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개구리, 투명한 이유는 "간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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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의 마법사들도 탐낼 만큼 투명한 몸을 가진 동물이 있다.
유리개구리가 몸을 완전히 투명하게 만드는 비결은 그동안 미스터리였다.
유리개구리는 평소 몸에 빨간 핏줄이 선명하다.
지구에는 유리개구리처럼 투명한 몸을 위장술로 택한 생물이 몇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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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의 마법사들도 탐낼 만큼 투명한 몸을 가진 동물이 있다. 중남미 열대우림에 사는 유리개구리다. 너무 투명해서 훈련을 받은 연구자들조차 잎사귀 뒤에 숨은 유리개구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할 정도다.
유리개구리가 몸을 완전히 투명하게 만드는 비결은 그동안 미스터리였다. 최근 미국 듀크대 생명공학과 연구팀이 그 비밀을 밝혀냈다. 바로 간에 적혈구를 숨긴다는 사실을.
유리개구리는 평소 몸에 빨간 핏줄이 선명하다. 그런데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때는 혈관의 혈액마저 투명하게 만들어 포식자를 피한다.
준지 야오 미국 듀크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이 2022년 12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 비결을 밝혔다. 유리개구리가 붉은빛을 띠는 적혈구를 반사막으로 코팅된 간에 숨긴다는 것이다. (doi: 10.1126/science.abl6620)
지구에는 유리개구리처럼 투명한 몸을 위장술로 택한 생물이 몇 있다. 대부분은 해파리, 문어, 물고기 등 해양생물이다. 육상 척추동물이 투명한 몸을 가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적혈구가 붉기 때문이다.
적혈구 속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에 포함된 철 성분은 산소와 결합해 몸속 구석구석에 산소를 보낸다. 이때 산소와 만난 철이 산화돼 붉은빛을 띠게 된다. 따라서 초록 식물이 가득한 육지에서는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도 적혈구의 빨간색이 도드라져 곧장 포식자의 눈에 띄고 만다.
유리개구리가 혈액마저 투명하게 만드는 방법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투명한 상태를 연구하려면 개구리가 실험실에서 편안한 상태로 휴식하거나 잠들어야 한다. 유리개구리는 활동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마취를 했을 때도 혈관이 적혈구로 가득 차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리개구리들이 원래 서식지 환경과 비슷하게 느끼도록 식물과 물이 풍부한 거대한 플라스틱 사육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유리개구리를 재운 뒤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광음향현미경’(PAM)을 이용해 적혈구의 행방을 찾았다. 생체 조직에 레이저빔을 쏜 뒤, 이를 흡수한 분자가 방출하는 초음파로 정교한 이미지를 얻는 방법이다.
준지 야오 교수는 “유리개구리를 깨우지 않고 관찰하기 위해 새로운 광음향현미경을 개발해야 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초음파를 분석해 유리개구리가 잠잘 때 적혈구는 간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면 상태의 유리개구리는 혈액 속 적혈구의 89%를 간에 보관한다. 이렇게 적혈구 대부분이 간으로 가면 간의 부피는 40% 증가하고, 혈관은 2~3배 더 투명해진다.
이때 유리개구리의 간을 비롯한 장기는 빛 반사도가 높은 구아닌 결정에 둘러싸여 보이지 않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유리개구리가 어떻게 하루 중 무려 10시간 동안이나 숨을 쉬지 않고 극도의 저산소증 상태를 유지할 수 있냐는 점이다.
준지 야오 교수는 “아직 정확하진 않지만, 기관이나 조직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한으로 남아있는 혈류내 산소는 심장 근육에 사용하고 다른 기관은 동면과 유사한 상태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유리개구리의 적혈구가 서로 뭉치지 않고 또 말초 조직이 손상되지 않는 이유를 연구할 계획이다. 보통 적혈구는 뭉치면 서로 엉겨 붙어 혈전, 일명 피떡이 생긴다. 그러나 유리개구리는 거의 모든 적혈구를 간에 저장하면서도 혈전이 생기지 않았고 주변 조직도 손상되지 않았다.
연구팀의 추가 연구는 뇌졸중 같은 인간 심혈관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작동기제가 밝혀진다면 혈전증, 폐색전증 등 혈전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혈액 응고 방지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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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린 기자 surin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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