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포획하려 놓인 ‘덫’.. 지자체는 “법 위반 몰랐다”
전남의 한 지자체가 유기견 포획을 목적으로 덫을 구입하고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법령 위반이 될 수 있는 행동인데, 담당 공무원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관련 지자체를 동물학대로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일 오후 11시경, 전남 목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유기견 두 마리가 덫에 걸린 채 발견됐습니다. 목격자 A씨는 이 초등학교 인근을 지나가다 개들이 내는 신음 소리를 듣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이 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개 두 마리가 덫에 앞다리가 걸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덫은 페달을 밟으면 철제 올무가 작동해 개들의 앞다리를 옭아매는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A씨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 개들을 구조할 수 없다고 판단해 119에 신고했습니다. 개들은 묶인 상태로 숨을 곳을 찾아 구조를 피하는 까닭에 전문 구조대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119 구조대가 뜰채와 이동장을 이용해 1시간 가량 구조에 돌입해서야 개들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대는 개들을 구조해 목포시 동물보호소에 옮겼습니다.
누가 이런 덫을 설치했는지, A씨는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는 사건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는 다시 덫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 자리에는 ‘개를 포획하기 위한 장비가 묻혀 있다’며 출입을 자제하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안내 문구에는 ‘개가 포획돼 있으면 연락을 달라’며 보호소 소장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지자체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포획을 위해 덫을 사용한 겁니다. A씨는 동그람이에 “사건이 발생한 날은 금요일 밤이었다”며 “개들이 묶인 채 주말 내내 방치됐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포획을 위해 덫을 사용하는 행위는 위법의 소지가 있습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10조에 따르면 누구든 올무나 덫 등 포획 도구를 제작하거나 소지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환경부령으로 지정된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할 때에는 허가를 받고 사용할 수 있지만, 이 유해야생동물에 유기견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동그람이가 목포시에 문의해 보니, 이 덫을 구입한 주체는 목포시였습니다. 목포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인근 야산에 들개로 인한 민원이 속출해 소방과 협조해 포획 시도 중이었다"라며 "포획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방법을 모색하던 중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덫을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포획된 개들의 상태에 대해 묻자 “동물병원 진단 결과 한 마리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고 관계자는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덫을 구입하고 사용했다는 점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야생동물을 돌보는 활동을 하고 있는 최태규 수의사(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동물 구조 목적으로 올무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동물이 장시간 올무에 묶여 있었으면 앞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아 고통스럽고, 심하면 괴사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PNR의 서국화 대표(법무법인 울림 변호사)는 “유기견 포획 목적으로 구입하고 사용했으니 야생생물법 위반은 맞고, 개들이 찰과상에 그쳤지만, 상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건 인지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 대표는 “지자체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동물을 포획하려 할 때는 당연히 법률을 검토해야 하지만, 그 과정이 소홀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A씨로부터 이번 사건을 제보받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목포시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송지성 위기동물대응팀장은 "이번 사건은 동물학대 사건으로 봐야 한다"며 "이런 사건이 터졌을 때 확실히 대응해야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시도를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고발 취지를 밝혔습니다.
목포시 관계자는, “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은 몰랐다”면서, “동물단체의 공문을 받은 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지금은 덫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목포시는 들개로 인해 시민 안전이 위협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목포시 관계자는 “이번 주 사건 현장 인근 야산에서 시민이 들개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유기견 포획은 계속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들개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를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들개 출몰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목포시가 현명한 해법을 찾을지 주목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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