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민 마음 사로잡은 비장의 한수...‘오바마 분짜’ 이은 ‘블링컨 솥밥’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3. 4. 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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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 하노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신짜오 베트남 - 242]베트남 하노이에 가면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허름한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분짜 흐엉리엔’이란 곳입니다. 겉만 봐서는 흔하디흔한 베트남 거리식당이지만 이곳은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5월 식사를 한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당시 그는 철제 테이블에 목욕탕 의자를 연상시키는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일행 1명과 함께 분짜를 먹으며 맥주를 마셨습니다. 두 명의 식사비로 약 7000원 가량이 나올 정도로 가격은 저렴했습니다. 자리에 주요 베트남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오바마의 서민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싶은 ‘기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획은 매우 성공적으로 끝나 ‘오바마 분짜’는 달라진 미국과 베트남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식사를 마친 뒤 그를 알아보는 시민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베트남 입장에서 미국 대통령의 방문은 2000년 빌 클린턴 이후 무려 16년만이었습니다. 공교롭게 모두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벌어진 일입니다.

또 한명의 민주당 출신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 안에서 미국과 베트남 간 관계개선 작업이 다시 한 번 벌어지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밤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베트남 지도자들과 만나 관계증진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베트남 의전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과 팜민찐 총리 등 베트남 최고위급 인사와 두루 면담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찐 총리에게 “경제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찐 총리는 “두 나라 관계가 새로운 높이로 올라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을 향한 미국의 책무와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습니다.

관건은 양국 관계가 기존 포괄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한 단계 올라갈지 여부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베트남의 지정학적 가치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태평양 지역만 한정해서 보자면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패권다툼을 벌이는 중입니다. 중국은 돈 보따리를 풀어 주변 국가 공항을 짓고 도로를 놔주면서 ‘친중국 행렬’에 동참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주변 국가에 느슨한 철조망을 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과 국경을 맞대면서 넓은 해안선을 보유한 베트남은 미국이 놓쳐서는 안 되는 포인트입니다.

이번에 미국이 베트남에서 새로 지은 미국대사관은 건축비만 무려 12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 세계 미국대사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해 지었습니다. 다분히 베트남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읽힙니다. 마침 올해 7월 미국과 베트남은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한지 꼭 10년이 되고 이를 기념해 양국 관계가 한 단계 윗급인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블링컨 장관은 2016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할 당시에도 오바마 행정부 소속이었습니다. 당시 그가 분짜를 맛있게 먹으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던 상황에 깊은 인상을 받은 모양입니다.

하노이에 방문한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하노이 식당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그래서 그 역시 이번에 베트남 서민 식당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현지 보도 등에 따르면 그는 하노이에 있는 짱티엔 거리에 있는 한 음식점에 방문해 베트남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짜조와 새우와 고기를 넣은 솥밥을 먹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음식점 주인은 방문 4~5일전에 미국 측 연락을 받았고, 특별한 요청은 없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 소식을 전한 보도에 달린 댓글입니다.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점점 더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 개선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건강을 기원하고 베트남에서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내십시오’를 비롯해 긍정적인 답변 일색입니다. ‘(앞으로) 블링컨 밥집 이라는 곳도 생겨날 것입니다’라는 댓글에는 베트남 식당에서 밥을 먹는 그의 모습을 호의적인 눈길로 바라보는 베트남의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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