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고 염산테러 당한 이 그림…네덜란드가 절대 포기 못하는 이유
'프란스 반닝 코크와 빌럼 반 루이덴부르크의 순찰대'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인데요. 미술 애호가라면 놓칠 수 없는 대작이죠. 모르시겠다고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 Museum)은 2019년 렘브란트 별세 350주기를 맞아 '야경'의 대대적인 복원에 들어갑니다. 이 그림은 앞서 여러차례 복원을 거쳤지만 이번엔 좀 특별했습니다. 작품의 모습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으니까요.
이 작품은 만들자마자 걸작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워낙 큰 그림이라 소장 장소의 벽면 크기에 따라 좌우 귀퉁이, 위쪽을 잘라냈습니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합당한 대접을 못 받은 건데, 그 땐 이런 일이 흔했다고 합니다.
이에 미술관은 잘려나간 부분을 살려내는 시도를 합니다. AI(인공지능)도 활용했습니다. 그림이 온전하던 시절 후대 화가가 따라 그린 작은 그림 등을 데이터로 집어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잘려나간 왼쪽과 오른쪽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등장인물들이 나타났습니다. 오른쪽 북치는 남성의 몸과 북(드럼) 일부분도 살려냈습니다. AI가 복원한 부분은 렘브란트 화풍을 살려 정밀하게 인쇄, 원래 그림 옆에 덧대었습니다. 미술관은 이를 2021년 공개했고요.
사라졌던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렘브란트는 원래 무엇을 그리려 한 걸까요.
렘브란트 '야경'(1642)속 등장인물은 30명이 넘습니다. 위대한 신이나 성경속 인물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왜 집어넣었을까요.
렘브란트는 민병대장을 포함, 대원들 모습을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이 같은 '단체 초상화'가 유행했습니다. 사진이 없던 시기 일종의 기념촬영이었습니다.
렘브란트는 앞서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라는 유명한 단체초상화를 그리기도 했죠. 이 그림은 절묘한 구도, 배경색을 최소화하면서 인물을 부각시킨 점 등으로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렘브란트가 '야경'을 완성하고 나니 반응은 달랐습니다. 의뢰인들은 인물들을 정적이고 근엄하게 그렸으면 했겠죠. 비싼 돈을 내는데 혹시 내가 우스꽝스럽거나 원치않는 모습으로 영원히 남는다면 반가울 리 없으니까요.
렘브란트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입니다. 후대 평단에서는 이 작품의 역사적 의미로 크게 세 가지를 꼽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전통적으로 정적인 초상화를 역동적 움직임이 있는 작품으로 만든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등장인물들은 시선과 행동, 갖춰입은 복색과 장비가 제각각입니다. 저마다 다른 스토리와 개성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수십명이 모여도 똑같이 정면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는 요즘의 기념촬영보다 더 파격적이란 느낌도 듭니다.
"렘브란트는 집단 초상화를 그릴때 뻣뻣하게 나란히 서있는 모습으로 많은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느슨하지만 자연적인 동기로 서로 연결된 구성이나 행동의 연관 속에서 모든 개인을 결합시켰다." (슈테파니 핑크 외, '아틀라스 서양미술사')
물론 이 같은 특징은 잘 나가던 렘브란트가 자신감에 취해 '오버'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 결과 의뢰인들이 반발한 걸로 알려졌죠. 공교롭게 이 작품 이후 렘브란트의 대중적 인기는 시들해집니다. 그해 부인이 사망하는 등 개인적 고통도 이어집니다.
나머지 두 가지 특징은 우선 거대한 크기입니다. 가로 453.5cm 높이 379.5cm에 이르는 대작입니다. 덕분에 등장인물들은 실제 사람 키와 비슷하게 묘사됐습니다. 당시 렘브란트에게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릴 작업공간이 있었냐는 논란이 생겼을 정도죠.
셋째는 렘브란트의 트레이드마크인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활용한 점입니다. 이른바 키아로스쿠로 기법입니다.
이 같은 집단초상화 제작비는 의뢰인들이 나눠서 지불했다네요. 비용을 여럿이 나눠 내는 걸 지금도 더치페이, 또는 더치 트리트(Dutch Treat)라고 하죠. 그것이 이 그림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시에도 그런 문화가 있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물론, '야경'엔 돈을 안 내고 공짜로 들어간 인물도 있습니다. 맨 오른쪽 북치는 남자도 그 중 하나라네요. 돈을 냈던 원래 의뢰인들은 자신을 멋있게 그리지 않은 것보다 '무임승차'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던 건 아닐까요.
렘브란트의 '야경'은 어느 시점부터 밤 풍경을 그린 것으로 오해를 받기 시작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됩니다. 우선 그림 위에 칠한 보호재(니스)가 세월이 흐르며 어두운 빛을 띠었고, 그 아래 그림마저 검게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일각에선 렘브란트가 물감 원료로 쓴 특정 물질들이 오랜 세월 서로서로, 또 전시공간의 공기와 화학반응을 일으킨 탓도 있다고 하죠. 렘브란트는 흰색, 노란색 물감을 즐겨 썼는데 여기 들어있는 납(Pb) 성분이 난로 연기에서 나오는 황(S) 성분을 만나 검게 변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렇게 어두워진 작품은 원래 제목은 잊히고 18세기부터 '야경' '야경대'로 불립니다. 이 그림을 모사한 작품 등을 보면 원래 밤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야경'은 엉뚱한 이름이 붙은 것 말고도 기구한 운명을 겪었습니다. 지금이야 네덜란드가 국보처럼 애지중지하고 있지만, 보관 장소에 맞추느라 좌우가 잘려나갔고요. 잘린 부분은 보관하지 않아 사라졌습니다.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약탈을 피하는 과정에서도 수난을 겪습니다. 관계자들은 그림을 액자에서 떼어내 둘둘 말았습니다. 이어 수장고, 마스트리히트의 한 동굴 등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아남았습니다.
이른바 '반달리즘'(Vandalism)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달리즘은 문화재를 훼손, 더럽히는 행동을 말하는데요. 1975년 칼을 숨겨온 남성이 그림을 찢었습니다. 그는 "신의 뜻"이라며 종교적 이유를 댔다고 해요. 1990년 또다른 인물이 그림 표면에 산을 뿌렸습니다.
이런 고난을 겪고 살아남은 '야경'은 현대미술에서 발칙하게 패러디하는 일도 꾸준합니다.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을 강렬하게 대비시키는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통해 특히 등장인물 중 세 명에게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그림 가운데 민병대를 지휘하는 두 남성과 그 옆에 닭을 메고 있는 여성이죠. 남성들은 원래 제목의 바탕이 된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왼쪽)과 빌럼 반 루이덴베르크 지휘관입니다. 여성 캐릭터는 민병대의 마스코트 개념이라고 합니다.
사라졌던 부분까지 복원한 결과, 검은 의상 반닝 코크 대장은 정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밀립니다. 과거에 그림 왼쪽을 오른쪽보다 더 많이 잘라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복원 이후 그림의 생동감이 좀 더 살아난 것 같습니다. 틀을 깨고자 했던 렘브란트의 뜻에도 부합하는 것 같고요.
렘브란트 작품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야경'은 네덜란드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자산으로 대접하는 만큼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죠.
지난 2022년 소더비 경매에서 렘브란트가 젊은 시절 그린 조그마한 자화상이 1450만파운드, 약 224억원에 팔렸습니다. 두 손을 펼치면 덮일 만한 작은 그림인데 말입니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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