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노후의 윤활유가 되는 대화법
[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부부가 게임을 하나 해보자. 각자 좋아하는 동요의 리듬을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면 상대방이 그 곡을 알아 맞추는 게임이다.
‘학교종이 땡땡땡…’부터 해보자. 문제를 내는 사람은 상대방이 정말 알 것 같아서(왜냐하면 자신에게는 너무 쉬우니까) 조심스레 두드린다. 하지만 못 맞춘다. 시간이 흐르면 손가락을 두드리는 사람은 이 쉬운 곡도 맞추지 못하는 걸 보고 답답하다 못해 상대방이 거의 바보 같아 보인다.
이 게임이 어려우면 그림 놀이를 해보자. 내가 생각하는 단어를 그림으로 그리면 상대방이 그림을 보고 단어를 맞추는 게임이다. 이것도 만만치 않다.
TV의 예능 프로에서 보는 정도로만 맞추어도 아주 잘하는 축에 속한다. 자신이 정답을 알고 있다고 해서 상대방도 알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게임이다. 실상, 이런 오해는 의사 소통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문맥을 무시하고 오가는 말도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대표적인 게 여자가 옷 가게에서 ‘이 옷 어때?’라고 묻는 말이다. 그래서 김창옥은 여자가 두 옷을 입어보면서 ‘이게 나아, 저게 나아?’라고 물으면 ‘이 옷은 세련되어 보이고 저 옷은 영(young)해 보여’라는 식으로 답하라고 한다.
개그콘서트의 '불편한 진실' 코너에서 부부 대화도 마찬가지다. ‘자기야 나 살찐 것 같지 않아?’라는 물음에 ‘글쎄 잘 모르겠는데’라고 답하면 ‘자기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라는 답이 바로 돌아온다.
이처럼 문맥 없이 뱉은 단순한 문장은 의미가 바로 전달되지 않는다. 실험에서 문맥 없는 문장 여러 개를 보여 주며 상대방에게 그 의미를 전달해보라고 하니, 의미가 제대로 전달된 문장은 절반 이하였다. 친구나 배우자가 짝이 된 경우나 처음 만난 사람이 짝이 된 경우나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한솥밥을 먹고 산 부부도 문맥 없이 단순하게 말을 던지면 두 번 중 한 번은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말이 아닌 글을 써서 표현할 때는 정확할 것 같지만 감정 부호가 없기에 이 역시 맞출 가능성이 50:50이다(안우경(2022), '씽킹 101').
그러니 이모티콘 없이 보내는 문자는 오해를 살 여지가 많다. ‘알겠습니다^^’가 아니라 그냥 ‘알겠습니다’라고 답을 하면 상대방은 차가운 답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인은 자주 가는 경락 맛사지숍에 예약을 하려 문자를 보냈는데 거기서 ‘안 됩니다’ 이렇게 답이 왔다. 갑자기 기분이 상한 듯했다. 요즘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단골을 소홀히 취급한다는 것이다. 이젠 안 가야겠다고 투덜거렸다. 그래서 나는 ‘뭣 때문인지 이유나 물어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팩트부터 파악하고 행동하라는 뜻이다. 이유를 물어 보니 몸이 아파서 못하고 있다는 답이 왔다. 그래서 건강을 걱정하는 문자를 주고 받고 오해는 풀렸다. 만일 왜 안 되는지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으면 서로의 관계가 소원해질 뻔 했다.
이런 오해가 부부 사이에 생기게 되면 노후에 이혼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나의 관점에만 머무르지 말고 대화할 때 그 사람의 관점이 어떨지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난민을 받을지 말지 모의 실험을 할 때, 그냥 결정할 때와 난민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의사 결정할 때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연극을 통한 심리 치료를 할 때 역할을 바꾸어가며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관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으로 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훈련을 평소에 해야 한다.
다른 사람 관점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부정확하다. 쉽고 확실한 방법은 문맥을 무시한 애매한 말을 쓰지 말고 명확하게 자신의 의도를 알려 주는 화법을 쓰면 된다.
메신저에서는 이모티콘을 같이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060은 공짜 이모티콘만 계속 쓰고 있는데 자신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구입해서 사용해 볼만하다.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뜻이 모호하면 상대방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실제로 상대방의 관점을 생각하며 대화를 하라는 것보다 직접 물어보는 경우에 문제의 정답율이 높았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명확하게 알고 싶으면 넘겨 짚지 말고 대화의 상대방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상대방에게 그 뜻이 뭐냐고 물어 보는 것이다.
심리학자 안우경 교수는 ‘서로를 이해하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팩트를 찾는 것, 그것 하나뿐이다’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관점이 되어 보는 것, 문자에 이모티콘 활용하기, 모호한 문맥 없는 말이 아닌 명확한 말을 사용하기, 그리고 오해의 바벨탑을 쌓기 전에 상대방에게 물어서 팩트를 찾는 것, 이러한 대화법이 노후의 윤활유가 된다.
bsta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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