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손 안 빌리고 어떻게 키웠어”...자식 둘 가진 일하는 엄마의 ‘살아내기’ [워킹맘의 생존육아]
둘. 나는 두 살 터울의 딸 둘을 기르면서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워킹맘이다.
셋. 나는 양가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파트타임 도우미 선생님과 함께 아이를 키워오고 있다.
넷. 나는 두 딸의 엄마이자 언론사에서 만 15년째 근무하고 있는 기자이다.
지금까지 나는 내 삶이 특별하거나 혹은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주변을 둘러보고 조금 놀랐다.
“와, 우리 회사에 엄마가 아이들 키워주지 않는 워킹맘은 나밖에 없어.”
생각보다 아이 둘을 낳고,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적게 낳는 시대이기에 아이 둘을 낳는 사람들 조차 적은 사회가 됐지만 말이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중에서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이 함께 살거나 근처에 머물며 전적으로 아이를 돌봐주시지 않는 경우는 정말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내 자신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배 워킹맘들 조차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상황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지내온 나의 하루하루가 썩 대단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법적으로 정해진 출산휴가와 휴직 만으로 아이들을 별 탈 없이 키워온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권유를 몇 차례 받은 후, 조심스럽게 내가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꺼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아이를 가질지 고민하는 부부와 둘째를 고민하는 맞벌이 가족, 복직을 앞두고 두려운 예비 워킹맘들, 혹은 또 다른 그 누군가에게 나의 선택과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와닿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나의 경험은 다소 개인적이고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일을 하고 아이를 키워가면서 내가 해왔던 선택과 나의 생각은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그저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에 불과한 짧은 글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길과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시간이 흐른 후에 내가 적어내려간 이 이야기들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읽히면 좋겠다. 나의 후배들이 고민없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일을 하며 즐겁게 아이를 키우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편부터 시작된다. 아직 나의 고군분투 육아는 지속 중이고,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그저 오늘이 사고 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매일매일이 숨가쁘고 조마조마한 하루가 반복하며 지내는 여전한 ‘초보’ 엄마다.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순간 순간마다 위기가 있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별 탈 없이 성장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히 고백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마스 풀러는 모든 고민과 문제는 같은 고민과 문제를 가진 사람과 함께 나누면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굳이 옛날의 명언을 찾아보지 않고서도 우리는 알고 있다. 워킹맘에게 또 다른 워킹맘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풀리지 않는 고민과 문제를 나누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조언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에게도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정말 힘이 됩니다. 우리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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