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人] ②"北노인들 단식해 목숨 끊어…자식 불이익도 걱정"

최현석 2023. 4.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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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선 살기도 힘들지만 마음대로 죽지도 못합니다."

지난 13일 강동구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만난 탈북민 김명자(가명·71)씨는 북한에서는 조기 은퇴한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6년 전 한국에 온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도 농마국수, 줴기떡 등 북한 음식을 요리해 탈북민에게 나눠주는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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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70대 여성 "생활고 노인들의 극단적 선택을 자연사로 위장"
"女 정년 55세로 남성보다 5년 빨라…연금 부족해 쌀도 못 사"
탈북민 김명자(가명)씨 [촬영 최현석]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북한에선 살기도 힘들지만 마음대로 죽지도 못합니다."

지난 13일 강동구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만난 탈북민 김명자(가명·71)씨는 북한에서는 조기 은퇴한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식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한 자의 가족'이란 불명예를 안기지 않기 위해 자연사로 위장될 수 있는 '단식'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성은 남성보다 5년 빠른 55세에 은퇴한다"며 "30년 가까이 일했는데 연로연금(퇴직금)을 매달 700원밖에 못 받았다"고 했다. 연금으로 5천원가량인 쌀 1㎏도 못 사는 여성 조기 은퇴자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6년 전 한국에 온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도 농마국수, 줴기떡 등 북한 음식을 요리해 탈북민에게 나눠주는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다음은 김씨와 일문일답.

농마국수, 줴기떡 나눔 봉사하는 김명자(가명)씨 [촬영 최현석]

-- 언제 탈북해 한국에 왔나.

▲ 양강도 혜산시에서 살다가 2015년 11월 홀로 탈북했다. 중국에서 1년 정도 있다가 2017년 한국에 들어왔다. 북한에서 직장을 은퇴한 후에 생활이 어려웠는데 책임자와 다툰 후 배신감까지 느껴 탈북을 결심했다. 북한에 있는 자녀 셋이 다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감에 빠져 죽으려 했는데 탈북난민인권연합에서 손을 잡아줬다. 자식들도 풀려났다고 한다.

-- 은퇴 후 생활은 어땠나.

▲ 북한에서 여성은 55세에 연로보장(정년퇴직)을 받는다. 나는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에서 30년 가까이 일했는데 연로연금을 매달 700원밖에 못 받았다. 사무직은 1천500∼3천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4천500∼5천500원 수준인 쌀 1kg도 살 수 없다.

--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할 형편이 되나.

▲ 형편이 좋지 않은 자식에게 의존하는 것이 미안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인도 많다. 북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면 나라 은혜를 받고도 배반한 자로 문건에 남기고 시신을 강제로 끌고 간다. 자식들은 절대 간부 자리에 못 올라간다. 이 때문에 자연사인 것처럼 보이려고 1주일 이상 굶는다. 아편이나 마약을 구해서 먹고 죽는 경우도 있다. 당국이 마약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심장마비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 여맹은 어떤 단체인가.

▲ 직장이 없는 주부들은 여맹에 의무 가입해 '사상 단련의 용광로'로 불리는 조직 생활도 해야 한다. 여맹은 도·시·군 뿐 아니라 읍·동 등 하부 단위까지 촘촘히 조직돼 있다. 학습과 생활총화(정기적으로 조직에서 자기 사상을 총화 받고 남을 비판하는 회의) 등을 진행한다. 1월 8일(김정은 생일), 2월 16일(광명성절·김정일 생일), 4월 15일(태양절·김일성 생일) 등 정치적 목적의 행사에 참석해 연단에서 이뤄지는 토론 등을 열렬히 옹호해야 한다. 비판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없어진다. 60세 이상부터는 노인으로 들어가 생활총화는 안 가도 되지만 개별총화를 해야 하고 여맹비는 계속 내야 한다.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조직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탈북민 김명자(가명)씨 [촬영 최현석]

--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는 어떤가.

▲ 가정에서 남편이 첫째고 남자가 말하면 여자는 꼼짝 못 한다. 군대에서 남성 군관(장교)들이 여성을 건드리는 경우가 있어도 말을 잘 못한다. 그렇지만 남성이 일할 자리가 없기 때문에 여성이 장마당 장사 등 (경제)활동은 더 많이 한다. 쌀을 100∼200g이라도 구해야 죽을 끓여서라도 자식을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위생대(생리대)가 없어서 천을 사용한 뒤 빨아서 다시 쓴다. 부엌에 가스레인지 등 기기는 없고 할머니 때 살던 방식 그대로 아궁이에 나무로 불을 때 밥을 한다. 요즘은 인민의 희망인 수도 평양에서도 배급을 못 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면 저 나라는 다 된 것이다.

-- 김정은의 딸 김주애나 여동생 김여정의 차기 지도자설도 나오는데 여권 신장과는 무관한가.

▲ 절대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될 수 없다. 설령 되더라도 주민들이 말을 잘 안 들을 것이다. 김정은이 김주애를 내세워놓고는 아들을 뒤에 숨겨 놓은 채 교육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북한 주민들은 남한을 어떻게 생각하나.

▲ 남한에서는 시위가 자주 일어나고 경찰 등에 맞아 죽는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탈북해 중국에 가는 것을 생각했지만 남한에 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북한만큼 행복한 지상낙원은 없다고 생각했다. 살기도, 죽기도 힘든 지옥에 살면서도 보고 듣지 못해 그런 것이다. 한국에 와서 교회 다녀보니까 십계명 같은 것이 북에서 김일성 우상화를 위해 제시한 것들과 비슷했다. 북한 주민들이 모르는 성경과 하나님을 알고 있던 김일성이 그것으로 자신을 위한 체제를 만든 것 같다.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회장 [촬영 최현석]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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