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인데…갈곳없는 노인들 [현장, 그곳&]

오민주 기자 2023. 4. 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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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시대에 접어들며 경기도내 노년층을 배려한 야외시설을 검토해야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오후 수원특례시 권선구 한 어린이놀이터에서 어르신들이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원규기자

 

“날씨도 따뜻해져서 답답한 경로당을 나왔는데, 막상 갈 곳이 없네요.”

지난 21일 오후 1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의 한 놀이터. 어르신 5명이 놀이터 가장자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 어르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르신 한 분은 집에서 챙겨 나왔다며 달걀과 음료수를 꺼내 주변 어르신과 나눠 먹었다. 태숙인 할머니(87)는 “날씨도 좋은데 집에만 있기 심심해서 하루에 3번씩 이곳에 나와 적적함을 달랜다”며 “밖으로 나와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집 주변을 배회하다가 들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화성시 진안동의 어린이공원도 적막감만 감돌았다. 공원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과 일반 시민들을 위한 운동기구가 있었지만, 벤치에 앉아있는 어르신 몇 분은 멍하게 앉아있을 뿐이었다. 이진환 할아버지(79)는 “근처에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주변에 있는 어린이공원과 놀이터에는 노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며 “놀이터에 설치된 운동기구도 관절이 약해 사용할 수 없다. 노인 친화적인 야외공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도내 고령인구가 200만명을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노인 맞춤형 야외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놀이터와 공원에 노인 맞춤형 운동기구 설치 등 노인층을 배려한 야외 놀이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도내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만6천88명으로 전체 도내 인구의 14.82%에 달한다.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도내 고령 인구 비율은 2014년 10%를 넘긴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어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을 앞두고 있다.

초고령 시대에 발맞춰 다른 지자체에선 노년층을 배려한 야외 시설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7월 개장을 목표로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시니어 놀이터, 헬스파크, 커뮤니티시설로 구성된 ‘시니어 파크’를 조성한다. 또한 인천시는 지난해 4월부터 노인들을 위한 운동기구를 배치한 노인 놀이터인 ‘상상 시니어 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 노인 복지 정책은 여전히 경로당이나 노인회관 같은 실내 격리형 정책에만 맞춰있다.

정수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외 활동을 자주 해야 하는데 ‘내가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해 밖에 나가는 것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어르신들이 재미와 함께 운동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실외 문화 공간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는 도 자체적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라면서도 “시군에서 노인 관련 시설 예산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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