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감사청구',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걸까

정재웅 2023. 4.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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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
대우조선, KDDX 사업자 선정 '국민감사청구'
공정위 결합 심사 발표 앞두고 제기…추측 난무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대우조선해양 "억울하다"

지난 19일 대우조선해양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 2020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 설계 사업자 선정 당시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개념설계 자료를 불법 촬영해 은닉해왔다는 겁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불법적으로 자료를 획득한 것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 반영되지 않았던 탓에 현대중공업이 최종 승자가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최종 심사 결과 점수 차이는 0.0565점에 불과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합니다. 0.1점도 안되는 차이로 탈락했으니까요.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의 불법 행위가 KDDX 기본 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 반영돼 벌점이 부과됐다면 결과는 뒤집혔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우선 팩트를 확인했습니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은 해군이 발주한 KDDX 개념 설계 사업자로 선정돼 해군에 개념 설계도를 납품했습니다. 개념 설계도는 비밀문서입니다. 현대중공업 직원은 해군 장교를 통해 이것을 불법으로 촬영해 가져간 정황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지난 2020년 사업자 선정 결과 발표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법원에 'KDDX 기본 설계 사업자로 현대중공업이 선정된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의 사업자 선정 당시에는 재판이 진행 중이었기에 현대중공업 직원의 불법 행위가 선정 과정에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재판부의 판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 직원의 설계도 불법촬영 행위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현대중공업이 이 자료를 KDDX 기본 설계에 반영했는지는 증거가 없다고 보고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가처분 신청과 별도로 진행됐던 현대중공업 직원의 불법 행위 재판에 대한 결과가 2022년 11월 나왔습니다. 이 재판의 피고인은 현대중공업 직원 9명입니다. 법원은 1심에서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불법 행위를 인정했습니다. 이 재판은 현재 피고 9명 중 1명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입니다. 더불어 1심 재판 판결문 열람 금지 신청을 한 상태여서 판결문을 볼 수 없습니다. 

이에대해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11월 판결에서 현대중공업 직원들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나온 만큼 불법 촬영이 있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보고, 처음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조용한 이유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이 건과 관련해 국민감사청구를 신청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감사원에 HD현대중공업이 현재 진행중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의 사업자 선정 과정과 사업 진행에 있어 적법·위법성 여부가 없었는지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사업자 선장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결과를 제대로 잡아달라는 겁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이처럼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 상대편인 HD현대중공업은 언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일단 당시 현대중공업 직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 법원도 인정한 만큼 굳이 대외적으로 나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보기좋지 않다는 판단인듯 합니다. 다만 사안에 대한 초점을 바꿔, 불법 행위는 인정하지만 그것을 KDDX 기본 설계에 사용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사실 HD현대중공업 내부에서도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국민감사청구 소식을 듣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입장과 무대응이 낫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고 합니다.

HD현대중공업은 최종적으로 이미 법원의 판단을 받은 사안인 만큼 동종 산업 종사자들끼리 굳이 분란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내놓지 않는 이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행위가 아킬레스건이었을 것"이라며 "이미 법원 판단이 나온 만큼 HD현대중공업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묘한 기류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3년 전의 일을 다시 들고나온 이유에 대해 내막이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 심사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이 반대의견을 낸 것에 반격한 모양새가 아니겠냐는 추측입니다. 

공정위는 현재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 결과 발표를 준비 중입니다. 총 8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7개국에서는 모두 '승인' 판정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공정위가 이번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것이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산업의 경쟁력 여부보다 독과점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공정위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함정의 주요 부품 공급처인 한화와 군함 등 특수선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으로 방산 분야 독과점 이슈가 있을지를 동종업계에 질문해야 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이 공정위의 문의에 우려섞인 답변을 했다고 알려지면서,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HD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여타 방산업체들에게도 같은 문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인 HD현대중공업의 의견이 부정적이자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입니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공정위의 승인이 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예정된 투자는 물론 각종 수주전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에도 나설 수 있습니다. 이미 7개국에서 승인을 받았음에도 공정위의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측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일까

대우조선해양은 업계의 이런 분석에 대해 "절대 아니다"는 입장입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건은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건"이라며 "법원도 인정한 불법 행위가 명백하게 있었음에도 이같은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심사 결과에 대한 항변이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국민감사청구를 진행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기업결합심사 결과 발표와 관련, 확실한 제스처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와의 결합을 두고 HD현대중공업이 우려를 표명한 것에 대한 반발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일종의 '무력시위'가 아니겠냐는 의견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재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오는 6월에나 발표될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공정위가 예상보다 빨리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건부 승인'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은 본격적으로 한 팀이 돼 뛸 수 있게 됩니다.

KDDX 사업자 선정건은 대우조선해양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억울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다만 그것을 문제 삼은 시점이 공교로운 시점이었다는 것이 이번 일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경쟁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의 문제도 얽혀있어 더욱 의구심이 증폭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이번 국민감사청구는 대우조선해양의 설명처럼 정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일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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