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이원석 감독이 추구하는 영화의 맛, '킬링 로맨스'
"저는 욕 먹더라도 하고 싶은 걸 해야되는 사람이에요"
지난 14일 개봉한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 분)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팬클럽 4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 분)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감독은 자신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남자사용설명서'(2013)로 독특하고 신선한 연출을 선보이며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그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취향 저격'과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라는 극과 극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사하고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는다는 이 감독은 이러한 분위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해를 못 한' 아내와 '재밌게 본' 딸을 언급하면서 작품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딸이 아내에게 '꼰대'라면서 둘이 싸우더라고요. 이걸 보면서 우리가 무언가를 해내긴 해냈구나 싶었어요. 저에게 영화는 보고 나서 함께 씹고 뜯는 맛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영화를 보고 나면 끝이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거 자체가 그리웠어요. 이런 반응들이 다 고맙죠."
작품은 외국 할머니가 동화 속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이는 모든 이야기 앞에 '만약'을 붙이면서 말도 안 되는 전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치였다. 이를 통해 이야기를 선보이고 받아들이는 폭을 넓힌 이 감독은 "저희는 'WHY'보다 'HOW'가 더 중요했고 전형적인 영화의 모든 걸 다 비틀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어요"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또한 이 감독은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킬링 로맨스'를 춤추면서 즐겁게 보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전국노래자랑' 같은 에너지 정도로요"라고 남다른 바람을 드러냈다.
이하늬는 인형 같은 비주얼부터 코미디 연기와 춤, 노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오직 이하늬라 가능했다'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인 이 감독은 "대본을 보자마자 이하늬가 떠올랐다"며 "그는 현장에서 어메이징하다. 아침에 도착하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풀고 감정을 잡는다. 그리고 세트장에 나오면 정말 딴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조나단 역으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배우를 찾던 이 감독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잇몸 광고 속 이선균의 갭 차이를 보고 끌렸다고. 또한 공명은 우연한 만남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카페에서 공명을 만난 이 감독은 "순수하게 머리를 긁으면서 인사하는 데 범우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왔다는 그는 "이선균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10배 이상의 센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하늬는 덜 자란 어른 느낌을 잘 표현해 줬다. 현장 텐션을 올리기 위해 힘들고 민망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 이상을 해주셨다"며 "조나단이 이선균의 페르소나인 것 같아요. 자기는 아니라고 하지만요"라고 속삭여 웃음을 안겼다.
조나단은 연예계 복귀를 꿈꾸는 여래에게 오직 자신으로부터 얻는 행복만 강요한다. 이 과정에서 잊을 만하면 H.O.T의 '행복'이 등장한다. 이는 '또 나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가도, 폭력적으로 느껴지면서 색다른 감상을 안긴다.
"조나단이 악하지만 악하게 보이지 않길 바랐다"는 이 감독은 "제 주위에 악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조나단은 주위에 있는 그런 악이다. 동화 속 악마가 마법을 걸 수 있는 노래를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이 감독은 이선균과 '들으면 행복해지면서 모든 세대가 거부하지 않는 K-POP'을 찾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냉면을 먹으면서 '행복'을 떠올렸고, 우연히 옆 테이블에서 H.O.T 멤버 장우혁을 만났다고. 이 감독은 "이선균과 인사를 나누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운명이었던 거죠"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비의 '레이니즘'을 '나르시시즘의 끝판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전철을 타고 '레이니즘'을 들으면 전철이 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세상은 다 내꺼야'라는 여래의 꿈이 곧 이 노래다. 너무 신난다"며 "이하늬의 부탁으로 비 씨가 무보수로 녹음해 주셨는데 너무 감사하다. 여래가 꿈꾸는 세상이자 한 때 겪었던 영광의 순간이 '여래이즘'"이라고 덧붙였다.
◆ 이름이 곧 장르가 되는 이원석 감독의 힘
이원석 감독은 독특하고도 신선한 연출을 뚝심 있게 펼쳐오면서 자신의 이름을 하나의 장르로 구축했다. 흔히 비주류로 분류되는 B급 감성이 그에게는 주류이기 때문에 당연하고도 단순한 행보였다. 평소 낯선 것으로부터 코미디 소재를 발견하는 이 감독은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 않았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면서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원석 월드'를 완성했다.
"8~9정도 레벨의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은 많아요. 또 저에게는 크게 와닿지도 않고요. 저는 욕을 먹더라도 하고 싶은 걸 해야되는 사람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이 감독은 '킬링 로맨스'의 흥행 여부에서 한 발짝 물러났고, 관객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우리만의 세계관을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려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성공의 여부는 관객들이 판단하는 거고요. 저는 익숙함과 새로움을 섞고 이를 반복하면서 관객들이 익숙하게끔 만들고 싶었어요"라며 "큰 화면서 디테일한 소리들로 새로운 에너지를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그 결과가 좋든 아니든 경험하는 거 자체가 저의 궁극적인 목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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