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 심장에 좋은 영양제는?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당뇨와 고혈압이 있던 최모님(남·70)은 어느 날 호흡곤란이 심하게 발생해 우리병원을 찾았다. 심장 초음파상 심장 기능은 정상적이었고 폐부종도 없었다. 다만 일주일 전부터 운동은 물론 심지어 걸을 때마다 호흡곤란이 심하게 발생하는 점, 가끔 앉아 있을 때도 호흡곤란이 발생한다는 점, 당뇨와 고혈압, 고령, 남자임을 고려할 때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관상동맥에 병이 있을 것으로 짐작됐다.
특이한 결과다. 어디에도 출혈이 없다. 용혈성 빈혈은 출혈 때문이 아닌 적혈구가 빠르게 파괴돼 생기는 빈혈이다. 정상 혈색소가 13-15g/dl인데, 최모님은 7g/d에 불과했다. 어라? 그간 잘 조절되던 당도 이상 수치를 보였다. 이상함의 연속이다. 혹시나 해 보조제 같은걸 드시고 계신가 물었다. 최모님은 심장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비타민C를 과다 복용하고, 또 당뇨에 좋다며 여주와 돼지감자를 말려 차로 수시로 오랜 기간 마시고 있다고 했다. 이 사이 당뇨약 복용은 중단했다. 역시나다. 이유가 있었다. 현저히 낮은 혈색소 수치 탓에 급한 대로 수혈을 하고, 모든 보조제를 끊게 했다. 아울러 의사가 처방한 약은 꼭 복용하라고 철저히 안내했다. 3개월 후 환자의 몸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건강기능식품(보조제)과 영양제 섭취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당뇨 환자가 치료 목적으로 돼지감자를 맹목적으로 섭취해서는 안 된다. 당뇨 환자에게 좋다는 돼지감자는 ‘이눌린’ 성분은 있지만, 천연 인슐린이 함유된 게 아니다. 이눌린은 과당 중합체로 사람의 소화효소가 아닌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돼 배변 기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과당 형태로 분해되는 이눌린은 혈당치를 급격하게 올리지 않으며, 열량이 낮아 비만을 개선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당이기 때문에 식사와 함께 말린 차로 섭취하게 된다면 오히려 총열량은 더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 ‘포타슘’이라는 전해질이 많아 당뇨 환자 중 특히 신장 기능이 안 좋은 환자에게 고포타슘 혈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당을 천천히 올릴 목적과 포만감을 갖고자 한다면 다른 칼로리를 줄이며 올바르게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최모님이 함께 먹었던 여주와 비타민C도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이들은 용혈성 빈혈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 민간에서 당뇨에 좋다고 알려진 여주에는 여러 비타민과 항상화제 역할을 하는 물질이 담겨 있다 하는데, 정작 동물을 제외한 사람에게서 어느 정도 투여할 때 혈당 강하 효능을 갖는지 밝혀낸 연구 결과는 없다. 도대체 어떤 성분이 혈당 강하 효과를 가지는지 밝혀낸 연구 결과도 없다. 반면, 과량 복용시 용혈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는 보고는 있다. 비타민C 또한 과량 복용시 용혈성 빈혈이 생긴다고 보고되고 있다. 조모님은 결과적으로 당뇨를 좋게 하고 심장을 보호한다는 지인들의 말에 근거 없이 당뇨약을 중단하고, 오히려 열량 섭취는 늘려 당 조절에 실패했다. 또 용혈성 빈혈로 호흡곤란만 얻어 여러 차례 외래를 오고 입원을 하고 수혈을 하면서 불필요한 의료비만 지출했다.
또 다른 최모님(남·36)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평소에 열심히 운동하는 헬스 트레이너다. 진료실 앞에서부터 건장한 몸과 밝은 혈색이 돋보였다. 다만, 그는 몇 개월 전부터 심장이 자꾸 두근거리는 증상을 보였다. 검사 결과 부정맥은 없었으나, 맥박이 90~100회 정도로 다소 빨랐고 혈액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이 170mg/dl로 상승한 게 발견됐다. 이분은 또 왜 이럴까. 역시나였다. 최모님은 가족력이 있어 건강에 매우 신경을 써 왔으며, 평소 오메가3와 아르기닌, 코엔자임 큐텐, 밀크시슬을 수년간 복용했고 최근에는 지인이 준 비타민제와 피로회복제를 추가로 복용했다고 한다.
딱 봐도 보조제 과량 섭취다. 통상 이런 경우 구역감과 맥박 상승이 나타난다. 당장 모든 보조제를 중단하도록 권고한지 1개월 후 부정맥,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어떤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최모님은 가족력과 흡연, 여전히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로 인해 고지혈증약을 추천했다. 최모님은 “고지혈증약은 약이잖아요.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약 안 먹고 영양제나 오메가3를 먹으면 안 되나요?”내게 되물었다. 대부분 영양제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이처럼 반응을 보이는데, 그래서 내가 이렇게 답변했다. “오메가3를 수년간 매일 꼬박꼬박 드셨는데도 왜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이렇게 높을까요? 오메가3는 계속 드시려 하면서 왜 고지혈증약은 안 드시려고 하나요?”
인터넷 검색, 유튜브, 홈쇼핑에 넘쳐 나는 건강기능보조식품.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는 영양제의 대명사 오메가3, 코큐텐, 아르기닌, 글루타치온. 홈쇼핑 영상을 보면, 이런 식품을 먹으면 혈관의 찌꺼기들이 아주 막힘없이 뚫린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현혹되고 구입을 한다. 만병통치약 같다. 암 환자가 머무는 병동에도 늘 유언비어가 넘쳐난다. 어떤 보조제를 먹고 암이 호전됐다니, 어떤 치료를 받고 병이 나았다니 등등. 효과가 있다면 우리 의사들이 먼저 나서서 환자에게 사용하고 권하지 않았을까, 상식을 묻고 싶다.
영양제 중에서 그래도 가장 많은 연구 결과가 있는 건 오메가3다. 결과가 일관되지 않다는 건 함정이다. 오메가3의 인기는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린란드 사람들이 생선이나 물개 등 지방이 많은 음식만 먹는데도 과일 등 음식을 골고루 먹는 덴마크인에 비해 심장혈관 질환 발병률이 낮다는 통계를 들며 생선이나 물개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이 심장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이후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고, 오메가3가 심장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암, 당뇨, 치매에까지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심장혈관계 개선이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또 오메가3는 복용량과 성분들에 따라 결과가 다른 것으로 보고됐다. 아울러 식이성 지방산을 인체 구성 물질로 전환 시키는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인종마다 차이가 있어 같은 오메가3를 복용하면서도 인종에 따라 다르게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보고됐다. 오메가3 지방산은 항염증 특성을 가졌고 콜레스테롤, 혈압, 우울증 증상, 암 치료 중 체중 감소, 심장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지만, 이는 워낙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스타틴이라는 고지혈증약을 사용하면서 추가로 먹었을 때 보는 이점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기저 질환이 없는 8만여명 개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오메가3 보충제가 심장질환으로부터 사망을 막지는 못한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요컨대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면서 보조제로 오메가3를 먹는 것은 추천하지만 굳이 건강한 성인이 심장질환을 예방하고자 오메가3를 섭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메가3는 불포화 지방산으로 자연스럽게 음식을 통해서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다. 건강한 분들은 그냥 아보카도, 해조류, 연어, 고등어, 대구와 같은 생선류와 달걀, 견과류를 드시는 걸 추천한다.
심장에 가장 좋은 영양제는 우선 나쁜 것을 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담배와 술을 끊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배에 힘을 주고 허리와 어깨를 펴 흉곽을 크게 한 상태로 호흡을 하고, 일주일에 3번 이상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무릎이 아프다면 앉거나 누워서 하는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도 효과적이다. 편식하지 않고 균형 잡힌 식사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한 다음에서야 소위 주변에서 그렇게 좋다고 하는 오메가3던, 비타민이던 하는 것들을 먹어봐야 한다. 부작용이 없고 전반적으로 건강이 호전되는 느낌이라면 간헐적으로 영양제 복용은 도움 될 수 있다. 물론 심장혈관계 가족력이 있거나 다른 심장질환을 진단받았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고 약물을 먼저 복용해야 한다. 보조제는 말 그대로 보조제일 뿐이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며칠 전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나이라는 100세를 훌쩍 넘은 112세다. 평소 식사와 운동 잘하고, 즐겁게 지내는 분이다. 고혈압약만 20년 복용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최근 숨이 좀 차다며 우리 병원을 찾았다. 할아버지의 심장 기능은 너무 좋았다. 관리도 잘 됐다. 피검사에서도 고지혈증 하나 없이 매우 좋은 상태였다. 의사인 나로서는 그저 고령 탓만 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는 주변에서 권하는 그 흔한 보조제를 단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다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내 물음에 할아버지는 “뭐가 아쉽다고 이것저것 다 챙겨 먹는가. 그게 다 낭비다. 밥 잘 먹고, 운동하고, 아프면 병원 가서 하라는 대로 하고, 이랬더니 백 살을 넘겨 버렸다”며 웃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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