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에이즈 죄수까지 동원”…병력 모자란 러시아의 무리수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병력이 부족해지자 러시아 정부가 남성들에게 평균 월급 4배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군 입대를 촉구하고 있다. 민간 용병기업은 죄수들을 입대시키면서 살인범, 마약사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인 죄수까지 대거 입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남성들에게 민간 직업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하라고 호소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모병 캠페인에 나섰다.
동영상에 출연한 슈퍼마켓 경비원, 피트니스 강사, 택시 운전기사로 일했던 남성들이 민간 생활에 환멸을 느끼다가 군 입대 후 성취감을 찾았다고 말한다. 군에 입대하면 러시아 평균의 4배인 최소 20만4000루블(약 334만원)의 월급을 주겠다고도 홍보했다. 국방부는 또 “남자가 되라”며 남성들을 자극했다.
이 ‘군대 광고’ 영상은 러시아 국영TV를 통해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다. 다른 러시아 언론들도 앞다투어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재빠르게 이를 패러디해 전쟁 범죄를 규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의 영상 속 인물들은 “어린 아이들을 죽이고 참수하는 것에 반대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범죄에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남자가 되라’는 러시아 영상 속 발언을 의식한 듯 “사람이 되라”며 잔학 행위를 저지르지 말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거리에서도 군 입대를 촉구하는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모스크바 시내를 걷다 보면 2분에 1번 꼴로 입대를 호소하는 포스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모병 캠페인이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러시아의 모병 캠페인은 일반인에게 그치지 않았다. 죄수들을 용병으로 모집하는 러시아 용병기업이 HIV 양성인 죄수를 압박해 전쟁에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같은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설립해 운영하는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 그룹(이하 와그너)은 살인범과 마약사범도 군인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와그너그룹은 높은 급여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6개월간 살아남으면 죄를 사면해준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이에 약 5만명의 죄수가 입대해 우크라이나로 파견됐는데, 이는 전체 죄수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전국 교도소를 돌며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감염을 비롯해 C형 간염 등 심각한 전염병을 앓고 있는 러시아 죄수들까지도 대량으로 모집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죄수의 20%가 HIV 보균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죄수 출신 러시아군의 증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이 남성은 “수감 시절 교도소 의사는 갑자기 기존 HIV 치료제 투약을 중단하고 효과가 의문시되는 치료제로 처방을 바꿨고, 새롭게 처방된 치료제로는 교도소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러시아 용병대 바그너그룹에 자원해 6개월간 바그너그룹에 복무하는 대가로 사면을 받았고, 효과적인 HIV 치료제 제공도 약속받았다”고 했다. 군 경험 없이 2주간 기초훈련만 받고 전방에 배치되니 그는 첫날에 전투에서 포로로 붙잡혔다.
러시아 죄수 신병들은 우크라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전투에 대부분 투입되었다. 이때 러시아군은 군인 중 HIV 보균자와 C형 간염 보균자들을 구별하기 위해 각각 빨간색과 흰색의 고무 팔찌를 착용토록 의무화했다. 전쟁터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쉽게 눈에 띄게 하겠다는 목적이었으나, 오히려 팔찌를 찬 군인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등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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