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의 꿈도 미뤄야”…막막한 청년 세입자들
[앵커]
90여 채에 이르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가진 집주인 부부가 잠적한 부산 전세 피해 속보입니다.
KBS 취재 결과 세입자들의 전세 계약 기간이 이미 만료됐거나 곧 다가오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입자 대부분은 지금은 가시방석이 돼버린 보금자리에서 희망을 꿈꿨던 청년들입니다.
보도에 정민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내년 초 결혼을 앞둔 37살 김 모 씨.
전셋집 계약기간이 지난달 끝났지만 집주인 부부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습니다.
김 씨는 8천여만 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돼 신혼의 꿈까지 미뤄야 할 처지입니다.
[김○○/세입자/37살 : "결혼도 지금 해야 하는데, 이 보증금을 빼서 당연히 아파트에 어느 정도 충당을 해야 되는 부분이고 결혼을 늦추거나 뭐 그렇게 해야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잠적한 집주인 부부가 소유한 빌라와 오피스텔 90여 채에 사는 세입자는 대부분 김 씨와 같은 청년들입니다.
적게는 몇 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여 원의 전세보증금은 이들에겐 전 재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전체 보증금은 50여 억원에 이릅니다.
집주인 부부는 여기에 각 집을 담보로 4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고 잠적했습니다.
금융기관이 세입자보다 우선한 근저당 대출이었습니다.
[정○○/세입자/32살 : "건물별로 근저당이 많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서 이게 경매에 넘어간다고 했을 때 저희는 거의 못 받는 상황이죠."]
집주인 부부가 잠적하기 전인 지난 1월부터 건물의 석 달 치 공용 전기료와 수도세까지 미납된 상태입니다.
세입자들이 돈을 거둬 단전과 단수를 막고 있습니다.
[여○○/세입자/36살 : "집이, 집이 아닌 거예요. 밤에 잠도 안 오고 집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이 애물단지에서 내가 그냥 하루하루 그냥 버티고 있는..."]
세입자들은 다음 주 안에 부부를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습니다.
사건을 인지한 경찰은 고소 전이라도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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