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하늬 "韓영화 역사에 남을 '킬링 로맨스', 보물섬 같았죠"

조은애 기자 2023. 4.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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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하늬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평점 1점부터 10점까지. 최근 이렇게 양극단의 평을 동시에 받은 영화가 있었던가. 이원석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을 담은 '킬링 로맨스'가 4월 극장가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주연을 맡은 배우 이하늬는 1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한국영화계 역사에 남을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14일 개봉한 '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다. 2013년 '남자사용설명서'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원석 감독의 신작으로, 독특한 세계관과 색채감, 파격적인 캐릭터, 중독성 있는 OST로 팬덤 현상까지 만들어내며 사랑받고 있다.

"상업영화니까 당연히 관객분들의 호응이 클수록 좋겠지만 이 영화는 스코어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극장이 코로나19 이후로 사그라들면서 한국영화의 가장 큰 힘이었던 다양한 콘텐츠가 너무 위축됐잖아요. '킬링 로맨스'는 이런 시점에 화두를 던지는 영화죠. 마치 민트초코맛 같은 이 영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고 '킬링 로맨스' 이후로 계속 이렇게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마 처음엔 '이게 뭐지?' 싶다가도 나중엔 점점 젖어들걸요?(웃음)"

이하늬와 이선균, 그리고 '킬링 로맨스'의 첫 만남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하늬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축하 파티에서 이선균과 만나 '킬링 로맨스' 출연을 약속했다. 이하늬는 "거의 연대보증 같은 느낌이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저는 출연을 확정했었고, (이선균이) 너무 재밌게 읽으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어요. 그 파티에서 (이선균) 오빠를 처음 뵙고 인사를 하기도 전에 '킬링 로맨스 할 거지? 진짜지? 해야 돼!' 서로 열 번 정도 확인했어요.(웃음) 저희에게도 이 영화는 도전이었죠. 촬영 내내 우리 이거 개봉하면 동반 이민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래도 그 도전에 너무 믿음직한 동반자라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거예요. 오빠의 연기 덕분에 자칫 과장된 캐릭터로만 보일 수 있는 조나단이 땅에 딱 붙은 인물로, 아주 독특하고 재밌게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하늬가 연기한 황여래는 팬클럽 '여래바래'의 전폭적인 응원 속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톱스타이지만, 어느 날 '발연기'로 대중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이후 그는 혼자 떠난 휴가에서 우연히 만난 재벌 조나단 나(이선균)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은퇴를 선언한다. 하지만 조나단 나와의 결혼생활은 녹록지 않고, 여래는 자신의 원래 모습과 행복을 되찾기 위해 팬클럽 3기 출신 범우(공명)와 함께 작전을 세운다.

"여래는 감정 기복이 크고 음기와 양기가 동시에 있는 듯한 인물이라 연기하기 쉽진 않았어요. 마치 감독님의 아주 희한한 자동차를 타고 가는 기분이었죠. 겉으로는 코믹해야 했지만 캐릭터 기저에 깔린 감정선을 많이 생각했어요. 먹는 것 하나까지 남편에게 제재받고 '넌 안 돼, 넌 못 해'라고 가스라이팅 당하는 삶을 살다보면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을까요? 그래서 여래가 약간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을 계속 신경쓰면서 연기했죠."

특히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아는 톱스타라는 캐릭터 설정은 배우로서 15년 넘게 활동 중인 이하늬와 공감대가 있었다. 유명 연예인으로서 숨 돌릴 틈 없이 타이트한 스케줄을 소화해 나가다보니 찾아온 무력감이나 공허함은 이하늬 역시 이미 느껴본 적 있었다.

"여래가 느낀 피로감이 어떤 건지 너무 잘 알죠. '오늘 뭔가 바빴는데 왜 바빴지?' 할 정도로 정신없이 살아보신 분들은 다 공감하실 거예요. 저도 예전에 진짜 살벌하게 일할 때는 한 달에 하루 휴차가 감지덕지일 때도 있었어요. 영화, 드라마, 방송, 잡지, 광고 촬영이 한꺼번에 몰려서 매일 차에서 쪽잠 자고, 한 2년을 그렇게 휴식 없이 일했거든요. 그러다 하루는 가야금 연주를 하는데 손이 떨리고 척추가 흔들리더니 허리가 나가서 그대로 주저앉고 못 일어났어요. 쉴 때는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걸 너무 어려서 몰랐던 거예요. 그 이후로 요가 여행도 다니고 스스로에게 휴식 시간을 선물로 주기 시작했죠."

이하늬는 최고의 미모와 스타성을 자랑하는 연예인을 그려내면서도 독보적인 코믹 연기로 '킬링 로맨스'의 든든한 중심을 책임졌다. 성 안에 사는 공주처럼 아름답지만 동시에 외모가 주는 이미지와 편견을 과감하게 비튼 요소들을 완벽히 표현하며 관객들의 마음에 제대로 안착했다는 평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있는 듯 독특한 세계관, 다소 낯선 화법 탓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이하늬는 "숨겨놓은 걸 찾는 재미가 있었다. 보물섬 같은, 아주 특별한 영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보통 어떤 작품에서든 용기나 희망보다 죽음, 슬픔이 더 깊고 진하게 잘 보이죠. 근데 진짜 세상에 필요한 에너지는 희망, 믿음 같은 것들이잖아요. '킬링 로맨스'는 그걸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영화에요. 세상에 없던 방식으로 아주 핵심적인 얘기를 해요. 그냥 웃고 넘어가는 장면 중에도 숨겨진 의미들이 정말 많고요, 몇 번 더 볼수록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촬영할 때부터 스태프들이랑 우리는 한국영화의 역사에 남을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고요, 부디 흥행도 잘 돼서 또 다음 의미를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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