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정치의 계절'.. 두들겨 맞는 네카오[양철민의 아알못]

양철민 기자 2023. 4.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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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네카오 독과점 해소하라"
이통사 독과점 무너뜨린 카카오
구글 막아내고 日시장 개척 네이버
어느새 미운털 박혀 비판직면
네카오 경쟁력 하락..구글·메타 반사이익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서울경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나. 내년 4월 진행되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정치권이 또다시 네카오(네이버·카카오)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달 18일 국회에서 ‘포털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소상공인·소비자 권익 침해’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네카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뉴스공급 독점 문제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네카오는 국민들의 이용빈도가 높은 반면 공간적 제약이 없으며 매출 대비 고용인원이 적은 인터넷 기반 사업자다. 대중의 관심을 갈구하는 정치권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의원들은 네카오에 지역구 관련 청탁을 할 일이 거의 없다. 국정감사나 간담회 등 공적인 자리에서 네카오에 맹폭을 가하더라도 부담이 덜하다.

기업 총수가 출석하는 국정감사 등의 이벤트에서 의원들의 발언 수위를 살펴보더라도 일자리 창출 및 외화벌이 등으로 우대받는 삼성·SK·현대·LG·롯데 등 기존 대기업과 네카오의 대우는 완전히 다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네카오를 통신사들이 깔아놓은 통신망에 ‘무임승차’해 수익을 내고, 골목상권까지 빼앗아가는 얄미운 업체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들도 최근 몇년새 네카오에 대한 반감이 커진 모습이다. 이들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에는 ‘좌편향 네이버와 카카오는 철수하라’ 등의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비판은 네카오가 자초한 면도 없지않아 있다. 네이버 뉴스 서비스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등 여론조작 창구로 활용된 바 있다. 네이버는 이후 뉴스서비스를 대폭 개선했지만 뉴스 알고리즘이 편향돼 있다는 공격이 꾸준하다. 그나마 혁신적인 업체로 평가받던 카카오 또한 최근 몇년간 진행한 자회사 ‘쪼개기 상장’ 논란 및 주가 하락으로 국민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정치권과 일부 댓글만 놓고보면, 네카오만 없어지면 한국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은 크게 낮아지고 지역 소상공인들의 살림살이는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때는 ‘혁신의 아이콘’.. 이통사 독과점 무너뜨린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문제는 네카오가 없었다면 이들이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권 상당수를 해외 업체나 국내 대기업이 차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실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 3사는 카카오톡에 대항해 2012년 말 모바일 통합 메신저인 ‘조인(joyn)’을 내놓았지만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혁신은 없고 ‘억지춘향’ 격으로 내놓은 서비스니 당연한 결과다.

이들은 이전부터 이 같은 무료 메신저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지만 막대한 문자메시지 수익을 버릴 수 없어 소비자 효용 증대를 외면했다. 카카오톡이 없었더라도 유사한 모바일 메신저가 나왔겠지만, 이 같은 서비스 출시시기는 훨씬 늦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카카오톡 출시가 미친 긍정적 효과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다.

이통사들은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잠식효과)’에 따른 손실 보다는 신규서비스 선점효과가 크다는 뒤늦은 깨달음에, 유사 서비스 출시에 나서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는 일부 스타트업 창업자의 지갑만 두둑하게 불렸다. 실제 SK플래닛은 2012년 약 200억원을 들여 국내 모바일 메신저 ‘틱톡(중국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는 다른 업체)’을 인수했지만 해당 서비스 또한 어느순간 자취를 감쳤다.

이외에도 주요 이통사들은 2009년 KT가 아이폰을 출시하기 전까지, 무료 모바일 인터넷이 가능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한하며 통신요금 수익창출 극대화에 주력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후반에는 SK텔레콤 2G휴대폰 이용자가 무심코 휴대전화 자판 가운데에 자리한 ‘네이트’ 접속 버튼을 눌렀다가 몇만원에 달하는 ‘요금폭탄’을 맞았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SK그룹 산하의 SK컴즈의 ‘싸이월드’는 ‘도토리 판매’ 등 수익창출을 최우선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BM)에 열중한 반면, 개인정보보호에 소홀해 2011년 가입자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으며 이후 이용자 수가 급감했다 2020년 사실상 서비스를 종료했다.

반면 2010년 카카오톡 등장으로 국민들은 건당 20~30원 가량하던 문자메시지(SMS)가 아닌 소액의 데이터 요금 부담만으로 서로간 연락을 보다 간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카카오톡이 없었더라면 당시 다음이 출시한 ‘마이피플’, 네이버가 내놓은 ‘네이버톡’, 왓츠앱이나 페이스북메신저 같은 메타(옛 페이스북)의 서비스가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기존 거대 ICT 업체의 서비스라는 점에서 특정 사업자로의 시장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구글 인베이전’ 막아내고 日 모바일 시장 차지한 네이버

네이버 또한 구글과 야후를 물리치고 국내 검색시장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만 하다. 네이버는 2002년 ‘지식인’ 서비스 등으로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글로벌 검색시장 최강자 구글 대비 3~4배 높은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을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구글이 검색시장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국가는 얀덱스가 장악한 러시아, 야후재팬이 장악한 일본, 바이두가 장악한 중국을 비롯해 한국까지 4개 국가에 불과하다.

네이버는 국내 웹 콘텐츠 확대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네이버는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사 서비스 가입자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및 신규 서비스 출시에 주력했다. 실제 영어로 된 콘텐츠가 주를 이뤘던 웹 상에서 네이버는 카페, 블로그, 지식인 서비스 등으로 한국어로 작성된 웹용 콘텐츠를 늘려왔다. 네이버가 7월에 내놓는 초거대 AI ‘하이퍼 클로바X’ 또한 각종 한국어 리포트 외에 이 같은 콘텐츠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다.

생성형AI가 ‘제2의 앱스토어’ 같은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이퍼 클로바X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물량 공세에서 한국의 AI 주권을 지켜줄 확실한 보루가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네이버는 검색 시 최적화된 문서를 끌어다주는 ‘크롤링’ 등 검색 기술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백화점식의 다양한 콘텐츠를 한번에 노출해 국내 이용자의 UX를 장악했다는 점에서 사업모델 등에서 나름 혁신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네이버는 일본 현지 모바일 메신저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라인(LINE)’을 개발하는 등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해외시장에서도 한국 ICT 기술의 우수함을 알린 업체라는 평가도 받는다.

네카오의 독과점 ‘자체’가 아닌 ‘폐해’를 문제 삼아야

무엇보다 정치권이 제기하는 네카오의 독과점 및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관련 시장에 대한 이해도 및 시장변화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무지하면서 게으른 비판에 불과하다. 실제 네카오의 골목상권 침범 우려가 컸던 부동산 분야에서는 직방·다방 등의 서비스가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데다 모빌리티 서비스 또한 쏘카나 스윙모빌리티를 비롯해 SK텔레콤과 우버가 합작해 설립한 우티 등 다양한 서비스가 운영중이다. 네카오가 아니더라도 여타 스타트업이 불필요하게 거래비용이 높던 부동산이나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제보면 사실상 당연한 수순이었다.

특히 플랫폼 사업은 사업 초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늘어난 이용자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는 특유의 사업모델 때문에 독과점이 필수다. 결국 정치권은 네카오의 독과점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독과점을 활용해 경쟁업체의 시장진입을 배제하고 소비자를 상대로 불합리한 약관을 강제하는 불공정 행위를 문제삼아야 하지만 앵무새 마냥 독과점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만 반복하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 편익 및 시장 효율성 제고 보다는 지역구민 관심 및 지지율 상승을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네카오를 공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빅테크만 반사이익.. 구글코리아 법인세 네카오 20분의 1

무분별한 네카오 때리기로 반사이익을 얻는 곳은 결국 메타나 구글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2017년 국정감사에서 “싸이월드가 망했을 때 그 매출을 다 페이스북이 가져갔다”며 “동영상은 유튜브,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에서 각종 서비스의 점유율을 확장하는 것은 세수나 일자리 확대 등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3449억원의 매출과 2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수치는 구글플레이의 앱 마켓 수수료가 제외된 결과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구글의 한국 내 앱 마켓 수수료 매출은 최대 6조4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구글의 광고 매출 등을 합칠 경우 구글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6조7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8조2201억원)나 카카오(7조1068억원)의 매출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닌.

반면 구글은 구글플레이 매출의 경우 싱가포르 법인인 구글아시아퍼시픽에 귀속되기 때문에 국내 매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 측은 구글의 2021년 법인세 납부액이 138억원 수준이지만, 앱 마켓 수수료가 매출에 포함될 경우 6000억원 가량을 법인세로 납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네카오가 부담하는 비용과 차이가 크다. 지난해 네카오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네이버는 ‘법인세 비용’ 항목으로 4105억원을, 카카오는 2417억원을 각각 납부해야한다.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법인세 비용(169억원) 대비 20~30배 가량 큰 금액이다.

종업원 급여 또한 네이버는 지난해 1조4925억원을, 카카오는 1조2038억원을 각각 지출했다. 그만큼 고용창출에도 힘을 기울였다는 뜻이다. 반면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급여항목으로 지출한 비용은 이들 기업의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1008억원에 불과하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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