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지고 ETF 뜬다[ETF 전성시대①]

강수윤 기자 2023. 4.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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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내 ETF 시장 20년 만에 90조 돌파 급성장
펀드 시장 대응·환금성 떨어져 인기 '시들'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여년 만에 90조원 규모를 넘어서며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공모펀드 인기는 사그라들고 있다.

ETF란 'Exchanged Traded Fund' 약자로, 특정 지수의 성과를 추적하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상장지수펀드'를 말한다.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의 장점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주식의 장점이 결합된 상품이다. 구성종목에 따라 시장대표, 섹터&테마, 채권, 원자재, 파생형 ETF 등이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국내 시장에 상장된 전체 ETF의 개수는 총 697개로 전체 순자산 규모는 93조864억원에 달한다. ETF 시가총액은 코스피(1906조) 대비 4.7%를 차지한다. 코스피 200과 미국나스닥100등 국내와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의 운용 규모가 크다.

우리나라 ETF 시장은 2002년 4개 종목 3444억원으로 시작했다. 국내 첫 ETF는 'KODEX200'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삼성투신운용(현 삼성자산운용) 재직 당시 홍콩 출장에서 ETF를 접하고 국내에 들여왔다. 국내 23개 자산운용사가 다양한 ETF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2020년 말 52조원 수준이던 ETF 시장 규모는 2년 만에 93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현재 국내 697개 ETF 중 1조원을 넘는 상품은 23개로 집계된다. 지난해 고금리 상황 속에서 무위험지표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ETF, 만기매칭형 채권 ETF 등 새로운 형태의 ETF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시장을 크게 이끌었다. 삼성자산운용(KODEX),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 KB자산운용(KBSTAR), 한국투자신탁운용(ACE), 신한자산운용(SOL), 한화자산운용(ARIRANG) 등 주요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다채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반면 공모펀드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하락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78조3408억원을 기록했다. 펀드 열풍이 불었던 2008년 말(130조6708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ETF, 펀드 보다 매매 간편·저렴한 보수 매력

ETF는 계좌만 있으면 일반 주식종목럼 쉽게 사고 팔 수 있어 거래가 간편하다. 실시간으로 시장 변화를 보면서 바로 매매할 수 있고 변동성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반면 펀드는 장중 거래가 불가능하다. 펀드는 매수와 환매 시점이 일정날짜의 기준가로 체결돼 당일 변동으로 인한 수익률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이 취약점으로 꼽힌다. 해외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떨어져도 바로 환매가 불가능하고 환매 소요기간이 며칠이나 걸려 시장에 대한 대응성이 떨어진다.

또 1주의 ETF는 여러 개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어 자동차 ETF에 투자할 경우 KODEX 자동차 1주만 매수하더라도 여러 개의 자동차 회사에 투자하는 분산 투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 종목이 아닌 지수, 산업에 베팅을 하기 때문에 개별 주식 보다 위험성이 낮다. 소액투자자들의 접근성도 높다. 가격이 비싼 대형주를 투자를 할 수 없는 경우 ETF를 활용하면 우량기업을 모아놓은 ETF를 1~2만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ETF는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매매하는데 드는 보수가 저렴하다. 펀드매니저가 투자해주는 펀드 운용·판매보수비용은 1~2%대로 높은 반면, ETF는 운용보수가 약 0.5% 내외 수준이다. ETF는 매도할 때 주식 거래세 0.3%를 내지 않아도 된다. 국내 주식형ETF의 경우 배당에 붙는 세금도 없다. 다만 채권형 ETF, 해외주식 ETF, 해외채권 ETF 등에는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매매차익의 15.4%다.

또 펀드는 보유종목을 실시간으로 어떻게 변경되는 지 공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ETF는 구성종목의 내역과 투자 비중을 알 수 있는 PDF(Portfolio Deposit File)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펀드매니저 역량이 ETF 성과에 영향을 주지 않아 투자 결과에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ETF는 개별 주식보다 수익성이 적을 수 있고 원금 보장형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원금 손실을 주의해야 한다. 또 종목 발굴과 매수, 매도 시점을 개인투자자들이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 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는 테마가 정해지면 운용력이 액티브운용을 하기 때문에 발품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운용 보수가 비싸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면서 "운용사들이 비슷한 종류의 다양한 ETF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데 낮은 수수료가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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