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포커스] 저무는 핵군축 시대…미·중·러 3극 핵대결로 돌아오다
"中 핵 확장, 美 견줄 강대국이라는 점 과시용"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냉전 시대 이후 종말을 고했던 것처럼 보이던 핵 군비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중국이 가세하면서다. 핵 경쟁이 가속 페달을 밟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핵무기는 냉전 긴장이 극에 달했던 1986년 7만기까지 늘어났다가 핵무기 최대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점차 그 수를 줄이며 꾸준히 줄어들었다.
여기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NPT를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않은 나라가 핵을 보유하거나,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에 핵무기나 핵개발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해 핵보유국이 늘어나는 것을 막았고, 미국과 옛 소련이 전략무기제한협정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폭격기 등 전략무기에 수량적인 제한을 뒀다.
전략무기제한협정은 이후 소련이 붕괴하며 미국-러시아 간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그 후신으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까지 이어졌다.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러시아와 미국이 배치할 수 있는 전략 핵탄두의 수를 1550기, 운반체를 700기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국은 조약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호 사찰을 해 오고 있다.
이처럼 지난 30여 년간 핵무기 통제의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 핵군축의 시대는 저물고 미국·중국·러시아 3극 핵대결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다 중국이 신설 원자로의 핵연료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하면서 미국으로서는 핵무기에 대한 우려가 두 배로 커졌다.
그간 러시아는 뉴스타트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핵무기를 두고 양국 간 긴장감은 고조돼 왔다. 조약이 만료되거나 두 국가 중 하나가 일방적으로 조약을 탈퇴할 경우, 핵무장 잠수함, 폭격기, 미사일을 무제한으로 배치할 수 있어 국제 안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 회사인 로사톰은 지난해 12월 25톤(t)의 고농축 우라늄을 중국 최초의 고속 원자로인 CFR-600에 운반하는 작업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CFR-600에서 매년 핵탄두 50개 정도의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현재 핵탄두 보유량이 400개를 넘어섰고, 현재 속도로 비축량을 확대할 경우 2035년까지 약 1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중국 측에서는 CFR-600을 핵무기 비축량을 늘리는 데 사용하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적 의무와 양 정부 합의의 틀 내에서 정상적인 민간 핵 협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존 플럼 미 국방부 우주담당 차관은 "CFR-600은 플루토늄이고, 플루토늄이 무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주장했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국방 연구 선임 강사인 로드 손튼 박사는 영국 매체 더 미러에 "우리는 핵무기 경쟁에 뛰어들게 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점점 증가하는 중국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당장 미국의 핵무기를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무력한 '아웃라이어'로 남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때 어느 정도 존재했던 러시아와의 외교적 다리를 불태웠다(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시사)"고 지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핵무기 확산에 제동을 걸었던 글로벌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중국은 능력에 대한 투명성 없이 핵무기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우리는 더 위험하고 경쟁적인 세계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며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2개가 아닌 3개의 핵 강대국, 새로운 전략적 시대를 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긴장이 심화하면서 중국이 보다 강력한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판단이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 통 자오는 "중국의 핵 확장은 중국이 미국과 비슷한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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