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허재’ 김상식, ‘복장 계보’ 이을까?

김종수 2023. 4.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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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농구에서 가장 핫한 지도자를 꼽으라면 안양 KGC인삼공사 김상식(55‧182cm) 감독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프로 사령탑으로 복귀해 취임 첫해 정규리그 우승 및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초대챔피언에 오르는 등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우승으로 이끌 수 있다면 올시즌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실업 기업은행 시절부터 김상식은 ‘보급형 허재’ 혹은 ‘작은 허재’로 불렸다. 왠지 다운그레이드 버전같아서 어감이 별로일지 모르겠지만 대상이 ‘농구 대통령’ 허재라면 다르다. 비교되는자체로 기분좋은 이들도 많을 것이다. 김상식은 사이즈, 하드웨어, 파워. 테크닉 등에서 조금씩 다운된 허재였다. 산업은행 정인교와 함께 과소평가된 에이스로 불리며 금융권팀의 자존심으로 꼽혔다.


정인교와 같은 슈터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조금 달랐다. 정인교는 슛은 매우 좋았지만 기동성, 다재다능함 등 다른 부분에서 눈에 띄는 장점은 적었다. 김상식은 달랐다. 작은 허재라는 평가답게 민첩하고 센스가 넘치는데다 슛외에 돌파, 패스 등 다방면에 고루 능했다. 워낙 재간둥이처럼 플레이하는데다 날렵하기 그지없어 상무시절 ‘날다람쥐’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이후 무빙슛에서 장점을 드러내며 ‘이동미사일’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다.


3점슛에 더해 거리에 상관없이 던지는 미드레인지 점퍼는 상대팀을 괴롭히는 강력한 무기였다. 이후 안양 KT&G(대행), 대구 오리온스(대행, 감독), 서울 삼성(대행)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보급형 허재라는 평가에 걸맞게 국가대표 코치로서 감독 허재를 보좌하기도 했으며 대행, 감독으로서 사령탑도 맡은 바 있다.


비록 대행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기는 했지만 그정도로 많은 기회를 받는 지도자도 흔치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도자로서의 그는 호불호가 갈렸다. 분위기가 흐트러진 팀을 추스리는데는 능하지만 시즌 전체를 끌고가는 힘이 약하고 전략적인 부분에서 단조롭다는 아쉬움을 지적받았다.


적어도 올시즌 전까지 지도자 김상식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분명 장점도 많았지만 오리온스 시절에 워낙 부진했던 탓인지 ‘무능한 감독’으로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하지만 올시즌 ‘복장’ 타이틀을 달고 완성된 팀 KGC의 선두질주를 이끌며 조금씩 ‘재평가’가 되는 모습이다. 그는 주위를 많이 의식하는 신중한 성격으로 오리온스 시절 이후 말 한마디도 아끼는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KGC와는 이래저래 잘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KGC는 10개구단 중 가장 전력이 탄탄한 팀으로 불린다. 전임 김승기 감독 체제에서 포지션별 밸런스, 조직력 등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을 비롯 양희종, 오세근 등 오랜시간 팀을 이끌어온 고참들의 리더십은 어지간한 코치 이상이다는 평가다. ‘가만히만 놓아두어도 우승경쟁을 할 수 있는 팀이다’는 평가가 과장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런 팀을 맡았다는 것은 김 감독 입장에서도 큰복이다. 그간은 기회도 많이 받았지만 리빌딩이 필요한 팀, 사용법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는 팀 등 비교적 난이도가 높은 팀 위주로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의 KGC는 분위기만 잘 잡아줘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팀으로 실제로 김 감독의 자율농구와 함께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성적까지 냈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변화를 좋아하고 자신만의 색깔이 짙은 감독이 왔다면 현재의 좋은 성적이 안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감독과 KGC의 궁합이 잘맞은 부분도 분명 있다.


허재 캐롯 대표는 선수는 물론 지도자로도 성공한 인물이다. 특히 지도자 시절에는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선굵은 농구로 유명했는데 여기에는 하승진, 전태풍 등 대어급들이 나왔을때마다 터진 드래프트 운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신명호, 강병현, 임재현 등 사용법에 따라 공헌도가 크게 달라지는 선수들을 잘 활용했던지라 명장이면서도 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보급형 허재로서 그의 뒤를 따랐음에도 지도자로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지도 스타일도 많이 다르거니와 허재같은 드래프트 대운도 없었다. 물론 한번만 삐그덕거려도 이후에 기회를 제대로 못받는 대다수 지도자에 비하면 이미 복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감독이 진정한 복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최강 멤버를 잘 추스려 우승이라는 성과물을 내야 한다. 정규시즌 우승 당시부터 ‘우승후보 0순위’로 불렸던 팀이니만큼 챔피언결정전에서 정상에 서지못할 경우 또 다른 이유로 저평가 될 수 있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상대인 SK는 지난 시즌 토종 빅3중 두명이 빠졌음에도 베테랑 김선형을 중심으로 전력을 재정비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왔다. 그러한 팀을 만들어낸 전희철 감독의 능력에 대해서도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하고도 SK를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 될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주의 기운을 받고있다는 새로운 복장 김상식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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