS 2023 S/S Mens Collection

도쿄로 떠날 일이 생겼다. 설렜다. 자그마치 만 3년 만의 도쿄 방문이기에 그랬다. 이게 다 팬데믹이 가로막은 경계선 때문이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3월의 도쿄는 벚꽃이 흐드러졌고, 화창한 햇살 속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망했다. 떠나기 전부터 예보되길 일정 내내 비가 온다는 것이었다. 걱정됐다. 내가 도쿄로 가는 건 에르메스의 남성 유니버스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이 펼쳐낼 패션쇼 때문이었다. 출발 전 언뜻 듣기로 도쿄 인근의 야외 공간에서 쇼가 진행됐다고 했다. 비가 오면 쇼 본연의 미장센이 무너지게 될 테니까. 천우신조라고 해야 할까? 도쿄에 도착한 이후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에르메스 2023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이 진행되는 3월 25일 토요일 저녁에는 기적처럼 그쳤다. 쇼 장소는 2021년 제32회 도쿄 올림픽 중 카누와 조정 경기가 열렸던 우미노모리 수상경기장이다. 비가 그친 도쿄만을 배경으로 오랫동안 에르메스 남성복을 이끌고 있는 베로니크 니샤니앙의 마법과도 같은 남성복 컬렉션이 시작됐다.
‘에르메스 스플래시 도쿄’ 애프터 파티장 외관.

HERMÈS SPLASH TOKYO

이번 쇼의 제목은 ‘에르메스 스플래시(SPLASH) 도쿄’다. 스플래시는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를 뜻한다. 관객석 앞에는 쇼 무대가 있고, 그 뒤로는 고요한 도쿄만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쇼의 런웨이는 고즈넉한 도쿄만에서 새하얀 파도가 일렁이는 형상이다. 도쿄만 바다와 런웨이 조형이 겹치니, 마치 무라카미 류의 소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떠올랐다. 내용 말고 제목 말이다. 에르메스 스플래시 도쿄는 디자이너 베로니크의 지휘하에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에르메스 컬러를 그려냈다. 블루가 되기도 했고, 오렌지 컬러가 되기도 했다. 캣워크를 행진하는 모델들에게 입힌 에르메스 2023 봄/여름 남성복 자체가 런웨이와 도쿄만을 ‘스플래시(첨벙첨벙)’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 순간이 더욱 마술적이었던 건, 도쿄만을 가로지르는 대교의 가로등 불빛이었다. 그 불빛은 암흑에 가까워진 바다를 비추는 찬란한 별처럼 빛났다. 이 환상적 풍경을 배경 삼아 에르메스의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은 관객에게 마술적 시간을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미노모리 수상경기장에 설치된 런웨이 전경.

AFTER SPLASH

‘스플래시’ 콘셉트는 캣워크가 마무리되고, 베로니크 니샤시앙의 피날레 인사까지 마친 후 경기장 바로 옆의 이벤트 장소에서도 계속되었다. 퍼커셔니스트(드럼처럼 손으로 쳐서 연주하는 타악기 연주가) 루시 안투네스의 일렉트로닉 공연이 펼쳐졌다. 무대 곳곳에 얕게 고인 물이 장치되어 있어 미뤄 짐작은 했었다. 그 물웅덩이는 프랑스 안무가 메디 케르쿠슈가 이끄는 댄스팀에 의해 이번 쇼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스플래시 댄스장’으로 변했다. 그 첨벙거린 물방울이 아주 가까이 있는 관객을 살짝 적시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도쿄에 머무른 3일간의 여정 중 유일하게 비가 오지 않은 시간은 바로 에르메스 컬렉션 쇼가 진행된 그 몇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흐드러진 벚꽃 판타지를 가슴에 품고 왔으나 쏟아지는 비는 꽃을 떨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괜찮다. 에르메스가 도쿄만을 캔버스 삼아 틔운 찬란한 꽃망울을 시원한 바람 속에서 만끽했으니까. 피날레 무대에 나선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시앙의 미소는 이번 쇼의 덤이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은 에르메스가 제대로 도쿄만을 ‘스플래시’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Editor : 이주영 | Cooperation :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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