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FA' 김연경, 우승 위해 흥국생명 남았다[스한 위클리]

이정철 기자 2023. 4.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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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022~23시즌 V-리그가 종료된 후, 모두의 이목은 FA 자격을 취득한 김연경(35)에게 쏠렸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행선지에 따라, V-리그 여자부의 판도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고심 끝에 원소속팀 흥국생명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김연경이 흥국생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살펴본다.

ⓒ흥국생명

김연경, 흥국생명과 동행을 이어가다

흥국생명은 지난 16일 "김연경과 총 보수액 7억7500만원(연봉 4억7500만원, 옵션 3억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V-리그 여자부에서 개인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고액(7억7500만원)으로 김연경을 붙잡은 것이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 6000석을 가득 채워준 팬들의 함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에 아쉽게 놓친 우승컵을 다음 시즌에는 꼭 들어 올리고 싶다. 또한 그동안 많은 배려를 해준 흥국생명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계약 소감을 말했다.

흥국생명은 "프랜차이즈 스타 김연경과 FA 계약을 이뤄 기쁘다"며 "김연경과의 계약은 다음 시즌 통합우승으로 가는 첫 단추를 채운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명문구단으로서 팬들에게 우승컵을 선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동행을 예측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김연경은 과거 해외 진출 당시 흥국생명과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어 올 시즌엔 권순찬 전 감독 경질 사태와 윗선 개입 문제로 인해 구단에게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다.

더불어 김연경은 우승할 수 있는 팀을 최우선 목표로 잡았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그쳤다. 2년 전, 김연경의 첫 복귀 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연경의 힘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올랐지만 다른 포지션에서 특별한 강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경은 다시 한번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김연경(왼쪽)·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KOVO

흥국생명에 잔류한 이유, 우승 그리고 아본단자 감독

흥국생명은 2022~23시즌 막바지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영입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4시즌 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은 당시 2차례 리그 우승,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흥국생명에서도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따낼 것으로 기대됐다.

아본단자 감독은 기대와 달리, 2022~23시즌 흥국생명을 이끌고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게 역스윕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이를 아본단자 감독의 역량 부족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아본단자 감독이 시즌 후반기에 지휘봉을 잡았고 자신의 색깔을 흥국생명에 녹일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본단자 감독으로서는 2023~24시즌 명예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FA 자격을 얻은 김연경에게 직접 잔류를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에만 호소하지 않았다. 팀 전술과 우승을 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결국 김연경의 마음이 흥국생명으로 기울었다.

김연경은 계약 후 "내 생애 처음 맞이하는 FA라 생각이 많았다. (아본단자) 감독의 시즌 구상 계획이 내 마음을 결정하게 만든 큰 이유였다"며 아본단자 감독의 존재감을 언급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은 배구 선수로서 기술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수라 생각한다. 이런 선수와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김연경의 잔류를 반겼다.

우승을 원한 김연경. 그리고 우승을 향한 계획을 제시한 아본단자 감독. 김연경은 '명장' 아본단자 감독을 믿고 흥국생명과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김연경(왼쪽)·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KOVO

우승 지원군이 왔다… 김연경의 절친, '미들블로커' 김수지 합류

아본단자 감독의 청사진은 곧 드러났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눌러앉힌 데 이어 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 김수지(35)를 영입했다. 김수지는 188cm의 높이를 바탕으로 유효 블로킹이 뛰어난 선수다. 이동공격과 속공 능력도 탁월하다. 김연경과 함께 오랜 기간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김연경과 김수지는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미들블로커 자리에 '신성' 이주아(23)를 보유하고 있다. 이주아는 2023~24시즌 블로킹과 이동 공격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며 흥국생명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주아는 아직 많은 경험을 갖추지 못했다. 2022~2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흥국생명의 공격 루트는 김연경과 옐레나로 제한됐다. 중앙 공격을 포함해 다양한 공격 루트를 추구하는 아본단자 감독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수지는 흥국생명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원이다. 풍부한 경험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고 팀원들을 이끌 수 있다. 이주아의 성장을 이끄는 멘토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미들블로커의 뎁스와 무게감이 두터워진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이 발 빠르게 전력보강을 한 사이, 경쟁자들의 전력은 떨어졌다. 2022~23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한국도로공사는 '에이스' 박정아를 놓쳤다. 박정아는 FA 자격을 취득해 페퍼저축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는 한국도로공사의 공격력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187cm의 신장으로 훌륭한 블로커이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커다란 전력공백에 직면한 채, 2023~24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2022~23시즌 개막 15연승으로 막강한 전력을 뽐냈던 현대건설도 '주장' 황민경과 이별했다. FA 자격을 취득한 황민경은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현대건설은 고예림의 무릎 수술로 인해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 부족한 상태다. 물론 '특급 유망주' 정지윤이 아웃사이드 히터에 버티고 있다. 하지만 정지윤은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대신 리시브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훌륭한 리시브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황민경의 부재는 현대건설에게 큰 약점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우승을 위해 아본단자 감독, 흥국생명과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흥국생명은 이에 맞춰 '미들블로커' 김수지를 영입했다. 마침 경쟁팀들의 전력은 떨어졌다. 김연경이 김수지, 아본단자 감독과 함께 흥국생명의 2023~24시즌 우승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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