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소나기에 잠수 탄 마약사범, 한두달 뒤면 다시 시작할 것"
[편집자주] 검찰이 마약·강력부를 부활하기로 했다.더이상 놔두면 돌이킬 수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1020세대의 마약이 얼마나 심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약경험자들에게 직접 들었다.
"마약 사범은 '단속 소나기'를 피하고 있을 뿐이다. 마약 단속 정책이 지속되지 않으면 1~2개월 뒤 다시 활개 칠 것이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21일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을 포함한 모든 정부 기관이 '마약 척결'에 역량을 지속적으로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경찰에서 약 20년 동안 마약 수사를 한 베테랑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단속 정책의 약발이 떨어지는 순간 마약 사범이 더욱 활개칠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윤 교수의 시각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을 통한 익명 거래가 늘면서 마약 범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 교수는 "마약 중독자 중 35~40% 정도가 재범한다"며 "교도소 문밖을 나오면서 '마약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몇 개월 안에 유혹을 받고 온라인에서 손쉽게 약을 구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속적인 정책 의지가 효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검찰·경찰·관세청이 공조해 만들기로 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나 검찰 마약강력부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야 범죄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마약 수사가 첩보로 많이 시작되는 만큼 경찰이 가진 정보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서울이나 부산·대구 등 광역시 경찰서에서 마약 수사팀이 없는 서에는 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국가 기관의 역량만으로는 마약범죄를 완전히 뿌리뽑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마약 범죄는 별다른 피해자가 없는 암수 범죄인 만큼 다른 강력 사건보다 국가기관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예방 교육이나 치료를 담당한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시민들의 관심도 중요하다"며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식품안전의약처가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마약류 감시원이나 마약류 명예 지도원으로 임명할 수 있는데 이런 제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준 LKB 대표변호사는 "지금이 마약 청정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골든타임의 끝자락"이라며 "대응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회복 불가능한 단계가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장검사를 지낸 마약 수사 전문가다.
김 대표변호사는 "강남 마약 음료수 살포 사건이나 14세 여중생의 필로폰 구매·투약 사건에서 보듯 마약 범죄가 전보다 늘었고 심각해졌다"며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마약의 위험성을 충분히 새겨주는 예방교육과 사후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또 "마약은 중독의 문제이기 때문에 '범죄+질병'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제까지 중독자들을 교도소에 가둬놓기만 하고 재투약을 방지할 교육에는 소홀했기 때문에 중독자들끼리 '마약범죄 네트워크'가 오히려 강화됐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경이 실적 경쟁을 지양하고 원활히 협력해야 한다"며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단속·수사·재활·예방을 총체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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