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관측소] 바닷물 온도 최고치 돌파, 엘니뇨 주의보에 기온 급상승 우려
전 세계의 바닷물 온도가 관측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4월 5일 지구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1.1℃를 기록했습니다. 이전 최고 기록인 2016년의 21.0℃를 0.1℃ 정도 웃도는 것입니다. 위 그림은 미국 해양대기청과 미국 메인주립대가 분석한 전 세계 해수면 온도 그래프입니다. 1981년부터 기록을 시작해 올해까지 43개의 그래프가 겹쳐 있습니다. 그중 짙은 붉은색 실선이 올해 수온입니다. 올해 수온이 그 어느 해보다 높게 수온이 치솟은 것이 확인됩니다.
위 그림은 바닷물 온도가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예년 이맘때와 비교해 수온이 얼마나 높은지 비교한 건데요. 붉은색은 예년보다 수온이 높은 곳이고 파란색은 수온이 낮은 곳입니다. 태평양에서 주목해야 할 곳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 즉 페루 앞바다인데요.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시작된 수온 상승이 계속돼 여름에는 태평양 중부까지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바로 '엘니뇨' 현상입니다. 미국 해양대기국은 이달 중순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바다가 차가워지는 '라니냐'와 달리 '엘니뇨'는 바다의 수온을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는 것처럼 바닷물 온도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원인은 기온이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이 배출한 막대한 온실가스 때문입니다.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는 공기나 육지와 달리 바다는 많은 열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바다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열을 흡수했는지 보여줍니다. 1955년 이후 2020년까지 65년간 바다가 흡수한 열은 345 제타 줄(Joule)로 분석됐습니다. 제타는 10의 21승을 의미하는 접두사로 345 제타는 345,000,000,000,000,000,000,000입니다. 히로시마 원폭 에너지로 환산하면 50억 개와 비슷합니다. 65년간 50억 개나 되는 원폭을 터뜨리려면 1초에 2~3개씩 터뜨려야 합니다.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효과로 발생한 열의 3분의 2를 흡수했습니다. 바다가 없었다면 지구는 벌써 사람이 살기 힘든 행성이 됐을 겁니다. 그러나 바다가 열을 흡수하는 능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바닷물 온도는 전 세계에서 고르게 상승하지 않습니다. 특히 더 높아지는 해역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 주변 해역과 서태평양입니다. 서태평양은 한반도를 강타하는 태풍이 만들어지는 곳이고 여름철 집중호우 때 쏟아지는 수증기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수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바다가 내뿜는 수증기의 양은 약 4~7%씩 증가합니다.
수증기가 응결해 물방울이나 비로 변할 때 많은 열을 방출하는데 이 열이 폭우와 태풍을 강하게 만듭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는 많은 전문가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 태풍은 지금까지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슈퍼태풍 중 가장 높은 위도에서 발생했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 위도 25도 북쪽의 바다도 아열대 해상처럼 뜨거워졌기 때문인데요.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우리나라와 가까운 곳에서도 강력한 태풍이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수온이 오르면 바다가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집니다.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강력한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더 오래 머물러 농도가 높아지고 지구의 기온이 더 가파르게 상승할 위험이 높습니다. 뜨거워진 바다는 북극과 남극의 얼음도 더 많이 녹입니다.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데워진 바다 자체도 열팽창으로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위는 더 높아집니다. 섬나라는 물론 많은 인구가 밀집한 해안 도시들도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뜨거워진 바다는 전 세계를 돌며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해류의 순환에도 장애를 일으킵니다. 위 그림은 적도의 따뜻한 바닷물을 차가운 북극해까지 수송하는 해류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대서양이 특히 중요한데요. 적도 해역에서 출발한 온수가 북극해를 데우고 대서양 북쪽에서 식은 뒤 가라앉아 적도로 되돌아갑니다. 이 해류는 말하자면 지구의 난방 보일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바닷물은 가볍고 차갑고 염분이 많은 바닷물은 무겁죠. 대서양 북쪽에서 바다가 가라앉으려면 바다가 차고 염분이 많아야 합니다. 바닷물 온도가 계속 높아지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 담수가 유입되면 바닷물이 가벼워져 가라앉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전체 해류의 순환이 느려집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20세기 중반 이후 대서양의 해류 순환이 약 15%나 약해졌다고 밝혔습니다. 대서양의 순환이 이렇게 약해진 것은 지난 1천 년 동안 볼 수 없던 일이라고 연구자들은 말했는데요. 지구의 난방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그런 상상을 영화다운 상상으로 그려낸 영화가 '투모로우'입니다. 인간이 배출한 막대한 온실가스와 열기를 지금까지 바다는 넓은 마음으로 묵묵히 흡수해 왔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돼 이제는 그 바다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바닷물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구성: 김승환 디자인: 이예지 도움말: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김승환 기자(coco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476546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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