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제로슈가 전성시대…'무설탕=0칼로리' 믿었다간 큰 일
단 맛 내는 감미료…강한 단맛에 가격은 설탕보다 저렴
혈당 조절 당뇨환자, 충치예방 등에 이점
제로 파이 칼로리…일반 파이와 비슷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 선정수 > 요즘 무설탕이 대세라고 할 정도로 무설탕 제품들이 많이 보입니다. 무설탕 제품들에 대한 여러가지 팩트체크를 준비해봤습니다.
◇ 조태임 > 음료수, 주류, 과자, 아이스크림 등 굉장히 많은 제품이 '무설탕'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왜 이렇게 무설탕 제품들이 대세인걸까요?
◆ 선정수 >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무설탕 제품을 드실 겁니다. 일단 무설탕 제품이 꼭 필요한 분들은 혈당을 조절해야하는 당뇨환자들입니다. 칼로리에 신경을 쓰는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도 무설탕 제품을 선호할 거구요. 아이들에게 단 음식 주기를 꺼리는 부모님들도 무설탕 제품을 종종 구매할 겁니다.
◇ 조태임 > 그런데 무설탕은 열량이 없나요?
◆ 선정수 > 무설탕 제품들이 단맛이 없다면 소비자들이 구입할까요? 음료수, 과자, 사탕, 젤리, 아이스크림에서 전혀 단맛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무도 안 사겠죠? 그래서 단맛을 내기 위해 감미료를 집어넣는데요. 식약처에서 승인한 감미료는 총 22종이며, 감미료는 설탕보다 수백 배 강한 단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사카린나트륨은 300배, 수크랄로스는 600배, 아세설팜칼륨과 아스파탐은 200배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감미료는 설탕보다 칼로리와 혈당지수(GI 지수)가 낮으며, 가격도 설탕보다 저렴해 설탕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설탕은 1g 당 4kcal의 열량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미료는 종류별로 D-소비톨, 자일리톨 등의 당알코올류는 열량 0~2.4kcal/g, D-리보오스 등의 당류는 2.4~4kcal/g,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사카린나트륨, 수크랄로스와 같이 단맛이 강한 고감미료0~4kcal/g 등 열량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단맛이 강해 설탕보다 소량만 사용하게 되므로 음식에 들어갔을 때 전체적으로 열량을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수크랄로스 같은 감미료처럼 아예 칼로리가 없는 것도 있습니다. 설탕 대신 감미료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재료에 열량이 들어있다면 무설탕 제품이라도 열량은 있는 거죠. 대신 설탕이 가지고 있는 만큼의 열량이 없거나 적게 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
◇ 조태임 > 단맛은 나면서 열량은 없거나 적다. 좋은 거 아닙니까?
◆ 선정수 > 식약처의 설명을 한 번 가져와 봤습니다. 이런 감미료는 단맛은 느끼게 하지만 효소가 작용하지 못해 에너지원이나 충치의 영양분으로는 이용할 수 없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저칼로리 또는 무칼로리로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충치의 원인인 산을 생성하지 못해 충치 발생 가능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인체 소화기관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돼 혈중 당 농도에도 영향을 주지 않아 당뇨환자들도 안심하고 단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 조태임 > 실제로 식품 속에 이런 감미료들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죠.
◆ 선정수 > '코카콜라 제로' '칠성사이다 제로'를 비롯한 다수의 무설탕 탄산음료는 수크랄로스(설탕 600배)와 아세설팜칼륨(200배)을 사용합니다. 두 물질은 무열량으로 분류됩니다. '펩시 제로 슈거'는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에 아스파탐을 함께 넣습니다. 아스파탐은 설탕과 열량이 같지만 당도가 200배 높아 소량으로도 단맛을 낼 수 있습니다. 아스파탐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0칼로리'로 표시할 수 있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열량이 100㎖당 4㎉ 미만일 때 무열량으로 표시하는 것을 허용해서입니다.
롯데제과가 이름을 바꾼 롯데웰푸드는 설탕제로·당류제로를 표방하는 '제로'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젤리, 초코파이, 쿠키, 빙과류 등 다양한 제품을 이 브랜드로 출시했는데요. 이 제품은 당류 0g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대신 D-말티톨, 소비톨액, 에리스리톨, 폴리글리시톨,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100g랑 470kcal 이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쌀밥 백미 기준 100g당 열량은 146kcal 입니다. 설탕은 들어있지 않지만 밥 같은 양보다 3배 이상 열량이 많죠. 일반 초코칩 쿠키의 열량은 100g 당 489kcal 입니다.
◇ 조태임 >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초코칩 쿠키인데 무설탕은 열량이 470이고, 일반 제품은 489네요. 큰 차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왜 이렇게 만드는 걸까요?
◆ 선정수 > 사람들이 설탕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죠. 비만, 당뇨, 슈가하이 등등 거의 설탕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식의 고정관념이 생겼잖아요. 그런데 단맛 없이는 살 수 없는 분들이 많을 정도로 단 음식이 넘쳐나구요. 그래서 '설탕 없는 단맛'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는 것이죠. 그리고 가격에도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 조태임 > 가격이라고 하면… 혹시 설탕보다 감미료가 더 싼가요?
◆ 선정수 > 비교를 한 번 해봤습니다. 100g 당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말씀 드리면요. 백설탕은 147원, D-말티톨(환원맥아물엿) 227원, 뉴슈가(사카린나트륨+포도당) 320원, 스테비아 915원, 아스파탐 1200원, 자일리톨 3000원, 아세설팜칼륨 3150원, 에리스리톨 2028원, 수크랄로스 2만6000원입니다.
◇ 조태임 > 백설탕이 147원이라고 했잖아요. 인공감미료가 설탕보다 더 비싼데요.
◆ 선정수 > 여기에 함정이 숨어있죠.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600배 단맛을 내죠. 그럼 600분의 1만 써도 같은 정도의 단맛을 낸단 말이죠. 설탕이 147원이니까 600을 곱하면 8만8200원. 단순하게 계산하면 수크랄로스는 2만6000원어치로 설탕 8만8200원 어치의 단맛을 낸다는 이야깁니다. 설탕 대신 수크랄로스를 사용하면 비용을 3분의1로 줄일 수 있는 거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기능성 감미소재 개발 및 응용, 2011년> 보고서를 보면 "고감미 감미소재가 설탕 (1000원/1kg) 60-100배 정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감미도가 설탕의 200-600배 이상으로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훨씬 저렴한 소재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 점차, 감미료 시장에서 설탕 대체 소재로서 시장 확대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라고 분석합니다.
◇ 조태임 > 그럼 업체 입장에선 원가를 줄일 수 있는 거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설탕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하면서, 원가도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죠. 설탕 가격은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9년 평균 가격은 톤당 333달러였는데요. 2022년 평균은 532달러 수준입니다. 3년 사이에 60% 정도 오른거죠. 지난 11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702달러에 마감됐고요 최근에도 600달러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조태임 > 국제 설탕가격은 오르는데 설탕 기피현상은 심해지고, 설탕을 대체하는 감미료는 원가부담이 적고, 업체 입장에서는 굉장히 환영할만한 일이네요. 그런데 이 감미료는 아무리 먹어도 괜찮은 겁니까?
◆ 선정수 > 인공감미료 중에 '올'로 끝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일리톨, 만니톨, 말티톨, 에리스리톨 이런 것들인데요. 당알코올로 분류되는 성분입니다. 알코올이라는 이름이 들어있어 술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술의 성분인 에탄올, 에틸알코올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하이드록시기가 탄소원자에 결합된 유기화합물을 분류하는 용어가 알코올이고 이 감미료 성분들이 여기에 해당되고 당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당 알코올'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이런 당알코올은 소장에서 흡수율이 좋지 않아 칼로리가 낮고, 혈당을 높이지 않으며, 물에 잘녹고 단맛이 나지만 충치균 등이 다른 당과는 달리 쉽게 분해시키지 못하므로 충치 예방에 좋습니다.
잘 소화흡수되지 않고 장에서 발효를 일으키고 가스를 발생시켜 복부 팽만감과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당알코올류를 주원료로 한 제품에 대해서는 해당 당알코올의 종류 및 함량을 표시하여야 하고, "과량섭취시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등의 표시를 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솔비톨,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말티톨 등은 입에 넣을 때 시원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당알코올이 흡열반응을 통해 용해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 조태임 > 주류에도 무설탕 열풍이 불고 있죠. 많은 분들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하는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선정수 > 네 무설탕 소주가 속속 출시되고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도 술에 들어있는 에틸알코올 자체가 열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새로 360ml 1병의 열량은 324kcal입니다. 알반소주 1병의 열량은 400kcal 정도 됩니다. 무설탕 소주가 열량이 조금 낮기는 하지만 열량이 없다. 이렇게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쌀밥 100g이 146kcal 잖아요 보통 밥 한공기는 200g으로 계산하니까 밥 한그릇은 300kcal이 조금 안 되죠. 무설탕 소주 한 병 마시면 밥 한 그릇 먹는 것보다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되는 겁니다.
◇ 조태임 > 그런데 이 감미료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 선정수 > 네 여러가지 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연구팀은 인공감미료 에리스리톨이 혈전 위험을 높여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수크랄로스와 사카린이 혈당 자체를 높이진 않지만,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끼쳐 혈당 상승을 불러온다는 이스라엘 연구도 있구요. 특히 인공감미료가 단맛에 대한 욕구를 자극해 단 음식을 더 찾게 만든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식약처를 비롯한 각국의 식품 규제 당국은 승인된 감미료를 1일 섭취허용량 이내에서 섭취한다면 안전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인공감미료의 1일 섭취허용량은 캔음료를 수십개 먹어야 채울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식약처의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 재평가'를 보면 1일 섭취허용량 대비 국민 평균 섭취량은 수크랄로스 0.19%, 아스파탐 0.12%, 아세설팜칼륨 0.30%로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 1일 섭취허용량은 동물실험에서 동물이 평생 먹어도 안전한 양을 구한 다음에 그 양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양으로 구하는 수치입니다.
◇ 조태임 > 식품 당국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왜일까요?
◆ 선정수 > 인류가 인공 감미료를 사용한 기간이 짧기 때문입니다. 사실 모든 사람은 아는 것 빼고는 다 모르잖아요.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모를 우려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의심을 품고 연구를 하죠. 그리고 그 연구의 타당성이 시간을 갖고 검증되구요. 사전예방의 원칙인데요. 혹시 모를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면 미리 조심하자는 거죠. 그래서 이 인공감미료도 완전히 검증될 때까지는 되도록 덜 먹는 게 좋지 않나 이런 생각이 깔려 있는 겁니다. 정부와 업계에선 당장 해롭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먹어도 된다는 입장인 거구요. 그런데 확실한 건 당뇨 또는 다이어트 때문에 열량섭취를 제한해야 할 경우 무설탕 또는 제로 표시를 무조건 믿지 마시고요. 영양성분표에 기재된 열량을 살펴보시는 게 우선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 조태임 > 그러게요. 오늘도 너무 재밌는 얘기였습니다. 0칼로리, 당류 0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면 안되겠네요. 요런 주의 사항 새겨두고 소비하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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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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