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프로야구 10개 구단 타선, 어디가 ‘구멍’? [경기장의 안과 밖]
야구는 스타플레이어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기다. 2021년 이후 메이저리그 MVP 경쟁은 ‘오타니 쇼헤이 대 도전자’ 구도다.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로 모두 활약하기 때문이다. 오타니의 최고 시즌은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9.6승을 기록한 지난해다. 소속 팀 LA 에인절스의 지난해 승수(73승)의 13.1%를 차지했다. 농구에는 비슷한 기록으로 WS(윈셰어)가 있다. WAR과 비슷하게 선수의 기여도를 승리로 환산한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NBA 1995-96시즌 WS 20.4승을 기록했다. 소속 팀 시카고 불스는 그 시즌 82경기 중 72번을 이겼는데, 조던의 지분은 28.3%였다. 2022년 오타니의 두 배가량이었다.
게다가 야구는 1~9번으로 짜인 타순에 맞춰 순서대로 공격을 하는 경기다. 점수를 내기 위해서는 9개 포지션의 균형이 중요하다.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10개 구단의 2022년 ‘포지션인덱스(Position Index=PI)’를 정리했다. PI는 구단별로 대타를 제외한 9개 공격 포지션별 OPS(출루율+장타율) 순위 평균값이다. 이 값이 작을수록 경쟁력 있는 포지션이 많고 타순에 ‘구멍’이 적다. 타선 포지션 균형을 보여주는 PI는 실제 득점이나 득점 생산성 지표인 공격 WAR 등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다만 기술적인 문제로 아직 구장 변수나 시즌 효과 등을 가중하지는 않았다. 이어 구단별로 올 시즌 변화를 점검했다.
■ KIA PI 4.0(1위) 공격 WAR 27.23(2위)
KIA는 2021년 PI 꼴찌 팀이었다. 공격 9개 포지션에서 포수, 3루수, 유격수, 그리고 외야 세 자리와 지명타자 순위가 8위 이하였다. 하지만 지난해엔 모든 포지션에서 6위 이상이었다. 그 결과 팀 득점 공동 1위, 공격 WAR 2위에 올랐다. 성공적인 팀 구성을 했다. 4월 키움에서 포수 박동원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3루수에는 신인 김도영이 무서운 활약을 했고, 유격수 박찬호가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새 외국인 중견수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FA(프리에이전트) 우익수 나성범이 첫 시즌부터 맹활약했다. 두 포지션 OPS 순위는 각각 2위, 1위였다. 리그 전체적으로 전업 지명타자가 줄어든 가운데 베테랑 최형우가 2021년보다 나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박동원을 FA로 잃은 가운데 신규 FA 영입이 없다. 박동원 계약 실패 배경에는 장정석 전임 단장의 뒷돈 요구 스캔들이 있다. 도덕적 해이가 조직을 망가뜨릴 수 있는 사례다. 나성범과 김도영 그리고 주전 2루수 김선빈은 개막 시리즈를 전후해 부상을 당했다. 최형우는 올해 40세 생일을 맞는다. 지난해 성공을 재연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찍힌다.
■ LG PI 4.3(2위) 공격 WAR 31.02(1위)
LG는 지난해 팀 득점 3위였다. 타자에게 불리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최강 타선이었다. 공격 WAR은 팀 사상 최고 시즌인 1994년에 이어 2위였다. PI 순위도 2021년 8위에서 지난해 2위로 상승했다. LG는 전통적으로 외야진이 강했다. 2022년엔 내야도 강해졌다. 채은성·송찬의가 활약한 1루와 문보경이 749이닝 OPS 0.825를 기록한 3루에서 크게 향상됐다. 그리고 오지환은 지난해 리그 최고 유격수가 됐다. 오프시즌 포수 유강남을 FA로 롯데로 보냈지만 KIA에서 박동원을 영입했다. LG 타선은 지난해 성공을 외국인 타자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냈다. 리오 루이즈와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WAR 합계는 0.14승에 불과했다. 오스틴 딘이 리그 외국인 타자 평균만 해줘도 LG는 지난해 공격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 SSG PI 4.4(3위) 공격 WAR 23.25(4위)
SSG는 2021년 최강 타선이었다. OPS 0.775로 단연 1위. 하지만 지난해엔 3위로 떨어졌다. PI 순위도 1위에서 3위로 똑같이 변했다. 최정은 2022년에도 리그 최고 3루수였다. 박성한은 두 시즌 연속 유격수로 3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중견수 최지훈과 우익수 한유섬, 지명타자 추신수도 자기 포지션 경쟁력을 리그 상위권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포수, 2루수, 좌익수 포지션 생산성이 떨어졌다. 포수 이재원은 두 시즌 연속으로 부진했고, 5월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민식도 못지않았다. 2루수 최주환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좌익수 약세는 전통이 됐다. 2018년 SK 시절부터 시즌 300타석 이상 출장한 좌익수가 없다. KBO 리그는 올해부터 샐러리캡이 도입됐다. 기량이 하락세인 고액연봉 선수가 많은 팀은 전력 구성이 더 어려워진다. 이재원과 최주환은 35세, 추신수는 41세다. 이재원은 개막전 주전 자리를 잃었다.
■ NC PI 5.3(공동 4위) 공격 WAR 20.93(5위)
NC의 지난해 타격은 실망스러웠다. 상당 부분은 예정된 결과였다. 간판타자 나성범을 FA로 잃었고, 무엇보다 2021년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징계가 이어져 2루수 박민우, 3루수 박석민, 외야수 이명기, 권희동이 개막 이후 한동안 뛸 수 없었다. 1루수 OPS 순위는 두 시즌 연속으로 9위 이하였다. 가장 공격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이 약점이다. FA 우익수 손아섭은 전임 나성범의 활약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전조는 있었다. 2021년 롯데에서 3홈런에 그쳤고, 지난해엔 네 개로 딱 하나 많았다. 하지만 악재 속에서도 크게 부진한 포지션은 없었다. 박민우가 부진했던 2루에는 김주원과 도태훈이 대신 출장하며 OPS 0.900 이상씩을 쳐줬다. 포지션 OPS 순위는 8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NC는 지난해 나성범에 이어 올해는 포수 양의지라는 기둥을 잃었다. 두산에서 FA 자격을 얻은 박세혁을 영입했지만 공격력에선 양의지와 차이가 크다. NC는 포지션별 OPS 차이가 작은 팀이다. 확 기울어지는 포지션이 적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하향평준화라는 느낌이다. 지난해 유격수와 3루수로 맹활약한 노진혁의 이탈도 상당한 타격이다.
■ 롯데 PI 5.3(공동 4위) 공격 WAR 16.62(9위)
롯데는 PI와 반대로 가는 팀이다. 지난해 PI는 공동 4위로 준수했지만 공격 WAR은 한화에만 앞선 9위였다. PI는 포지션별 OPS 평균값이다. 평균에서 벗어난 정도를 나타내는 표준편차는 3.41로 두 번째로 높았다. PI 공동 2위인 NC(2.5)와 차이가 컸다. 워낙 바닥인 포지션이 많았다. 고질적 문제인 포수는 OPS 순위 10위, 유격수는 9위, 1루수는 8위였다. 그래서 오프시즌 FA 포수 유강남과 유격수 노진혁을 영입했다. 롯데는 2020년 내국인 선수 연봉 총액 102억원으로 전체 1위였지만 최하위였다. 다음 두 시즌 몸집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에는 60억원 규모였다. 이대호의 은퇴와 맞물린 시점에서 돈지갑을 풀었다. 유강남과 노진혁은 자기 포지션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거의 듣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의 기존 포지션 생산성이 워낙 바닥이었다. 부상 없이 예년 수준 성적만 기록해도 롯데의 성적은 크게 오를 수 있다. 지난해 FA 우익수 손아섭을 잡지 않은 건 결과적으로 현명했다. 고승민과 잭 렉스의 활약으로 우익수 OPS와 순위는 모두 지난해 상승했다.
■ 삼성 PI 5.7(6위) 공격 WAR 20.58(7위)
지난해 삼성의 득점력은 외견상 나쁘지 않아 보였다. 실제 득점과 OPS는 모두 리그 4위였다. 하지만 PI 순위는 6위였다. 포지션별 OPS 표준편차 3.37로 세 번째로 높았다. 그만큼 특정 포지션 편중이 심했다. 강민호와 김태군이 지킨 포수와 오재일이 버틴 1루수는 상위권이었다. 무엇보다 좌익수 호세 피렐라가 지난해 최고 외국인 타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3루수와 중견수는 10위, 지명타자는 8위, 2루수는 7위였다. 구자욱의 부진으로 우익수 OPS 순위는 2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투수를 포함해 삼성은 지난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전례 없이 높았다. 그럼에도 내국인 선수 연봉 총액은 SSG에 이어 2위였다. 샐러리캡 체제에서 FA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을 도모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실제로 오프시즌 FA로 데려온 선수는 없었고, 내야수 김상수와 오선진이 FA로 이적했다. 구자욱의 부활은 기대할 만하지만 내부 육성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이 점에서 2군 타격코치로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출신 다치바나 요시이에를 영입한 건 주목할 만하다.
■ 두산 PI 6.2(7위) 공격 WAR 18.32(8위)
‘화수분 야구’에 한계가 왔다. 팀 OPS 순위는 2021년 5위에서 지난해 9위로 추락했다. PI도 5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 가운데 6개 포지션에서 순위 하락이 발생했다. 지난해 10개 구단 중 4위 이상으로 경쟁력이 좋았던 포지션은 허경민이 부활한 3루수(3위)와 주포 김재환이 버틴 좌익수(3위) 두 개뿐이었다. 유격수(10위), 중견수(9위), 우익수(8위) 포지션은 심각했다. 포수는 2021년 10위에서 지난해 6위로 가장 순위가 오른 포지션이었다. 그런데 두산의 오프시즌 최대 투자는 FA 포수 양의지 영입이었다. 박세혁을 NC와 맞바꾼 셈이다. 지난해 양의지는 WAR 4.98승으로 뛰어났다. 하지만 박세혁의 WAR을 빼면 3.82승이다. 약점을 보강한다기보다는 강점을 더 강화하는 영입이었다. 올해 두산에 어울리는 전략인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새 우익수 호세 로하스가 개막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날린 건 일단 좋은 신호다.
■ 키움 PI 6.4(공동 8위) 공격 WAR 21.43(4위)
키움은 지난해 득점 8위에 머물렀다. PI도 공동 8위다. 그런데 WAR로는 4위에 올랐다. 이정후라는 이름으로 설명될 수 있다. 지난해 이정후의 공격 WAR은 9.23승으로 팀 타선 전체의 43.1%를 차지했다. 아마도 프로야구에서 유례가 없을 비중이다. 키움의 포지션별 OPS 표준편차는 3.66으로 10개 구단에서 가장 컸다. 이정후가 지킨 중견수와 김혜성이 주전인 2루수는 전체 1위였다. 하지만 1루수, 좌익수, 지명타자 포지션은 꼴찌였다. 3개 포지션 꼴찌는 10개 구단 최다다. 포수는 8위, 3루수는 9위였다. PI라는 지표를 고안한 이유는 특정 강타자에게 의존하기보다 포지션 균형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이정후와 키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키움은 올해도 이정후를 믿고 가야 하는 팀이다. 퓨처스 FA로 영입한 이형종 외에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다. 야시엘 푸이그에서 애디슨 러셀로 교체된 외국인 타자 전력은 공격 면에선 지난해보다 떨어진다.
■ KT PI 6.4(공동 8위) 공격 WAR 19.09(7위)
KT의 팀 OPS는 2021년 6위에서 지난해 7위로 한 단계 추락했다. PI는 4위에서 8위로 더 나빠졌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5개 포지션에서 OPS 순위가 하락했다. 2022년에도 같은 5개 포지션에서 순위가 떨어졌다.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지난해 KT는 거포 박병호를 영입했다. 원래 박병호의 포지션은 지명타자였다. 하지만 강백호의 부상 때문에 1루수로 나섰다. 1루수 주인은 변했지만 순위는 변함없이 1위였다. 하지만 강백호가 62경기 OPS 0.683이라는 최악의 부진을 겪어 전력 상승효과는 사라졌다. KT 야수진은 재건이 필요하다. 포지션별 OPS 순위는 2루수 10위, 지명타자 9위, 3루수와 유격수, 중견수, 우익수는 8위였다. 8위 이하 포지션 5개는 한화와 타이였다. FA로 영입한 김상수는 공격에선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은 상무에 입대했고, 중견수 배정대는 시범경기 도중 왼쪽 새끼손가락이 골절됐다. 강백호의 부활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 한화 PI 6.7(10위) 공격 WAR 13.49(10위)
한화는 2022년 10개 구단 최약체 타선이었다. 실제 득점과 OPS, WAR, PI까지 모두 최하위였다. 포지션별 OPS 표준편차는 1.78로 가장 낮았다. 즉, 골고루 못했다. 9개 포지션 모두에서 OPS 순위는 5위 이하였다. 우익수는 10위, 좌익수는 9위, 포수와 1루수, 유격수는 7위였다. 2021년 한화는 2루수 정은원과 3루수 노시환이 정상급 활약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모두 부진하며 순위가 세 계단씩 떨어졌다. 유의미한 상승을 보인 포지션은 마이크 터크먼이 지킨 중견수(+5)와 지명타자(+4)였다. 하지만 터크먼은 팀을 떠났고, 지명타자 자리에는 뚜렷한 주전이 없었다. 김인환의 116타석이 팀 내 최다였다. 한화는 오프시즌 1루수 채은성과 내야수 오선진을 FA, 외야수 이명기를 FA와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워낙 기존 전력이 약해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음주운전으로 7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2021년 득점력 꼴찌였던 KIA는 지난해 리그 정상급 타격 팀으로 변신했다. 현재로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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